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한방차의 효능②

요즘은 눈이 그다지 많이 내리지 않습니다. 사십여 년 전 어린 시절 장형의 뒤를 따라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학교를 가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왜 그리 바람이 시리고 맵던지. 어머니가 학교에 “잘 다녀오너라” 하시며 바람이 심히 불거든 장형의 등 뒤로 숨어서 날려가지 않도록 하라고 웃으며 당부하시던 기억이 그립습니다.

섬돌에 놓인 고무신에 눈이라도 들치면 그날은 학교 가기가 아주 싫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왜 부엌에다 넣어 두지 않았어”하며 어머니에게 투정도 부려보지만 이미 신발은 젖어 버렸지요.

눈이 들쳐 얼어 붙은 마루 끝에 서서 발을 동동 굴러 보지만 학교는 아무튼 가야 했습니다. 육 년 개근상을 타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절 고뿔 한 번 심히 앓지 않고 지나갔으니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고작 먹어봐야 어머니가 끓여 주신 생강차나 할머니가 고아 주신 꿩엿 정도인데 어르신들의 단방약이 효과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타고난 건강체였을까요? 아무튼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그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보냈으니 말입니다.

한방차의 기사를 보신 독자들이 궁금해 하시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이런 약재를 어떻게 구하느냐 하는 점과 그렇게 먹으면 과연 효과가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약재는 재래시장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차는 질환의 보조요법으로써 사용되는 것이지 주된 치료법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밝힙니다. 항간에 떠도는 숱한 민간요법이나 단방약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고향집에서 어른들이 정성껏 해주시는 민간요법에 의한 약이나 단방약을 여러 차례보아 왔고 또 그런 것에 대한 그리움과 호감을 감추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정확한 진찰과 그리고 정확한 조제가 우선이라는 점을 재삼 강조합니다.

폐질환, 특히 숨이 가쁘고 기침이 만성적으로 나는 데 행리음차(杏梨飮茶)나 천패라복차(川貝蘿卜茶)를 이용해 볼 수 있습니다.

행리음차는 먼저 행인 10g을 찧어 놓고 배 1개를 깎아 작게 썰어 둡니다. 행인과 배를 같이 알맞은 양의 물로 끓인 다음 각설탕을 넣어 녹여서 틈틈이 마십니다. 천패라복차는 패모와 라복자(무씨)를 각 15g씩 빻아 달인 것으로 만성 기관지염, 가래가 많은 데 사용합니다.

감기 초기에 기침과 가래가 있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오한과 두통, 몸살이 나타날 때 생강소엽차(生薑蘇葉茶)를 사용합니다. 생강소엽차는 우선 생강 15g을 씻어서 잘게 썬 다음 차조기잎을 씻어서 생강과 함께 끓입니다.

오랫동안 끓이면 약효가 반감합니다. 물이 끓어서 약의 향기가 가장 진하게 난다고 느낄 때 불을 꺼야 합니다. 끓인 즙에 흑설탕을 넣어서 녹인 뒤에 천천히 마십니다.

폐가 약한 어린이는 찬바람을 쐬거나, 일교차가 커지면 숨소리가 거칠어져 어머니를 잠 못 이루게 합니다. 이때는 오미자차나 도라지를 끓인 물을 마시면 좋습니다.

많은 여성들은 스트레스를 혼자 삭이다가 화병(火病)을 앓게 됩니다. 화병을 얻으면 심장과 간장이 많은 부담을 받습니다. 그 이유로 성격이 조급해지고 화를 잘 내며 어지럽거나 두통과 위장장애를 호소하게 됩니다. 이때는 대나무의 얇은 속껍질을 달여 차처럼 마시면 좋습니다.

몸이 허약하여 항상 기운이 없고 정력이 약하고 몸이 냉하여 다리에 힘이 없고 쉽게 붓는 등 신기가 허한 증상에는 음양곽인 삼육종용차(淫羊藿人蔘肉 蓉茶)를 이용합니다. 물 2리터를 끓여서 음양곽 70g을 넣어 10시간 동안 우려낸 다음 우려낸 물에 인삼 40g과 육종용 20g을 넣고서 10분 동안 끓입니다.

음양곽두충차(淫羊藿杜庶茶) 역시 정력이 아주 허약하고 소변을 자주 본다든지 조루증이 있는 등의 증세에 이용합니다. 두충 40g에 술을 넣어 검게 될 정도로 볶고 물 2리터를 끓인 물에 음양곽 100g을 10시간 동안 우려냅니다. 이 우려낸 물에 두충을 넣어 10분 동안 끓여 복용합니다.

관절염과 요통에도 차가 보조요법으로 이용됩니다.

영선모과차(靈仙木瓜茶)는 관절이 무겁고 아프며 손발이 노곤하고 무거워서 움직이기 힘든 경우에 사용합니다. 위령선, 모과 각 10g을 달여서 마십니다.

의이인방풍차(薏苡仁防風茶)는 관절이 무겁고 통증이 있으며 관절이 붓고 열이 나는 경우 의이인(율무)30g, 방풍 10g을 함께 물에 달인 다음 매일 한두 차례 마십니다.

요통에는 토사자두충파고지차(兎絲子杜庶破古紙茶)를 이용합니다. 이는 허리가 시리고 묵직하게 아픈 만성요통에 좋습니다. 뜨거운 물 2리터에 파고지 20g을 넣고 5시간 정도 우려낸 다음 우려낸 물에 토사자 30g과 두충 20g을 천에 싸서 넣어 10분 정도 끓여서 마시면 좋습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02/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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