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시인의 눈에 비친 대문호의 인생과 사상

■ 괴테와의 대화

/요한 페터 에커만 지음, 박영구 옮김

자신이 존경하고 경외시하는 사람과 평생을 친구나 동반자로 같이 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절대자(신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와의 지속적인 교분을 통해 지(智)적 양식을 쌓고 심미적 혜안을 축적할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정신과 사상을 그 절대자와 같은 반열에서 융화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한 페터 에커만. 그는 단 한사람의 절대자와 지적 교류를 나누는 것을 평생의 기쁨으로 여기며 살다간 '반쪽'시인이다. 독일 루에 강변 소도시 빈젠 출신인 에커만은 20대의 대문호 괴테에 매료돼 그와의 만남을 자처하며 스스로 괴테의 영역 속으로 들어갔다.

한때 화가와 시인으로의 성공을 꿈꾸기도 했던 그는 결국 대문호와의 인연으로 이런 모든 꿈을 접고 오직 괴테의 생각, 괴테의 말, 괴테의 사상을 이 세상에 전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는 10년간 괴테와 나눈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해 그것을 하나의 책으로 남겼다.

그것은 그가 남긴 몇 안되는 작품중의 하나지만 독일의 최고 교양서적으로 꼽히고 있다. 그것이 바로 '괴테와의 대화'(1848년)다.

이 책은 1823년 6월10일 시인 지망생인 에커만 자신이 괴테의 집을 처음 방문한 날부터 괴테가 세상을 뜬 1832년까지 무려 1,000번 가량 괴테의 집을 방문하면서 나눈 대화를 기술하고 있다. 날짜별로 쓰여진 이 책에는 그들이 대화를 나눈 시간과 장소, 동반자 등 구체적인 주변 상황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대부분 괴테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고 묘사 부분도 의도적으로 괴테의 문체를 모방하고 있다. 괴테의 며느리 오틸리에는 이 책을 읽고 "마치 (시아버지)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 책이 출간된 뒤 괴테를 둘러싼 잡음도 있었다. 괴테가 자신과는 신분이나 명성, 나이에서 비교가 안되는 에커만을 마치 '조수'나 '제자'처럼 부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괴테는 자신의 저작을 돕던 에커만의 결혼을 끝까지 반대했으며 에커만에게 경제적인 지원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에커만은 오히려 "괴테로부터 너무 많은 정신적인 소득이 얻고 은혜를 입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보면 대문호 괴테의 삶과 창작과정, 그리고 작가로서의 열정과 치열한 자세가 한눈에 잡힐 듯 선명하게 나타난다.

괴테가 문학 외에도 조형예술, 음악, 건축, 연극, 역사, 정치,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방면에 조예가 있었다는 것도 알려준다. 또한 괴테가 나폴레옹, 헤겔, 베토벤, 모차르트 등 당시 정치 문화 예술계의 거장들과 직접 교류하거나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1/09 21:39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