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게이트' 실체 드러날까?

'정현준·진승현·이용호 사건' 검찰 재수사·특검, 정국 뇌관 될수도

‘정현준ㆍ진승현ㆍ이용호게이트’등 이른바 ‘3대 게이트’가 검찰의 재수사와 특검으로 실체를 드러낼 수 있을까?

권력형비리라는 의혹을 받아온 이들 사건이 지금까지의 수사와 다른 실체를 드러낸다면 후폭풍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망신살이 뻗힌 검찰로서는 곤혹스럽겠지만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점에서 재수사에서 이전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의혹을 밝혀줄 인물들 상당수가 잠적한 상태여서 기대이하가 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 경우 특검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여야가 이용호씨 주가조작 횡령사건, 이용호 여운환 김형윤씨 등의 정관계 로비의혹에다 이들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비호의혹사건을 수사 대상에 포함해 그만큼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연루 당사자들 폭탄선언 가능성

게다가 3대 게이트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당사자들 중에서 폭탄선언을 벼르는 이들도 있어 예상보다 쉽게 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 사건 당사자 대부분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한결같이 “입을 열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 있으나 “때가 되면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8월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은 정현준(34)씨는 일단 상고심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대법원에서는 유ㆍ무죄만 판단하기 때문에 상당히 낙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중인 정씨는 “상고심이 끝나면 내 돈 100만원의 행방까지 밝혀 장난친 사람들을 다 폭로하겠다. 내가 설립한 평창정보통신 펀드 가입자 면면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권력 실세와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2,300억여원의 불법대출 및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 받은 진승현(28)씨도 1심 선고가 끝나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으나 억울해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언제 폭탄선언을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진씨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나온 김모(42)씨는 “진씨 사건과 관련해 지탄 받고 이 사회에서 매장되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며“진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면 발칵 뒤집힐 것”이라고 말해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진상이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쳤음을 암시했다.

진씨의 최측근도 “때가 되면 모든 것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김재환씨가 정 전 과장과 여당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면 그 사실은 맞을 것”이라며전과 다른 진술을 하는 등 변화를 보이는 기미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의 고민은 커가고 있다. 재수사에서 무언가를 내놓아야 특검으로부터 망신을 덜 당할 상황에 처했는데도 금품로비 의혹의 열쇠를 쥔 김재환씨 등이 잠적했기 때문이다.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여당의원과 국정원 정성홍 전 경제과장 등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갖고 있는 유일한 단서는 돈을 전해줬다는 작년 수사당시 김씨의 진술뿐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15일 출국금지된 김씨가 해외로 달아나지 못한데다 얼굴이 주변에 알려졌기 때문에 신변을 정리한 뒤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미지수다. 5,000만원이 실제로 여당의원에게 전해졌거나 개인적으로 횡령했거나 어느 쪽이든 추가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김씨의 입장에선 일단 나타나지 않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의 진술만을 근거로 여당의원측의 금품수수 사실 시인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특히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3대 게이트와 국정원 김형윤 전 경제단장 등의 수뢰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내부에서 조차 부실수사와 로비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수사당시 수사에 직접 간여하거나 진행 상황을 지켜보았던 서울지검의 일부 간부와 검사들은 “수사검사에 대한 간부들의 간섭이 심했으며 위에서 수사를 막기도 했다”며 “당시 수사상황과 간부들의 행태가 알려지면 검찰 고위층 상당수가 다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별검사, 거물급 변호사 이름 오르내려

한편 이번 특별검사는 정치권과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을 수사대상으로 삼는 만큼 수사능력과 명망을 동시에 갖춘 거물급 변호사가 아니면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공세에 휘둘리지 않는 강직성도 요구되는데 판사출신보다는 수사경험이 많은 검사출신이 기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재직하면서 옷 로비 사건때 성역없는수사를 주장하다가 사표를 던진 이종왕 변호사, 수원ㆍ광주ㆍ부산지검장 등을 지낸 유재성 변호사, 대검 중수부장 서울지검장 등을 지낸 안강민 변호사, 부산지검장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신창언 변호사, 퇴임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와 중앙선관위원 등으로 활동해온 임상현 변호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손석민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0 17:16


손석민 사회부 herme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