[골프 열풍] 판치는 외국 용품, 국산도 경쟁력 있다

`T사 골프 볼 한 알에 8,000원' `H사 금장 드라이버 한 개에 400만원, 아이언 세트는 3,800만원'

일반인들이 골프를 사치 스포츠로 여기게끔 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터무니 없이 높은 골프용품 가격이다. 골프는 일반 개인 스포츠 중에서는 첫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타 종목에 비해 장비 비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골프를 사치 스포츠로 규정해 특별 소비세까지 부과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질 수가 없다.

특히 국내에서 주류를 이루는 외제 골프 용품들은 고가의 관세까지 부과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그럼에도 국내 골프 용품업계가 IMF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과 부가가치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대과학의 결정체 골프클럽

골프용품 시장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클럽과 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골프용품인 클럽은 모든 골퍼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골프 클럽은 `더 멀리, 더 정확히' 볼을 날려 보내고자 하는 모든 골퍼들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진보를 거듭 해 왔다.

그리하여 골프 태동기에 나무로 만들어졌던 클럽 헤드는 이제 항공기나 우주선에 사용되는 특수 소재들과 츛mμ?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현대 과학의 결정체가 되었다. 나무 재질에 이어 철, 니켈, 티타늄, 알루미늄, 머레이징, 리퀴드 메탈 등에 이르기까지 무게는 줄이고 비거리는 늘리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다.

헤드를 지지하는 샤프트도 처음 나무에서 철로 이전됐다가 지금은 플라스틱처럼 가벼우면서도 강철에 버금갈 정도의 강도를 지니고 있는 그라파이트 소재가 널리 애용되고 있다. 디자인도 단지 모양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클럽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능적인 면까지 고려돼 제작되고 있다.

국내 골프 클럽 시장은 여전히 외제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 나라에 처음 도입된 클럽은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창원과 구미 등지에 중소 생산 공장이 설립돼 초보적인 단계의 조립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일본에서 하청 받은 것을 OEM 방식으로 만드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샤프트 분야에서만은 국산이 상당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낚싯대의 소재인 그라파이트가 클럽 샤프트로 사용되면서 낚시대 최대 수출국의 명성을 인정 받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자리를 잡아가던 국내 클럽 산업은 1990년대초 `골프 금지령'을 선포한 김영삼(YS )정권에 이르러 된서리를 맞게 된다.

YS 집권 이후 국산 클럽 업체들은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상당수 도산했고 그 틈새에 대만이 끼어 들었다. 그때부터 클럽 OEM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만은 지금까지도 동양 최대의 OEM 골프 클럽 생산국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제조사중 상당수가 대만에서 클럽을 만들고 있다.


국산 골프클럽 국내점유률 18%

그러나 IMF한파는 골프업계에서 국산 클럽의 대중화를 이끈 8?`효자 바람'이기도 했다. 경제가 죽으면서 골프 자제 바람이 불었고, 더욱이 굳이 비싼 외제 보다는 저렴한 국산품을 이용하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골프 클럽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던 국산 클럽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클럽하면 으레 미제나 일제를 떠올리던 의식이 바뀌어 국산에서도 인기 브랜드가 생겨났다.

코오롱 엘로드, 랭스필드, 맥켄리, 반도골프, 나이센, 데이비드, 미사일, 옵티마 등은 이제 국내 골퍼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있는 국산 클럽들이다. 이런 국산품의 선전으로 한자리수 이하에 머물던 국산 클럽 점유율이 현재 18%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아직은 고가가 아닌 중저가 제품에 머물러 있다.

IMF이후 가짜 외제 클럽이 시중에 대거 유통된 것도 국산품 보급에 도움이 됐다. 국내 세관에서는 1996년부터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라 외국산 클럽에는 수입통관필증을 붙이지 않도록 했다. 이 조치로 인해 국내에서 조립한 가짜 외제 클럽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산 클럽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입되는 외국산 완제품 클럽의 5배나 되는 부품이 AS용이라는 명목으로 수입된 뒤 국내 중소업자들에 의해 조립돼 마치 진품처럼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품은 소위 `나카마'라고 불리는데 모양이 진짜와 비슷해 일반 사람들은 진짜와 구별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조립 클럽은 애프터 서비스가 안 되는데다 기능도 떨어져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한 예로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에 공장을 차려놓고 미즈노 스팔딩 던롭 브리지스톤 등 일본산 유명 골프 클럽 736세트와 조립중이던 아츛m?´언 헤드 6,300개, 우드 헤드 2,100개, 샤프트 1,131개 등 42억원 어치의 가짜 클럽을 제조 ?판매한 W인터네셔널 대표 최모(53)씨를 상표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기술력 인정받는 볼

골프 볼은 우리 나라도 이미 전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분야다. 골프 볼은 OEM 수준을 벗어나 자체 브랜드로 골프 선진국인 미국에도 직수출 되고 있다.

볼빅(VOLVIK), 파맥스(FARMAX), 빅야드(BIG YARD) 등은 IMF 이후 값비싼 외제 볼을 제치고 국내에서 큰 히트를 쳤다.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국산 볼의 간판 격인 볼빅은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스스로 찾아올 정도로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한다.

지난해 세계적인 메이커인 슬레진저사와 1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하는 등 지난 한해만도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모두 19개국에 600만달러 어치의 볼을 판매했다. 국제 특허만 18개를 획득했고 현재 출원중인 것도 6개나 된다.

볼빅 제품은 현재 미국과 일본 업체들로부터 합작 제의를 받는데도 단호히 거절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파맥스와 빅야드 등의 업체들도 미국과 일본에 상당한 물량을 직수출하고 있다. 또 낫소는 저가의 연습장용 볼을 취급하는 `특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물론 아직까지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골프장 전동 카트나 골프 클럽의 핵심 소재들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골프용품시장 성장잠재력 무한

골프 전문가들은 “연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외제 용품이 소재나 디자인에서 다소 앞서 있긴 하지만 가격대에 비하면 국산 제품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국산 클럽이나 볼이 외제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문제는 국내 골퍼들의 외제 선호 심리가 가장 극복하기 ?m??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캐디백에서는 국산 두조가, 골프화와 장갑에서는 잔디로가 외제 용품에 필적할 정도로 선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골프용품 시장은 급증하는 골프 인구의 잠재력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우리 정부도 골프용품을 단순히 사치성 용품이라는 규정, 특별 소비세 등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탈피해 부가가치 높은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가의 외제 용품만 선호하는 국내 골퍼들의 그릇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고가 골프용품 최다 수입국이라는 오명을 면치 어려울 것이다.


그린피에서 떼는 세금 얼마나 되나?

골프장 그린피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충북 음성에 위치한 천룡CC의 경우를 살펴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골프장은 2년여전 1억7,800만원에 정회원 회원권을 분양했다.

현재 이 골프장의 주말이나 공휴일 정회원 그린피는 5만원이다. 이중 골프장이 순수하게 갖는 입장료는 2만3,982원이고 나머지 2만6,018원이 세금이다.

특별소비세(1만2,000원), 교육세(3,600원), 농특세(3,600만원), 부가가치세(4,318원), 국민체육진흥기금(2,500원) 등 그린피의 절반이 넘는 52%가 각종 제세금이다. 비회원의 경우는 그린피 12만5,000원 중 입장료 9만1,709원을 제외한 전체의 27.7%에 해당하는 3만3,291원이 세금으로 나간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0/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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