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와 탄광촌] "여기는 한국의 라스베이거스"

강원랜드, 국제수준이 전천후 휴양지 건설계획

`폐광촌을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로.'

강원랜드 스몰 카지노의 개장 소식은 도박을 좋아하는 소위 `꾼'들에겐 더없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마음놓고 게임을 즐기려면 먼 이국 땅까지 원정을 가야 했지만 이제는 내국인도 자동차로 4시간만 달려가면 언제든지 짜릿한 `손 맛'을 볼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에 1차로 정선군 고한읍에 문을 여는 스몰 카지노와 호텔은 고원 지대에 들어서는 천연 휴양지다. 정선군 백운산 해발 1,100m 고원에 들어서는 이곳은 여름에도 모기가 살기 않을 정도로 시원해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 없는 천혜의 청정 지역이다.

강원랜드 측은 2002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18홀 퍼블릭 골프장과 메인 카지노, 호텔, 빌라, 스키장 등을 추가로 건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준하는 전천후 휴양지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한국 카지노의 메카

강원랜드 카지노는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도 외국의 어느 카지노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스몰 카지노는 말 그대로 2002년 들어설 메인 카지노의 시범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규모는 국내 최대급이다.

카지노장 면적만 1,540평으로 지금까지 국내 최대였던 워커힐 카지노(약 1,200평)보다 더 크다. 더구나 국내 어느 외국 전용 카지노장에도 없는 최신 기종의 다양한 슬롯머신 기종을 구비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카지노 호텔 1층에 넓게 자리잡은 스몰 카지노장에는 480대의 슬롯머신과 룰렛 블랙잭 바카라 다이사이 빅휠 등 30대의 다양한 테이블 게임판이 비치돼 있다. 워커힐 카지노의 슬롯머신 숫자가 135대이고, 제주도와 부산 등 전국 13개 카지노를 모두 합쳐도 380대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어는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물론 워커힐 카지노는 테이블 게임 위주인 반면 이곳은 전문 도박사보다는 일반인에게 눈높이를 맞춘다는 취지에서 머신 게임에 비중을 두었다.

기종은 미국 IGT사(320대)와 BALLY사(100대), 일본의 시그마(50대), 그리고 한국 마이다스전자(10대)사의 최신 릴머신과 비디오 머신을 갖다 놓았다. 여기에 2002년 슬롯머신 1,600대와 테이블 게임 80대를 보유한 메인 카지노가 완공되면 이곳은 한국 카지노의 메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 경제 회생'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다른 카지노 보다 승률을 높게 책정해 놓았다. 승률 조절이 가능한 슬롯머신의 경우 다른 국내 카지노의 승률이 대개 88%, 미국은 90% 수준인데 반해 이 곳은 88~96%로 평균 92%의 승률이 되도록 높여 놓았다. 단지 하우스가 돈만 버는 것에 열중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수준높은 딜러, 완벽한 보안에 승률도 높아

또 단골 고객을 위해 2층에는 4개의 VIP 전용 룸을 따라 만들었다. 이곳에는 장기간 머무는 단골 고객이나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마음놓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카지노장의 모든 매출액은 중앙전산시스템(IGS)에 의해 컴퓨터로 전산처리되며 고객별로도 따로 입출금 리스트를 관리한다.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장기간 많은 돈을 잃어 주는 단골(?) 고객에게는 호텔 객실을 무료 제공하고 리무진 등 교통편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안전관리부를 따로 설치해 카지노 내에 모니터 96대를 포함해 272개의 카메라를 설치, 보안과 객장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모니터는 주로 테이블 게임과 슬롯머신 주변에 설치되는데 게임중 딜러와 손님의 담합 방지와 전문 도박꾼 추방, 폭력 행위 감시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시설뿐 아니라 딜러들의 수준도 높다. 현재 강원랜드 수석교관으로 일하고 있는 이종국(41) 팀장은 지난해 워커힐에서 열린 전국 카지노 딜러 기능대회에서 블랙잭 룰렛 바카라 등 세 종목을 석권하며 MVP를 차지한 프로딜러다.

이 팀장은 엄격한 심사 끝에 선발한 150명의 딜러들을 지난 5월1일부터 12주간에 걸쳐 현장과 다름없는 실습 환경에서 딜러로서의 게임 운영 능력과 기본 매너 교육을 시켰다.

정강 카지노 영업부장은 “비록 폐탄광촌 지역에 건설되는 카지노이지만 수준은 라이베이거스에 못지 않을 정도로 꾸며져 있어 그동안 외국으로 원정 경기를 떠났던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을 전망된다”며 “연간 1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돼 스몰 카지노만으로도 내년 매출액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1,000억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본다.

아마도 내년 초에 충분히 손익 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지노에 대한 인근 탄광촌 주민의 기대치를 맞추는 노력도 큰 과제다. 카지노장 출범 자체가 `폐광 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된 것인데다 주주 구성도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카지노 사업을 총주관하는 강원랜드는 산자부 출연기관인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최대주주로서 3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도 4개 시ㆍ군이 15%를 갖고 있어 51%가 공익 지분이다. 나머지 49%는 일반 주주 3만8,000여명에게 고루 분산돼 있다. 따라서 강원랜드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추가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 마련을 위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증자를 고려하고 있다.


지역민 참여방법 다양하게 모색

강원랜드측은 현지 폐광촌 주민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탄광촌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경로로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카지노장 딜러나 호텔 서비스 직종에 자격을 갖춘 현지 주민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또 인근 탄광촌 주민 79%가 주주로 되어 있는 강원남부주민주식회사에 청소 경비 주차 관리원 같은 인력용역의 상당 부분을 맡겨 고용을 촉진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한 관계자는 “지역 주민이 대부분 연로한 광부 출신이어서 단순 일용직에 종사하는 편이고 카지노 딜러 같은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카지노가 폐광 지역 활성화를 1차적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가급적이면 현지 주민을 고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카지노와 관련된 곳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 중 30% 가량이 탄광촌 사람이다. 그리고 카지노를 통해 이익금이 발생되면 당분간 배당을 하지 않고 50%는 무조건 이곳에 재투자 하기로 되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지역 주민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국인 카지노 허용은 국내 상황에서는 50% 이상의 성공이 보장된 일종의 특혜조치다. 이 혜택이 과연 현지 주민과 투자자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느냐가 탄광촌 카지노 프로젝트의 성패가 될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24 19:13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