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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전선 24時]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땅 '백령도'

[서해 최전선 24時]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땅 '백령도'

백령도는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서해 최북단 군사지역이면서도 지난해 육지 관광객 8만여명이 다녀간 행락지다. 인천을 출발해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온 여객선은 백령도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연락선 운항은 하루 3차례. 아직 관광철이 아닌지 여객선에서 내리는 사람은 군인이 민간인보다 많다.

백령도는 해병대의 섬이다. 연락선이 닻을 내린 용기포구에서 접하는 군인은 대부분 팔각모를 쓴 해병대원이다.

백령도 주둔 부대는 해병대 6여단 흑룡부대(여단장 배영준 준장). 곳곳에 서있는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의 간판들이 백령도가 해병대의 섬임을 알리고 있다. 백령도에는 이밖에 해군과 공군이 소규모 주둔해 있다. 3월 말 백령도에는 굵은 눈발이 휘날려 최전선이란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북한땅이 손에 잡힐 듯

백령도는 한국보다 북한에서 훨씬 가깝다. 백령도에서는 북쪽 장산곶에서 남쪽 해주만에 이르는 북한땅이 지척에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한국땅은 대청도와 소청도가 전부다. 백령도에서 북한해안까지는 12km 정도, 가장 가까운 북한섬 월례도까지는 8km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천항까지는 직선거리로 191.4km, 뱃길로 228km에 이른다. 북한의 치마폭에 파묻힐 듯 떠있는 섬이 백령도다.

백령도 해안선 길이는 56.75km. 주민은 4,300여명(대청도와 소청도는 1,490여명).

1998년에 비해 127명이 늘었다. 백령도를 찾는 육지 관광객이 늘면서 인구감소세도 역전됐다. 백령도 가구의 45%가 농업, 8%가 어업, 나머지 47%는 상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백령도 주민은 관광객과는 달리 섬 곳곳의 절경과 북한 땅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물 빠진 해변에서 굴을 따던 한 아주머니는 북한말 억양으로 "굴도 이젠 씨가 말라간다"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백령도 주민의 상당수는 한국전쟁기와 그 이전 북한의 황해도 등지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옹진수협 백령지점의 김춘희(32) 대리는 아직 남북한 교류가 몸에 와닿는 느낌은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적대관계 해소와 화해에 대한 소망은 강했다. "빨리 북방한계선(NNL)이 없어져 백령도 어민이 장산곶 근해에서 조업하고, 북한어민도 백령도 근처로 와서 조업했으면 좋겠다." 김 대리는 백령도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남편도 이곳 농협에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중ㆍ고교 시절 사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받았다.

북한의 옆구리에 바짝 붙어있는 백령도는 위치에서 오는 불안감 이상의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백령도는 북한의 옆구리에 겨눠진 비수와 같다.

백령도의 레이더는 서해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북한 함정은 물론이고 북한의 내륙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 이동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다. 백령도에 설치된 미사일 기지는 유사시 북한함정의 기동을 크게 제약한다.


북한의 옆구리를 겨눈 '비수' 해병대

언제든 '한방'을 먹일 태세를 갖추고 있는 해병대도 북한에겐 껄끄러운 존재다.

북한은 백령도의 해병대 1개 여단에 맞서 7배 이상의 병력인 1대 군단을 대안에 주둔시키고 있다. 경기도 김포지역 해병대도 마찬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 상륙사단인 포항 해병대는 북한군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

유사시 언제 어디로 상륙할 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군이 휴전선 인근에만 병력을 집중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배영준 여단장은 백령도의 존재가치를 군사, 정치적 전략도서로 설명했다. 군사적으로 백령도는 대북한 전략정보수집과 북한해군의 길목차단, 해병대의 상륙전 기지 기능을 갖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NNL에 인접한데다 북한에게 매우 민감한 위치에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전략도서인 백령도의 방위체제는 여느 곳과는 다르다. 배 여단장은 백령도가 민ㆍ관ㆍ군 통합방위체제 시범지역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기 때문에 민ㆍ관ㆍ군 협력은 절대적이란 것이다.

때문에 백령도에는 여성 지원예비군이 편성돼 있을 뿐 아니라 중ㆍ고생까지 1년에 54시간 군사훈련을 받는다.

남북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백령도 주둔군의 심리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배 여단장의 이야기다. 그는 "정치는 정치, 임전태세는 임전태세"라며 군인이 남북관계에 영향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해병대는 특히 지원병으로만 구성돼 있어 더욱 정신무장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6여단이 예하에 특수수색중대와 상륙대대를 두고 있는 것은 소극적 방어에만 작전이 한정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해병중의 해병' 특수수색대

6여단 특수수색중대장 정현욱 대위는 부대의 임무를 적지중심작전이라고 말했다.

전시에 북한에 침투해 첩보획득, 파괴, 교란작전을 수행하는 한편 아군 상륙부대의 공격을 위한 통로개척을 담당한다. 임무가 특별한 만큼 특수수색대원들은 '해병중의 해병'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훈련도 혹독하다. 고무보트를 이용한 야간침투훈련과 유격훈련, 수색훈련, 설한지 훈련, 천리행군, 공수훈련, 장거리 수영훈련 등이 기본이다.

특수수색대의 한택경 하사는 백령도 근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땅과 멀다는 고립감보다는 전쟁시 발전적으로 작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전쟁이 나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평소에도 생각한다." 4월9일 제대하는 수색대원 박경일 병장은 연평해전 당시 전쟁이 발발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인간적인 두려움은 가졌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 인접해 있어 전시에는 적진을 친다는 자부심으로 군생활을 버텨왔다"고 강조했다.

백령도는 남북관계의 양면성과 현주소를 압축하고 있다. 남북교류에 대한 군과 민간의 느낌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군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반면, 백령도 어민은 접적지역의 어장확대 기회로 삼고 있다.

옹진수산업협동조합의 홍성웅 조합장에 따르면 백령ㆍ대청ㆍ소청도 어민은 지난해 8월부터 해양수산부에 어장확장 요구를 해왔다.

어민은 "남북화해로 어업환경이 개선됐다"며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 군사적 목적으로 어업통제선을 좁게 제한함에 따라 기존 어장의 어족자원이 고갈됐다는 것이 어민의 주장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조만간 국방부와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어민의 요구에 응하고 싶지만 안보상 중요한 지역이라 군당국 및 해경과의 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측은 어민들의 어장확장 요구가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5도 지역 뿐 아니라 강화도와 동해안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좁은 어로구역등 고기잡이에 어려움

백령도의 어선은 모두 119척. 청정해역에서 잡힌 까나리와 조기, 꽃게 등은 인기가 높다. 장산곶이 마주 보이는 백령도 북서쪽 끝 두무진은 해안절경으로도 이름이 높다.

두무진의 경우 현재 어업한계선은 포구에서 1.4km. 어선들은 오전 7시30분 출항, 오후 6시30분 입항 규정을 지켜야 한다. 두무진 포구에 등록된 어선은 46척. 이곳 어민 역시 어로구역이 좁은데다 바닷속에 방치된 폐그물이 물고기의 이동을 막고 있어 어획량이 줄고 있다며 불평이다.

어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어업한계선 확장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선의 월경과 피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측의 경비문제와 북한측의 반응도 함께 고려에 넣어야 한다. 군당국은 어족고갈을 막기 위해 얼마전 대대적인 바닷속 폐어망 제거작업을 벌였지만 어민들의 조업한계선 확장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백령도는 중국과 최단거리에 있는 한반도 부속도서다. 이에 따라 백령도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중간기지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두번째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화동 교회가 1867년 이곳에 세워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백령도는 지정학적 위치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를 닮았다. 대만에서 140여km, 중국대륙에서 6km인 진먼다오는 중국의 턱밑을 겨눈 칼이다. 이 같은 진먼다오에 올 1월부터 선박을 이용한 중국-대만간 자유왕래가 실시됐다. 백령도 주민은 자신들의 고향에도 해빙이 찾아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1/04/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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