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광우병 감염경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발병 매개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이된 소위 '인간 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 무서운 것은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일단 발병하면 100% 사망하기 때문이다. 발병 원인과 전염 경로 등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광우병의 학문적 명칭은 우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BSE).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고 흐물흐물해지다가 죽기 때문에 얻은 명칭이다.

또 멀쩡한 소가 이 병에 걸리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방향 감각을 잃고 미친 듯이 움직인다고 해서 광우병(Mad Cow Disease)으로도 불린다.

인간 광우병은 예전부터 있었던 퇴행성 뇌질환의 하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의 증세와 흡사해 CJD의 변종으로 분류됐다. CJD는 100만명중 1명꼴로 걸리는 희귀병으로,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CJD는 1920년과 1921년 이 병을 처음 찾아낸 두 명의 독일 신경전문의 이름을 딴 것. 병이 진행되면 광우병을 앓는 소의 뇌처럼 환자의 뇌가 스펀지처럼 변하고, 기억력을 잃는 등 심한 치매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한다.

다만 CJD는 잠복기간이 수십 년이나 돼 보통 50대 후반에 발병하나 변종인 인간광우병은 연령에 관계없이 발병한다.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은 모두 '프리온'이라는 변형 단백질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물에게서 정상적으로 발견되는 프리온은 단백질의 일종이나 정상상태에서는 뇌세포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변형되면 오히려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병을 일으킨다.

프리온은 생물체의 뇌. 척수. 비장. 편도선 등에 많이 존재하고 있어 유럽연합(EU)은 제1차 광우병 파동당시 가장 먼저 쇠고기의 뇌 비장 편도선 등을 어떤 형식으로든 먹지 못하게 했다.


동물사료 통해 소에 감염

그러나 의학계는 소의 프리온이 왜 변형되는지, 변형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1936년부터 양이나 염소에서 발견됐던 '스크래피'란 병이 동물사료(육골분)를 통해 소에게 감염되고, 이것이 정상적인 프리온을 기하급수적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소에게 먹이는 육골분은 단백질 함유량을 높이기 위해 양의 내장과 뼈를 첨가해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먹이사슬로는 소가 양을 잡아먹을 일은 없지만 인간이 사료를 통해 소에게 양을 먹임으로써 광우병을 일으키는 스크래피가 소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인간이 대자연의 법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받게 되는 보복"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EU도 오랜 논쟁 끝에 육골분을 광우병 원인으로 결론짓고 EU 내에서 이의 사용을 영구적으로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렇다면 광우병은 어떤 경로로 사람에게 전이될까. 인간 광우병의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분명하게 밝혀진 게 없다. 소의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이 같은 감염원에 의해 유발된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아직 입증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쇠고기, 특히 변형 프리온이 함유된 부위를 먹으면 인간 광우병에 걸린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정상적인 프리온이 함유된 쇠고기는 괜찮다.

변형된 프리온이 든 쇠고기를 먹을 경우 내장의 임파선을 따라 비장(지라)에 모인 뒤 지라를 담당하는 말초신경을 타고 척수를 통해 뇌로 들어가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형 프리온은 끓여도 죽지 않고 전염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의 예방은 스크래피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해 광우병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 즉각 도살 폐기해 소의 변형 프리온이 쇠고기를 통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게 최선이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2/13 20:3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