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탄력 받는 차기후보론

여야가 '이회창 대세론'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4ㆍ26 재ㆍ보선 승리이후 '이회창 대세론' 굳히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주초에 4ㆍ26 재ㆍ보선 직후인 4월30일 한겨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근거로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이 의미 있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총재는 민주당의 대권주자인 이인제ㆍ노무현 최고위원, 고건 서울시장 등과 1대1의 가상 대결을 펼칠 경우 10% 포인트 안팎으로 안정적인 우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두 달 전의 여론조사에서는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노무현 최고위원에 오차범위 내의 근소차로 리드하거나 오히려 지는 결과도 나왔었다.

권철현 대변인은 "세풍 총풍 안풍 등 여권의 이회창 죽이기 시도가 허풍으로 밝혀지면서 그 동안 이 총재에 대해 지지를 유보해 온 층이 점차 지지 쪽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라며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또 초파일인 5월1일 조계사 법요식에 갔을 때 이회창 총재 연호가 터져 나오고 악수세례를 받았던 일을 소개하며 "체감 여론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풀 꺽인 한나라 비주류 중진들

이 총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자 한나라당 내의 비주류 움직임도 둔해지고 있다.

개헌론을 앞세워 이회창 총재에게 도전을 했던 김덕룡 이부영 의원 등 비주류 중진의 목소리가 한풀 꺾였고 한 때 위험 수위로 치닫던 당 내 보수세력과 개혁세력 간의 갈등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정가 분석통들은 이 총재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원인을 1차적으로는 정부 여당의 정국 운영 난조에 따른 반사이익에서 찾는다.

정부 여당은 연초에 강력한 정부론을 내세워 정국주도권을 장악했지만 건강보험재정 파탄 위기와 장기 경제불황 등으로 민심이반이 가속화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회창 총재는 대여 강공보다는 온건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당 안팎의 비판 인사들을 끌어안는 '햇볕정책'을 구사함으로써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회창 총재가 영수회담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김대중 대통령을 격렬히 비난할 때 이 총재의 지지도가 떨어졌던 점과 비교하면 최근 이 총재의 온건이미지 전략은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세론' 확산 시도에 대해 "1997년 1월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휩쓸었던 사람은 박찬종씨였는데 그는 지금 어디 있는가"라며 김빼기 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김현미 부대변인은 "이회창 총재가 97년 대선 때 당시 여당 후보로 확정된 다음날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이 60 대 20 이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일희일비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모르고 있다"는 비아냥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차기 정권 부담론'도 이회창 대세론 확산 전술로 볼 수 있다.

"현 정권의 실정으로 다음 정권으로 엄청난 부담이 떠넘겨진다"는 차기정권부담론은 '이회창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를 전제로 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직접채무와 보증채무, 준국가채무와 정부출자기관 부채까지 합치면 나라 빚이 10년 치 예산인 1,000조원이나 된다"면서 "이 같은 부채의 대부분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가 채무를 터무니 없이 부풀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서슴지 않은 한나라당이 과연 국가를 책임질 자격이 있느냐"고 역공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은 "환란극복과 경제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국가적 부담을 현 정권의 실정 탓으로 돌리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제계 일부에서도 "한나라당이 국가부채를 부풀리고 국부유출론을 펴 기업해외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계획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은 정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조기가시화론 후유증으로 신경전

한나라당 내부가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민주당은 김중권 대표가 제기한 후보조기가시화론 후유증 등으로 내부사정이 복잡하다.

내년 지자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권의 대선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하고 가능하면 영남인사를 내세워야 한다는 취지의 김 대표 발언은 당내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 대표 본인과 청와대의 적극적인 진화로 파문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으나 수면하에서는 대권주자들 간에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동교동계 일각을 중심으로 기존의 대권주자가 아닌 제3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제3후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대선후보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3후보론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현재의 후보들로 안 된다면 제3의 인물을 찾아내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쉬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5/0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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