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와 일본은 '혈맹관계' 였었다?


■고구려·백제 왕조실록/박영규 지음/웅진닷컴

역사는 사실이다. 가상 현실이나 픽션이 아니다. 이미 결과로 확인된 진실 이며 한 시대의 총체적인 정치 경제 사회 현상과 문화 활동의 산물이다. 그 래서 역사는 그 자체로 교훈을 주고 흥미를 일으킨다.

역사는 돈다. 시대에 따라 유형과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역사는 큰 순환 사이클을 탄다. 우리가 역사책을 탐독하는 이유가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이처럼 순환하는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나아갈 바를 찾고자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한권으로 읽는 고구려·백제 왕조실록'(박영규 지음)은 흥미로우면서도 교훈적이다. 이 책은 지금부터 700여년전 동아시아 북방 맹주였던 고구려와 이후 한반도에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에 대한 역사서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 시대에 대한 나열식 서술이 아닌, 각 시대에서 문제가 된 쟁점들을 부각시켜 새로운 해석을 붙이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우선 고구려 백제 신라를 삼국시대라는 한 테두리안에 넣는 것 자체부터 거부한다. 고구려는 백제나 신라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던 시간이 많았는데 굳이 세 나라를 삼국시대라는 테두리로 묶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구려가 건국 후 400년 동안 백제와 접촉조차 없다가 백제가 세력을 확장한 근초고왕 이후에야 조금씩 관계를 갖기 시작했을 정도로 양국은 별개의 세력에 있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고구려는 기존의 삼국사 중심이 아닌, 북방의 강대국으로서 대륙의 패권을 다투었던 단일 국가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평양 패수 환도성 등 고구려 지명에 대한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장수왕에 의해 천도돼, 고구려 후기의 수도가 된 평양을 현재의 평양으로 보는 것은 고구려 영토를 축소하려는 후세 사가들의 편견이라고 반박한다.

백제에 대해서도 기존 학설을 부인한다. 중국측에 남아 있는 기록을 근거 로 들며 황해를 거점으로 한 `해상 제국' 백제를 제기, `백제 대륙 경영설'을 주장한다.

또 백제와 일본에 대한 관계 설정도 이채롭다. 도래 백제인과 가 야인에 의한 일본 건국설을 주장하진 않지만 백제와 일본이 당시 문화적 원 조와 군사 파견까지 하는 `혈맹관계' 이상의 동맹 상태에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가야땅인 임나를 자유 무역 거점도시로 삼아 양국이 활발한 문화와 군 사교역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저자 박영규는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도이나 역사학 연구가는 아니다.

한국외국어대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비역사학도인 그는 이런 출신상의 연유로 사학자들로부터 괴변적이고 도발적이라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그래서 그 자신도 정사로 인정 받는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 같은 사료들을 자주 증거로 제시한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 또한 역사가 가지는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31 22:59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