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맑시즘과 군주론의 대통합

■ 마키아벨리의 가면(Machiavel et nous)

루이 알튀세르 지음/오덕근ㆍ김정한 옮김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자신의 저서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의 끝을 이렇게 맺는다. "독자 여러분, 이것을 다 읽고나신 지금, 여러분에게도 이 사나이(마키아벨리)는 '나의 친구'가 되었습니까?"

시오노 나나미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라는 논리를 펼쳐 학자와 일반 대중으로부터 혹평받는 마키아벨리를 어떻게 자신의 친구로 삼게 됐을까. 마키아벨리는 정녕 음흉하고 비열한 군주독재의 화신이자 이론가일까?

르몽드가 '마지막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칭했던 루이 알튀세르의 유고집인 '마키아벨리의 가면'(이후 펴냄)은 이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해 새로운 논쟁의 화두를 던진다.

한때 교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을 만큼 엄격한 마르크스 이론가였던 알튀세르가 어떻게 절대군주론자인 마키아벨리와 하나가 됐을까. 스탈린주의자로 출발했던 그가 1990년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30여년간을 마키아벨리 재해석 작업에 매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알제리에서 태어난 알튀세르(1918~1990년)는 파리 고등사범학교 교수를 거쳐 프랑스 공산당에서 독자적인 이론분파를 이끌었던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였다. 1960년대부터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전화시키는 기획에 몰두해 서방은 물론 공산주의 진영 내부에서조차 무수한 논쟁을 야기했다.

이 책에서 알튀세르는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크게 '현실의 우발성'(fortune)과 '역능'(정치적 행위자의 능력ㆍvirtue)이라는 두가지 관점으로 분류한다.

현실의 우발성이란 필연성만을 사유하는 실증주의내지 변증법적 유물론의 목적론을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정치, 이념 등 주변 상황과 요소에 의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변적ㆍ상황적 정세를 국민통일이란 정치적 목표 성취로 완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군주의 능력을 역능으로 본다.

마키아벨리에게 중요한 것은 군주론에서 나타나는 군주주의나 '리비우스 논고'의 공화주의가 아니라 현존하는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정세를 사유하는데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리고 그 정세분석의 핵심은 '이데올로기라는 가면을 쓰고 작동하는 정치'라고 정의한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혁명적 유토피아의 선언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시오노 나나미가 '고독한 영웅의 당대와의 완벽한 투쟁'이라는 전기적 모티브에 매료돼 마키아벨리에 동화됐듯 알튀세르는 '마르크스주의의 전화'라는 자신의 이론적 완성의 길목에서 만난 동병상련의 마키아벨리를 혁명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28 11:33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