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정권운영의 도구?

임명도 경질도 정치적으로

미국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이라는 수치스런 판정을 받아 거센 사임압력을 받아오던 오장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경질됐다. 재임 5개월만이다. 후임에 김용채 한국토지공사 사장이 임명됐다.

오씨가 공동여당의 자민련 몫 장관이어서 김 장관이 기용됐다. 신임 김 장관은 오 전장관이 장관으로 추천될 때 함께 거론됐던 사람이다.

야당은 임명발표가 있자마자 “또 전문성도 도덕성도 없는 사람을 임명했다”고 비난했다.

야당은 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 ‘DJP권력 나눠먹기’와 ‘JP달래기’라고 맹공하며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거취를 거론했다.

김 장관을 임명하는 대신 임 장관의 유임을 JP로부터 양해받지 않았냐는 의구심이다. 반면 청와대는 “김 장관은 다양한 국정경험과 정치력을 갖췄으며, 특히 국회 건설교통위원장과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지내 건설교통 행정에 밝은 분”이라고 임용배경을 설명했다.


‘장관의 역할에 관한 연구’ 논문서 분석

왜 이 같이 상반될까. 이 같은 의문을 나름대로 풀어주는 박사 학위 논문이 나왔다. 논문은 역대 우리나라 장관들은 어떻게 장관 자리에 앉았다가 왜 물러났고, 부처의 간부 공무원들이 보는 유능장관과 무능장관은 어떤 유형인지, 역대 정권은 서로 어떻게 달랐는지를 분석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호균 연구원이 8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취임했던 장관 342명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한 `장관의 역할에 관한 연구-전두환~김대중 정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우리나라 장관 3명중 2명은 임명당시 전문성이나 능력외에 정치적 기준이 고려됐고, 5명중 4명은 국정쇄신과 민심수습 등 업무상 과실과 무관한 정치적 사유로 경질됐다.

또 장관의 교체와 부처행정 변화와는 상관관계가 크게 없어 장관이 `정치적 도구화'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장관 342명의 임명사유를 조사한 결과 65.4%(224명)가 임명당시직ㆍ간접적으로 정치적 보상이나 지역안배, 친분관계 등 정치적 기준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적 보상차원에서 장관이 임명되는 경우는 ▦ 대통령의 측근 심복부하 임명 ▦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구를 양보한 인사의 대가 차원 임명 ▦ 부진이 예상되는 지역의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해 아쉽게 패배했거나 선거자금이나 시설제공 등 물질적 지원자에 대한 포상차원 임명 ▦ 정당간 연대나 정당내 계파 안배 등이다.

장관들을 `정책전문가 역할', `정치적 역할', `일반관리자 역할' 등 3가지 기준으로 분류한 표면적 결과로는 정책전문가 역할이 59%(202명)를 차지, 정치적 보상이나 상징적 차원으로 임명된 경우(26%)나 일반행정경험을 기준으로 임명된 경우(15%)보다 많았다.

그러나 정책전문가와 일반관리자 중에서도 지역안배나 친분 등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보상차원 등 정치적기준이 고려된 경우가 134건이나 됐다.

해임된 장관은 325명으로 이중 김영삼 정부가 10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두환 정부 96건, 노태우 정부 93건, 김대중 정부 35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경질사유중 업무책임이나 스캔들 등 장관 개인의 귀속 사유로 인한 경우는 79건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했고 나머지 246건은 민심수습(59건)이나 정권이양(52건), 부처개편(18건) 등이었다.


YsㆍDJ 정부서 단명현상 두드러져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3.9개월이었다. 최장기록은 53개월, 최단기록은 1개월이었다. 부처별로는 외교통상부가 21.1개월로 가장 길었고 내무부(행정자치부 포함)의 경우 9.3개월로 가장 짧았다.

전두환 정부(18.3개월)와 노태우 정부(13.7개월)의 경우 평균을 웃돈반면 김영삼 정부(11.6개월)와 김대중 정부(10.5개월) 등 민간인 정부때 단명현상이 심화됐다.

전두환 정부가 긴 것은 8년동안 집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간인 정부의 재임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은 집권하기까지 경제적인 지원이나 경제외적인 지원을 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나 은혜를 갚는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분석된다.

이는 342건의 장관 임명 사례 중 정치적 기준이 고려되어 임명된 경우가 224건으로 65%를 차지한 사실에서 드러난다.

장관 10명당 7명꼴로 정치적 기준이 고려돼 임명됐다는 얘기다. 정부별로 보면 전두환 정부가 96건 중 53건(55%), 노태우 정부는 93건 중 61건(66%), 김영삼 정부는 101건 중 69건(68%). 김대중 정부는 52건 중41건(79%)이다.

민간인 정부의 정치적 기준에 따른 장관 임명 비율이 높은 것은 3당연합(김영삼 노태우 김종필)과 2당 연합(김대중 김종필)에 의해 정권을 잡은 관계로 계파간 자리안배가 장관임명이라는 수단을 통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장관들의 단명은 정책ㆍ행정에 대한 노하우 축적을 불가능하게 해 정책 행정상의 과도기 영속화, 근시안적이고 미시안적 입장에서의 정책 결정, 한건주의, 타 부처와의 팀웍 형성 어려움 등의 행정적 폐해를 낳는다.

16개 부처 장관 86명을 대상으로 부처의 국ㆍ과장급 설문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장관들의 역할 유형을 보면 정책의 개발이나 추진에 역점을 두는 정책역할 유형이 31%(27건)로 가장 많고, 조직내부 문제의 해결에 역점을두는 조직관리 유형이 20%(17건), 부처의 대외업무 추진에 역점을 두는 대외관계 역할 유형이 19%(16건), 혼합 역할유형 17%(15건)였다.

특히 13%(11건)는 위의 역할들에 관심이 없이 자리나 지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장관들이 재임하는 기간에 정책의 개발이나 추진에 역점을 두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재임기간에 한가지 역할에만 역점을 두는 유형이 대부분(83%, 71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3개월이라는 짧은 재임기간에 여러가지 역할에 두루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학자출신 장관 업무능력서 낮은 점수

그렇다면 유능장관과 무능장관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논문은 유능한 장관 29명과 무능한 장관 34명을 경력, 임명기준, 재임기간, 경질사유 순으로 설문을 통해 고찰했다.

먼저 경력배경의 경우를 보면 유능장관은 관료와 정치인 출신이 각 10명, 학자출신 6명, 경영인 군인 언론인이 각 1명이었다.

무능장관은 학자출신이 11명, 관료 정치인 출신이 각 8명, 언론인 2명, 경영인 군인 법조인 연극인 의료인이 각 1명이었다.

정치인 출신 유능장관은 대체로 부처업무 추진 능력과 조직관리 능력에 장점을 가진 점이 꼽혔으며, 학자출신 무능장관은 소속 구성원들과의 융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부처 업무처리에서 청와대 국회 언론 이익단체 등에 대한 교섭능력 부족이 지적됐다.

임명기준으로 볼 때 유능장관은 전문성에 따른 임명이 16명, 일반관리성에 의한 임명이 7명, 정치적 기준에 따른 임명 6명 순이었다.

반면 무능장관은 전문성에 의한 임명이 16명, 정치적 기준에 의한 임명이 14명, 일반관리성 임명이 4명이었다. 전문성에 따른 임명에서 유능 무능장관의 비중이 같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경력배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 유능장관의 출신을 보면 관료 6명, 학자 5명, 정치인 4명 등의 순이고, 무능장관은 학자 9명, 관료 3명, 정치인 2명 등의 순으로 학자출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학자출신 유능장관은 부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부처업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특징이고, 무능장관은 부하공무원과 잦은 의견충돌을 빚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경향이 강했다. 무능장관 중 정치적 기준에 의해 임명된 인사들의 공통된 특징은 부처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채 임명권자와의 친분관계에 의해 임명됐다는 것이다.

재임기간으로 볼 때 유능장관은 평균 16개월로 전체 장관 평균재임기간(13개월)보다 훨씬 길었으나, 무능장관은 9.67개월에 불과했다.

경질사유로 볼 때 유능장관은 정치적 사유에 따른 교체 16명, 업무관련책임 6명, 상징적 사유 5명, 건강 등 이유 2명이었으며 무능장관은 업무관련 책임 11명, 정치적 상징적 사유 각 8명, 스캔들 7명이었다.

오 전 장관은 이 논문의 연구대상은 아니었지만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8/29 19:06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