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패착으로 가는 극단적 실리바둑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⑥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나 할까. 드디어 이창호는 기회를 잡는다. 삼세번이라고 했지만 최고위, 국수, 패왕전에서 잇단 도전을 성사시켰으나 조훈현의 거대한 무게에 눌리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물러난 89년. 그래도 사람들은 89년을 가장 이창호가 힘을 쓴 한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89년 말미에 최고위전에 또 한번 도전했다. 제1국에서 흑 6집 반승을 거두어 여태 스승과 겨룬 시합 중 가장 내용이 좋은 명국을 만들어낸 다음 2국은 부산에서 완패를 당해 1승1패. 아무래도 지방대국은 아직은 징크스가 있나보다.

제3국은 한국기원 대국장이어서 그에게 심적부담이 덜했다. 과연 반상에 몰입하는 자세가 달라 기합의 승리를 거둔다. 2승1패.

천하의 조훈현을 상대로 제자가 막판으로 몰자 바둑가는 놀라워하면서도 현재 스코어는 비록 이창호가 유리하지만 최종승자는 조9단이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무서운 저력을 보여준 응창기 결승에서 중국의 반달곰 네위이핑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둔 전력도 있고 해서다.

과연 조9단은 막판을 극복했다. 제4국에서 이창호에게 패했던 제2국과 똑같은 포석을 재현했는데 아마도 이창호는 포석이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드디어 역사적인 5국. 90년 2월2일 오전, 대국장인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은 보도진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고 정시보다 10분쯤 지각하여 조훈현과 이창호가 입장한다. 그들은 조훈현의 부인 정미화씨가 손수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오기 때문에 지각을 해도 같이 한다.

TV조명의 광도(光度)가 휘황한 상태에서도 이창호는 예의를 갖추고 흑1, 3 대각선 포석을 들고 나왔다. 평균 3분 정도에 한 수씩 두었다.

조훈현은 실리포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날은 세력포석을 해보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세력을 고집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상대가 실리를 계속 차지하면 자연히 이쪽은 세력을 이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랬다. 이창호는 줄기차게 실리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창호가 선(線)을 낮게 기는 포진을 선보이자 "평소 이창호의 스타일이 아니다"며 기사실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원을 넓히고 쳐들어온 흑을 공략해야하는 입장은 괴로운 것이다. 실리는 지금 형세를 대변하지만 세력은 모든 전투가 끝나봐야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창호는 중앙에 흑 미생마를 띄워놓고 한쪽 귀를 또 도려낸다. 극단적인 실리파의 양태다.

그러자 조훈현은 진노한다. 조훈현이 1시간 30분을 장고하여 공격에 나섰으나 기사실에서는 "조훈현이 바둑을 망쳤다"란 얘기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중앙이 어느 정도 지켜지기는 했으나 하변에서 터를 잡은 흑이 아무래도 나은 분위기. 그런데 상변에서 백집이 너무나 크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창호의 조심스런 기풍이 빚은 완착이 나왔는데 단호하게 나갔어야 할 대목에서 우유부단한 심정으로 막아서다가 졸지에 상변 백집이 커지는 것이 아닌가.

조훈현은 망외의 소득을 올리자 승리를 의심치 않았고 착점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뉴스화제]



● 윤광선 대학바둑 새로운 스타탄생

7월12,13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제20회 전국대학 바둑패왕전에서 윤광선(인하대) 아마 5단이 이중세(명지대) 아마 6단을 맞아 194수만에 백으로 9 집반승을 거두고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다.

윤광선군은 대학가의 절대강자로 군림한 명지대학을 맞아 접전 끝에 물리침으로써 최근 3년 연속명지대학이 우승을 차지한 저력을 이겨내고 새로운 스타로 탄생했다. 18개교 75명의 전국 대학생들이 참석했다.


● 위빈, 중국 기성에 올라

위빈(兪斌)이 중국기성 타이틀을 2연패 했다. 7월17일 중국기원에서 벌어진 기성전 도전7번기 제6국에서 장원동(張文東) 9단을 맞아 263수만에 반집승을 거두고 4:2로 역전 방어에 성공했다.

위빈 9단은 1, 2국을 연패하며 부진했으나 제3국부터 6국까지를 내리 따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중국기성은 우승상금이 30만위안(함화 4,500만원)으로 최대 타이틀이다.

입력시간 2001/07/25 19:4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