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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오리무중'에 갇힌 한국경제호

[경제전망대] '오리무중'에 갇힌 한국경제호

지난 겨울 유난히 차가운 북풍한설을 견뎌낸 목련과 진달래, 개나리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우리에게 상춘(賞春)의 즐거움을 듬뿍 선사하고 있다. 절기는 만물이 생동하는 축복받는 계절로 접어들었지만 우리 경제의 기상도는 요즘 새벽에 자주 나타나는 뿌연 안개에 갇혀 전진은 커녕 퇴보하고 있는 형국이다.

주가폭락과 수출감소세 반전 등 내우(內憂)도 문제지만 장기복합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발 태풍과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경착륙 가능성 고조 등 외환(外患)이 내리덥쳐 한국 경제를 비상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4월 들어 우리 경제는 '슈퍼 트리플 약세'(주가, 원화가치, 채권값 하락)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주가가 미국 증시의 침체 등으로 근육무력증에 걸린 환자처럼 비실비실대고,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본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내다팔아 달러확보에 나서면서 환율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와 환율이 불안해지자 채권가격도 덩달아 동반하락(수익률 상승)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 4일 달러당 1,365.20전까지 폭등, 외환시장이 심각한 불안양상을 나타냈다. 주가도 한때 500선이 무너져 1998년 12월 이후 2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 '무주식 상팔자'를 실감케 했다.


정부 부양대책 불구 시장신뢰 여전히 바닥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비상국면으로 인식하고, 4월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증시부양 대책(연ㆍ기금 연내 6조원 증시투입 등), 경기부양 보따리를 잇달아 풀었지만 좀처럼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주말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경제전략회의를 열어 향후 3개월을 비상상황으로 설정하고, 거시경제지표를 손질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제의 '암과 종양(부실기업)' 수술은 뒷전으로 미룬 채 이루어지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뒤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환율급등. 환율의 가파른 오름세(원화가치 급락)는 경제 전반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수입가격이 올라가 물가에 심각한 주름살을 주고, 달러로 돈을 빌리거나 설비를 수입한 기업도 환율이 상승하는 만큼 대규모 환차손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주식투자로 거액의 환차손을 입은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파는 '셀 코리아'(Sell Korea)의 악몽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지난 3월 수출증가율은 오히려 뒷걸음질쳐 무역수지 흑자관리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한국은행은 지난 5일 공휴일에 이례적으로 현재의 환율급등은 오버슈팅(이상과열) 측면이 강하다며 보유외환을 풀어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상과열되고 있는 외환시장을 식히기 위해서는 외환당국이 '공포탄'(구두개입)과 '실탄'(보유외환 투입)을 적절하게 병행 사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1997년 환란 직전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실탄을 다 써버려 나라의 곳간이 텅텅 비게 만들었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시장과 무모하게 맞서지 말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증시도 안개 속에 갇혀 있다. 나스닥 시장이 미국의 실업률 급등과 기업들의 실적악화 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환율급등으로 거래소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지지하기도 버거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되는 야후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발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국내증시도 또 한차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합병 난항, 금융감독기능 방안 뜨거운 감자로

우량은행간 합병 모델로 평가받은 국민-주택은행간 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합병비율 등을 둘러싼 두 은행간 첨예한 이견으로 당초 목표로 한 7월 합병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주말 재정경제부가 전격발표한 금융감독 개편방안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부상한 금융감독기능 재편방안은 재경부-금감위 연합군과 금감원간의 내몫찾기식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

핵심은 금감원의 정책 및 감독기능을 재경부와 금감위로 이관하고, 금감원은 단순한 조사 및 검사기구로 격하시키는 것.

'환란의 주범'이란 멍에를 쓰고 있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이 같은 행보는 관치금융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다. 재경부가 환란이후 빼앗긴 관치금융의 칼자루를 탈환하기위해 발톱을 드러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의춘 경제부 차장 eclee@hk.co.kr

입력시간 2001/04/1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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