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SEAL] 지옥주를 넘어 인간병기로 재탄생

생도교육은 ‘인간개조’ 훈련

적조현상으로 진해 앞바다는 물빛이 붉었다. 고속침투정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한 치 물속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도가 심했다. 고무보트를 타고 온 UDT/SEAL 생도들이 교관의 지시에 따라 4명씩 동시에 입수했다. 산소통과 수경, 오리발을 착용한 채 뒤로 구르듯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번 훈련은 45m 깊이까지 들어가는 심해잠수 과정이다. 극기주(지옥주) 훈련을 통과한 UDT/SEAL 생도들이 본격적인 전술전기를 연마하는 과정에 들어간 것이다.

입교 8주만에 생도들의육체는 이미 절반쯤 ‘람보’가 돼 있었다. 적조현상이 있는 수심45m 지역은 암흑 그대로다. 수압의 부하는 지상의 4배 이상이다. 체력이 없으면 축구공이 주먹만하게 쪼그라드는 수압을 견딜 수 없다.


최악조건에서 생존능력 키우는 지옥주 훈련

해군 특수전 부대 교육훈련대장 오영달소령은 “람보와 맥가이버를 합쳐놓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 UDT/SEAL 훈련”이라고 말했다.

체력과 테크닉, 임기응변능력, 동물적 본능을 모두 인정 받아야 비로소 UDT/SEAL 대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원자는 기초교육훈련 24주(6개월)와 기본공수훈련3주 과정을 통과해야 UDT/SEAL 대원 자격이 주어진다. 자대에 배치되면 또다시 임무별 전문화 교육을 제대할 때까지 계속 받는다.

24주 기초교육훈련 과정에는 수영과 극기주 훈련, 스쿠버, 폭파, 특전전술, 사격, 팀별 기동, 대테러 등이 포함된다. 수영은 맨몸으로 2마일 이상, 오리발 착용시 4마일 이상이 기본이다. 턱걸이 32개, 구보 40km는 교육을 받기위한 필수 관문이다. 평범한 인간들이 전투기계로 개조되는 것이다.

생도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관문은 역시 극기주 훈련이다. 지옥주 훈련이란 별칭이 붙은 것이 우연이 아니다. 극기주 훈련은 최악 조건에서의 생존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138시간(1주일)지속되는 극기주 훈련 기간에 생도들은 잠을 잘 수 없다. 옷 한번 갈아입지 않고 갯벌과 시궁창, 물속에서 체력, 담력훈련을 받는다.

극기주 훈련은 3일째가 가장 힘든다. 식욕보다 더 강한 것이 수면욕이라고 한다. 엄청난 육체적 피로 속에서 몰려드는 잠은 인간을 거의 미치게 만든다.

식사는 갯벌과 물위에서 서너명이 고무보트를 머리에 인 채 한다. 고무보트의 무게는 70kg이 넘는다. 고무보트를 인 채 서서 식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밥을 주면 먹기보다 잠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극기주를 거친 생도들의 눈빛은 비로소 독기와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극기주를 마치면 생도들에게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UDT/SEAL 생도는 전원이 지원자다. 창설 이후 줄곧 지켜온 전통이다. 1년에 한차례 입교하는 지원자 비율은 최근 약 3대 1. 아무나 입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수영을 잘해야하고,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나머지 힘과 기량은 훈련 중 만들어 진다. 지원자 중 일반병은 최근 80% 이상이 대학재학의 고학력이다. 직업군인을 지망하는 부사관은 대부분 운동선수 출신이다.

훈련과정은 미국 SEAL이 개발한 과학적 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점차 훈련강도를 높여가며 신체 근육 하나하나를 전투에 맞게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입대 전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잠재적 질병이 있는 사람은 훈련 중 예외없이 후유증이 나타난다. 그만큼 훈련이 힘든다는 이야기다. 지원자는 입교 시 ‘교육 중 발생하는 사고는 본인 책임’이란 서약서를 써야 한다.


생도 전원이 지원자

지원자들인 만큼 스스로 퇴교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퇴교를 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상 등을 막론하고 3일 이상 훈련에 빠지면 무조건 퇴교다. 매 과정에서 요구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교관 퇴교심사위’의 결정에 따라 방출된다.

생도들의 최종 교육이수율은 50%에 못 미친다. 한때는 10% 수준만 수료한적도 있었다. 위탁훈련을 받는 육군 특전사 대원들과 해병대원들의 이수율도 비슷하다.

지원자들의 정신자세는 특별하다. 항해과 장교로 함정근무 3년 경력인 정재욱 해군중위는 특수부대가 적성에 맞다며 훈련에 지원했다. 작년에 14주 훈련을 받은 뒤 퇴교 당했다 올해 다시 지원한 UDT/SEAL 재수생이다.

부사관으로 지원한 조성웅(21) 생도는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의 맏아들이다. 조 생도는 입교 후 모친이 별세했지만 굳굳히 견뎌내고 있다. 그는 “남자는 고생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원했다.

△ UDT/SEAL 훈련에 지원한 정재욱, 조성웅, 박한별, 김민철, 김형진, 강병주, 노태경, 이돈욱 생도(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 조성웅 생도는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의 맏아들이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부모님만 생각하면 약한 생각이 싹 달아난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4학년 재학 중지원한 박한별(24) 생도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그는 부모님께 UDT/SEAL에 지원한 사실을 숨겼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2학년을 마친 이돈욱(22) 생도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겪어야 할 군생활이라면 더 배우고 느낄 수 있는 UDT가 좋다”며 지원했다.

위탁교육 온 육군 특전사 김민철중위와 해병대 특수수색대 김형진 중위는 계급과 나이(25)가 같다. 이들은 내심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군의 명예를 위해 “죽어도 퇴교는 당하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부사관으로 지원한 강병주(19) 생도는 훈련을 통과하면 부자 UDT/SEAL 대원이 된다. 부친 강복구 원사는 현재 해군사관학교 스쿠버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노태경(22) 하사는 이번이 두번째 훈련이다. UDT/SEAL 대원으로 일반 병 복무를 마친 뒤 부친의 권유에 따라 부사관으로 신분전환을 했다.

노 하사는 앞으로 특수전 분야에서 직업군인이 될 생각이다. 그는 이번이 두번째 훈련이라 처음보다는 다소 수월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노 하사는 기회가 닿으면 다시 장교로 신분전환을 할 계획이다. UDT/SEAL 장교가 되려면 그는 3번째 교육을 거쳐야 한다.

미국 SEAL 훈련 과정은 영화 ‘GI 제인’에서 소개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여군이 UDT/SEAL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해군 여장교가 임관한 지금 UDT/SEAL이 마지막 ‘금녀의 공간’으로 남아 있을지 주목된다.

UDT/SEAL 훈련에 지원한 정재욱,조성웅, 박한별, 김민철, 김형진, 강병주, 노태경, 이돈욱 생도(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 조성웅 생도는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의 맏아들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 사진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13 14:17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