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수술, 꿈의 기술인가?

최고의 시력교정술 인식, 혼수선물 3위에 오를 정도

‘꿈의 기술’ ‘제3세대 시력교정술’.

레이저를 이용해 눈의 각막을 깍아 시력을 회복시켜 주는 라식수술을 이렇게 격찬한다.

1980년 엑시머 레이저에 의한 레이저 수술시대가 열린 이후 라식수술은 현재까지 가장 각광받는 최고의 시력교정술로 평가받고 있다. 수술실로 들어가 20~30분만 할애하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식수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것은 2년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동안 라식수술을 받은 사람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신세대들에게 가장 받고 싶은 혼수선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라식수술이 당당히 3위에 오를 정도다.

라식수술은 의사의 실력과 수술장비에 많이 의존된다. 그래서 각 안과들은 다투어 자신들이 어떤 라식수술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내 최초00기종 도입’이니 ‘세계 특허 받은 00기종’이나 하는 말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람들은 넘쳐 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어떤 기종이 좋을 지, 그런 것이 내 시력을 향상 시키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11월 11일 눈의 날을 앞두고 우리가 몰랐던 라식수술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라식에도 나이 제한이 있다

라식수술이 널리 알려지고, 주변에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학부모나 중ㆍ고생들이 상담을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라식수술에도 커트라인이 있다. 바로 ‘18세가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18세 이전에 라식수술을 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각막을 레이저로 깎아 시력을 1.0으로 맞춰놓았는데, 안구가 커져 눈(여기서 눈이란 안구의 크기를 말한다)이 더 커지게 되면 다시 근시가 오게 된다.

키와 마찬가지로 눈도 만 18세 정도까지 ‘성장’하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서 키가 컸다’는 사람도 있듯이 18세가 넘어서도 안구가 커지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성년이 됐다 하더라도 최소 1년 간 시력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수술을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안구 성장 중에 수술을 하게 된다면 근시가 진행될 것을 감안해 과(過)교정, 즉 원시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경우로 돌발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안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

이와는 반대로 중년을 넘긴 경우에도 라식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라식수술 위험성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나 녹내장 혹은 망막질환 같은 성인병성 눈 질환이 발병하기 쉽고 노안 증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라식수술 자체가 이런 증상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아니다. 또 라식수술을 하면 백내장 혹은 녹내장수술에 지장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질환의 수술과는 무관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3세대 레이저를 이용한 토스카와 와스카

라식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막을 깎아내 시력을 교정하는 ‘레이저’다. 흔히 엑시머레이저를 제일 먼저 떠올리겠지만 현재 안과 전문의들이 수술에 사용하고 있는 레이저는 매우 다양하다.

제1세대 레이저라고 할 수 있는 엑시머레이저는 라식수술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레이저다. 엑시머레이저는 원방식의 브로드빔(Broad-beam)으로 원통형의 레이저 광선이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카메라의 조리개 역할을 하는 기구로 광선의 양을 조절한다.

레이저 힘이 강하고 안정성이 있어 조사(照射) 시간이 짧아 비교적 정확하게 목적한 부위를 공략할 수 있다.

그러나 레이저 빔이 한꺼번에 각막의 넓은 면을 치므로 각막면의 고르기가 다소 떨어져 부정난시(각막의표면에 굴곡이 생겨 나타나는 불규칙적이고 부분적인 난시)나 야간 눈부심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MEL60은 제2세대라 할 수 있는 선방식, 슬릿 스캐닝(격자조사ㆍSlit scanning)이다. 레이저 광선을 막아 좁은 틈(slit)을 통해서만 나가게 하고, 이 틈을 움직임으로써 각막을 효과적으로 절삭하는 것이다.

레이저 조사 표면이 고르고 매끈하며 몇 번을 재현하더라도 깎인 표면이 일정하다. 그러나 여전히 수술 중에 환자가눈을 움직일 경우 잘못 깎여 나갈 우려가 있다는 점이 흠이다.

MEL70, C-lasik217,Lada Vision4000 등은 제3세대 레이저로 가장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한 플라잉 스팟(점사, Flying spot)방식이다. 지름1~2㎜의 레이저빔이 각막의 주변을 마치 점찍듯이 콕콕 찍어대기 때문에, 최소의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조직 손상 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

안구운동추적장치가 내장돼 있어 수술 중 눈을 움직여도 레이저가 자동적으로 추적해 근시와 난시를 교정한다.

플라잉 스팟 방식의 레이저를 사용하는 수술법에는 토스카(TOSCAㆍTopography Supported Customized Ablation)와 와스카(WASCAㆍWave frontAberration Supported Corneal Ablation)가 있다.

토스카는 각막의 생김새를 판단하는 각막지형촬영장비(토포그라피)와 엑시머레이저를 결합해 시력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레이저 시력교정수술 후에 나타나는 부정난시나 중심이탈(레이저빔이 동공 중심에 정확히 맞지 않는 경우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교통사고나 외상으로 시력에 이상이 생긴 경우나 각막이식 수술이나 각막염등으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시력이 상실된 경우에도 효과적인 수술법으로 알려져 있다. 토스카는 3년 전부터 유럽 등 외국에서 시술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2년 전에 도입됐다.

토스카 원리는 등고선을 이용해 설악산지도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높고 낮은 봉우리와 계곡, 평지에 따라서 등고선 간격이 넓다가 다시 좁아지고 색깔이 달라진다. 이 때는 각막두께와 높낮이, 각막 굴절도 등으로 각막의 굴곡정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를 컴퓨터를 이용해 토스카 프로그램이 내장된 엑시머레이저로 전송하면 데이터에 맞추어 레이저 광선의 각도와 깊이, 방향 및 레이저의 양이 자동으로 조절돼 레이저를 조사하는 것이다.

토스카는 백내장 수술 후 생기는 난시도 교정이 가능하다. 서울 삼성동 미래안과 이호용 원장은 “백내장 수술 환자 중 토스카 수술을 받은 50대 이상 환자 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환자의 81%가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만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와스카는 각막의 모양 뿐 아니라 눈의 상태에 따른 수차(Aberration) 현상까지 감안해 교정하는 수술법이다.

특수 장비인 에버로미터(Aberrometer)를 이용해 안구의 각막, 수정체 그리고 망막에 이르기까지 눈 속의 모든 조직을 포함한 굴절이상의 정보를 통합한 결과를 보여주고 이 데이터를 레이저 기존에 그대로 쏘아 수술을 하면 단순히 1.0이 아니라 소위 멀리 하늘에 있다가도 지상의 조그만 동물 낚아채는 독수리 시력(eagle vision, 2.0이상)을 만들 수있다는 새로운 개념의 수술법이다.

그래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시력이 요구되는 직업군, 즉 사격선수와 같은 높은 시력이 요구되는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와스카는 이밖에 레이저수술 후 야간에 특히 잘 안보이거나, 흐릿하게 퍼져보인다든지, 비오는 날에 앞의 사물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때 수술하면 개선할수 있다.

와스카는 최신 수술법이라 아직 검증할만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는 게 단점이다. 와스카 방식은 외국에서는 2년 전부터 시술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올해 초 인제대 일산백병원에서 도입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중인 레이저 기종은 1, 2, 3세대 모두 합쳐서 약 10여가지 기종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수술로 단순히 1.0의 시력을 회복하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같은 1.0이라도 더욱 선명하고 깨끗한 시력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난시가 심하거나 각막이 얇고 고도근시라면 이에 적합한 레이저를 선별해 시술을 받는다. 또 라식수술 외에 다른 수술방법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라식을 못할 경우-라섹

정상적인 각막의 두께는 중심부가 약0.5㎜이고 주변부가 0.7㎜이다. 그러나 이 얇은 각막도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일 윗부분이 상피세포이고 다음은 보우만씨막, 그 아래가 각막실질, 맨 아래 부분이 내피세포이다.

각막실질의 두께는 각막 전층의 약 90% 정도이다. 대표적인 시력교정술인 라식수술은 얇은 각막실질 부분을 잘라내어 160㎛ 두께의 뚜껑을 만들고, 남은 곳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수술이다. 이 때 남은 각막이 최소한 250㎛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처음 각막 두께의 50% 이상에 해당된다.

따라서 각막 두께가 정상보다 얇은 사람(470~480㎛ 이하)은 수술 후 각막이 너무 조금 남게 되므로 라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각막 두께는 정상이라도 시력이 너무 나쁜 사람은 각막을 많이 깎아내야 하므로 마찬가지로 수술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각막이 얇으면 평생 안경을 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다행히 ‘라섹’이라는 수술이 있다.

서울 압구정동 오ㆍ세ㆍ오 안과 송만성 원장은 “라섹은 라식과 달리 각막 뚜껑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각막이 얇거나 시력이 많이 나쁜 사람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각막 뚜껑으로 수술부위를 덮어주지 못하므로 수술 후 3~4일정도 통증이 있고, 시력회복 속도로 1주일 정도로 더딘 게 흠이다.


라식의 부작용과 잘못된 상식

라식수술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부담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라식 수술의 부작용에는 안구건조, 야간 눈부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수술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된다.

간혹 원하는 시력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있다. 각막을 덜 깎아내어 근시가 남아 있거나, 너무 많이 깎아내어 오히려 원시가 되었거나, 혹은 각막이 다시 자라나 다시 근시가 되는 경우다. 대부분 재수술을 해주면 원하는 시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수술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을 해 수술을 했을 경우 재수술 받을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

잘라낸 각막 절편이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있다. 각막 절편의 이상은 수술 후 환자의 부주의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수술 받은 후 일정기간 의사의 주의사항을 세심히 듣고 이를 지켜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라식수술은 백내장이나 녹내장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아니다. 종종 이를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라식수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연히 고도근시의 비율이 높다.

따라서 고도근시자가 철저한 정기검진으로 각종 눈 질환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반면 라식수술을 받기 위해 검진을 받던 중, 이런 눈질환의 조기 발견이 이뤄져 치료율을 높인다는 통계도 있다.

한 안과 개원의는 “아무리 새로운 수술법이라고 해도 검증과 안정된 결과를 위해서는 몇 년이 더 있어야 한다. 토스카나 와스카도 등장한 뒤 불과 얼마되지 않아 이를 검증할 만한 통계자료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섣불리 이 방식들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근시치료의 역사

1939년 일본 사토 선생이 시작

1949년 콜롬비아 바라키아가 각막을 이용한 굴절 수술 시작

1973년 소련 휘도로프가 방사상 각막 절개술 시행

1980년 미국 카우프만이 상층 각막 성형술 개발해 시술(현재는 중단)

1983년 미국 트로겔이 엑시머레이저 근시수술 개발

1988년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서 국내 최초로 엑시머레이저 설치 및 엑시머레이저 수술 시작

1990년 그리스 팔리칼리수 교수가 레이저 각막 절삭술(라식)을 처음 고안

1995년 라식 국내 도입

1999년 토스카 국내 도입

2001년 일산백병원과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서 와스카웨이브프론트 수술 시작

권대익 문화과학부기자

입력시간 2001/11/08 18:30


권대익 문화과학부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