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88)] 인간질병, 동물도 감염

유별나게 애완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유 중 하나는, 애완동물로 인한 감염이다.이렇듯, 일반적으로 동물의 더러운 질병이 사람에게 일방적으로만 전염(감염)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최근 캐나다의 과학자들이 애완견이나 고양이, 말 등의 가축에서 치료가 어려운 질병감염의 사례 16가지를 발표했는데, 이들 동물질병의 감염원이 주인이나 수의사 등 인간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질병의 원인균은 강력한 항생제인 ‘메티실린’에도 살아남는 MRSA(메티실린 저항성 포도상구균)라는 세균으로 밝혀졌는데, 최근까지는 주로 병원에서만 발견되었었다.

이세균은 주로 노인이나 노약자의 환부나 혈관을 통해서 감염되고 건강한 사람은 발병이 되지 않은 상태로 피부에만 간직하고 있게 되며, 구진(여드름)과 종기(부스럼) 등을 유발하고 폐렴이나 치명적인혈류의 감염도 초래한다. 이세균이 사람을 통해서 이제 가축까지 감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질병의 대부분은 세균과의 전쟁이다(기타 바이러스, 유전자 등이 원인). 인간이 개발한 강력한 무기인‘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병원이 이들 세균에 감염되면 병원전체를 닫아야 할 정도였다.

페니실린으로 세균은 치명타를 입게 되지만, 세균도 처절한 저항을 하게 되고, 결국 페니실린에도 살아남는 세균이 또 등장한다.

그 이후 1960년 메티실린이 개발되면서 다시 일격을 가하지만, 최근에는이 메티실린에도 살아남은 종이 병원을 중심으로 또 확산되고 있다.

항생제를 많이 쓰면 쓸수록 세균은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8만 건의 병원감염 사례 중 절반정도가 메티실린 저항성이며 심지어 다른 최신 항생제에도 강한 저항성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주사약인 반코마이신(vancomycin)이나 자이복스(Zyvox)로만 치료가 가능할 정도다.

도날드 로 박사(토론토의 마운트 시나이병원미생물학자)는 최근 가축에서 발견되고 있는 이 메티실린-저항성 병원균(MRSA)의 감염원이 사람이라는 아주 강력한 증거를 미국 미생물학회에 발표했다.

첫 사례로, 9살짜리 비손 프리스 애완견으로 2000년 1월에 눈꺼풀의 낭종을 수술했는데 항생제의 처리에도 불구하고 계속 병세를 보였고, 확인결과 MRSA로 나타났다.

이 애완견의 주인은 1999년 말에 고환암을 수술한적이 있는데, 병원에서 MRSA에 감염된 적이 있으며, 유전자 검사결과 주인과 강아지의 병원균이 동일했다.

또다른 사례로는, 아일랜드의한 대형 가축병원에서는 흑색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말이 이틀 후에 MRSA에 감염된 경우다. 이 말의 주인은 9개월 전에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후 MRSA에 감염된 적이 있는데, 주인의 코에서 분리한 세균을 조사한 결과 말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주인이 말을 감염시켰던 것이다. 몇 개월 후 같은 병원에서 다른 말 두 마리도 같은 감염증상을 보였다. 이 경우는 외과 치료사와 수의과 학생이 병원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판명되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에게 있어서도, 감염은 평생의 공포다. 전문가들은 농장에서의 지나친 항생제 남용이 항생제 저항성 세균이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이되는 것을 촉진시켰다(동물원성 전염)고 경고한 적이 있지만, 이제 반대의 경우인 ‘인간원성전염’에 대한 위험성도 함께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동물과 사람이 서로 상대방의 위생 상태를 확인하고 접촉해야 할 웃지 못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12/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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