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보이즈 앤 걸즈

오랜만에 젊은날의 상큼한 사랑과 만나본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대학생판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이야기 구조와 진행에 있어 유사한 점이 많은 <보이즈 앤 걸즈 Boys andGirls>(15세, 메트로홈)는 로버트 이스코브의 2001년 작.

1947년, 캐나다 토론토 생인 이소코브의 아버지는 록 밴드 David Isocove & Adam Isocove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따라서 일찍부터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된 이소코브는 TV 드라마 에 참여하며 영화계 진출을 모색했다. 1999년 작 과 2000년 작 에 이어 젊은 감각을 잘 파악한 <보이즈->를 내놓고 있다.

<보이즈->가 <해리가->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는데,우선 수년에 걸쳐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만남을 거듭하며 발전해가는 두 남녀의 관계가 그러하다. 남녀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영화가 대개 그러하듯 이들의 성격, 가치관이 상반되는 데서 오는 갈등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두 번째 유사점으로 꼽을 수 있다.

세 번째 공통점으로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청춘 스타의 매력. <해리가->에서 멕 라이언의 캐릭터가 특히 두드러져 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던 것처럼, <보이즈->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더욱 돋보여 클레어 폴라니를 주목하게 만든다.

폴라니는 <조 블랙의 사랑>으로 얼굴을 알린 바 있다. <조-> 는 브래드 피트의 미모가 스러지기 전에 그의 아름다운용모를 스크린에 남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트를 멋지게 묘사한 영화였지만, 이 유명 스타에게 기죽지 않고 사랑스런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 폴라니의 재능도 눈이 부셨다.

수줍게 마음을 내보이던 <조->에서의 역할이나, 당찬 면모를 보여주는 <보이즈->로 미루어 볼 때, 폴라니는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뒤지지 않는 여배우로 성장할 것같다.

폴라니의 상대역을 맡은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의 틴 에이저 스타에서 무난하게 역할을 키우고 있는 미남 배우. 그의 엉뚱한 룸 메이트로 출연한 제이슨 빅스는 <아메리칸 파이>에서 파이로 거기를 가리던 바로 그 남학생.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는 가분수 배우다.

손목 시계를 두 개나 차고 비행기 이륙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소년 라이언. 출발을 지연시킨 소녀 제니퍼가 옆자리에 앉는다. "짐 싸느라고 늦었냐?" "첫 생리 때문에. 넌 오르가즘을 아니? 아버지가 비서랑 바람을 피웠어." "사랑도 노력을 해야하는거야." "엄마는 사랑이 쓰레기라던데." 중학생이 나누는 대화라곤 믿기 어려운 말들이 오간다.

4년 후 할링 고등학교. 치어리더 퀸으로 뽑힌 제니퍼(클레어 폴라니)가 럭비 킹과 퍼레이드를 벌인다. 동물 마스크를 쓰고 뒤따르던 라이언(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이 제니퍼를 알아본다.

"생리때마다 널 기억했어." "쟤가 네 애인이냐?" "난 남자가 필요없어."안경과 교정 틀니를 놀려대며 바보라고 소리를 지르다 화내며 헤어진다.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대학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이 지독한 인연을 가르지못해 친구가 된다. 그러나 매사를 준비와 계획 하에 살아가는 건축 공학도 라이언과 졸업 후 그리스로 가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계획이 없는 라틴어 전공의 제니퍼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는 데에는 장애가 너무 많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9/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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