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95)] 화장품냉장고 시대

요즘 부쩍 "기능성"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기능성 쌀, 기능성 화장품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냉장고 기능성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치냉장고 반찬냉장고 화장품냉장고 와인냉장고 차량용냉장고 정액냉장고 혈액냉장고 등 장소와 용도에 따라 저장품목을 특화시킨 기능성 냉장고. 이 정도면 "냉장고 전문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 작년 년 말부터 서서히 붐이 일고 있는 화장품 냉장고가 그 추진력에 힘을 얻고 있는데, 심지어 신규 분양아파트에는 아예 화장품 냉장고가 붙박이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화장품은 여성들이면 피할 수 없는 필수품이다.

특히 미용과 피부건강이라는 두 가지 측면과 연결되므로 여간 민감한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얼마 전 국회의원 29명이 화장품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화장품도 식품처럼 보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사실 기성세대들은 한번 화장품을 사면 몇 년씩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고 화장품이 썩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늘 따뜻한 안방에 두고 사용했으므로 돌이켜 보면 더러는 변질되고 더러는 부패된 화장품을 사용한 경우가 허다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오래된(변질, 변색, 부패) 화장품을 쓰게 되면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

특히 민감한 피부일 경우 그 정도는 당연히 심각할 수 있다. 그러니 화장품의 적절한 관리와 보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밀봉된 화장품의 유효기간은 2-3년이다. 하지만 개봉 후에는 산소(공기), 자외선, 열과 접촉하면서 산화되고 변질, 변색, 변향, 부패가 시작되며, 공기와 손을 통해서 세균이 침투하기 때문에 1년 이상(향수, 마스카라 등은 3년 이상도 가능)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요즘에는 식물성 화장품,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화장품을 비롯한 자연성 고기능성 화장품이 많아지면서 그 변질과 부패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각 화장품의 유효기간 표시가 법제화되기 이전에는 사용자가 그 변질 상태를 확인하면서 사용할 도리밖에 없다.

가장 일반적인 변질의 증거는 화장품의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현상이다. 그 외에도 질감이나 향의변화, 색깔의 변화, 피부 부작용 등을 살피면 된다.

피부미용과 건강에 가장 적합한 화장품의 보관온도는 12℃±3℃도라고 한다. 이 온도는 화장품의 변질을 막고 피부의 모공수축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러 일반 냉장고에 저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온도가 낮아도 화장품의 본질이 변화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낮은 온도에 보관하던 것을 상온에서 보관하면 변질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리고 목욕탕(화장실)에 화장품을 두고 사용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한다. 그만큼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화장품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또한 세균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뚜껑을 열어두는 시간을 줄이고 뚜껑을 청결히 해야 한다. 그래서 화장품냉장고는 세균에 의한 부패를 방지를 위해서 별도의 항균기능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능성화장품 시장규모는 연간 4,000억원, 이러한 추세와 함께 화장품냉장고에 뛰어든 기업은 7개 이상이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소비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무엇보다 화장품냉장고가 한국에서 세계최초로 개발되었으므로 해외 수출을 통한 국익의 증대를 기대한다.

미용천국 대한민국, 그리고 튼튼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나만의 삶을 즐기려는 신세대 코쿤(Cocoon)족의 증가추세, 화장품냉장고만큼 영악한 발상이 또 있을까? 그 수명이 짧지 않을 듯 싶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2/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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