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젠더] 당당한 트랜스젠더 윤지선

“제 평생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어머니가 ‘너무 야하게 입고 다니지 말아라’하는 말씀을 하셨을 때입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 임을 스스로 공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로 인해 감내해야 할 사회적 차별과 불이익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지선(25ㆍ가명)씨는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이 남성을 버리고 여성의 성으로 바꿔 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K중견 벤처기업의 촉망 받는 컴퓨터 디자이너다. 1남4녀중 넷째이자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여성적인 성격을 가진 예비 트랜더젠더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여느 트랜스젠더와는 다른 삶을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우리 사회의 폐쇄성 때문에 트랜스젠더들은 유흥업소에 가거나 아니면 자신의 성을 속이고 취직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만이라도 이런 굴레를 깨고 싶었습니다.”

윤씨는 다른 트랜스젠더들과 똑같은 고민과 경험을 했다. 남자로 살아보려고 헬스로 몸을 단련하기도 했고, 웅변대회에 나가 소리도 지르며 남성답게 변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다 좌절해 죽음의 목전에까지 가보기도 했으며 부산과 이태원 유흥가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는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이 기피하는 군대에도 갔다. 물론 폐결핵으로 중도하차 하긴 했지만 군생활 중 만난 4년 연상의 여자와 합법적인 결혼도 했다. 결혼 생활은 채 2년을 못 가서깨졌다. 파경의 원인은 섹스 문제였다.

예전의 아내는 ‘언니’로 변해 지금도 만나고 있다. 이혼을 계기로 윤씨는 더 이상 남자로 살기를 포기했다. 대신 여자로 떳떳하게 살기를 결심했다.

현재 윤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 동료들은 그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안다. 처음부터 “월급은 적어도 좋으니 치마 입고 다녀도 상관하지 말라”는 게 그의 입사 조건이었다.

부모님들도 윤씨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3년전부터는 인터넷에 라는 트랜스젠더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트랜스젠더들의 공개 토론을 주관하거나 네티즌의 개인 고민을 상담 해준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새로운 성에 대해 너무나도 고마워 하며 사는 이사회의 아웃사이더 입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 사회의 편견과 장벽은 너무도 견고합니다. 우리 트랜스젠더가 바라는 것은 무조건 우리를 이해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선입관을 가지고 터부시 하지 말고, 한 인간으로 봐달라는 것입니다. 트랜스젠더는 선천적인 장애자 입니다. 불결하거나 천박한 성적 유희자들이 결코 아닙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7/18 20:53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