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③] 스위스 샤프하우젠

북부 스위스의 숨은 보석, 매력 넘치는 시골 소도시

스위스 샤프하우젠 시가지의 작은 광장, 한쪽에 놓인 자그마한 분수앞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젊은이가 자전거를 세운다. 고개를 숙여 꿀꺽꿀꺽달게 마시고 목덜미와 이마를 적신후 다시 길을 재촉한다.

연신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 분수를 장식하듯 둘러싸고 있는 제라늄 꽃이 유난히 화사하다.

해외여행을 몇 차례 해 본 사람들은 대도시보다 작은 도시가 더 좋다고 한다. 사람들 인심이 남아있고, 모처럼의 휴가를 내서 더난 여행인데 서둘지 않고 한적함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기껏해야 명소 위주의 여행이나 쇼핑이 전부지만 소도시에서는 사건이 생긴다.

빵 가게 아저씨와 몸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길을 물었던 할머니가 결국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는 식의 경험을 과연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에서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에피소드가 없어도 소도시 여행은 나를 돌아볼 시간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꼭꼭 숨어있는 보물같은 마을

스위스는 해외여행지로는 너무 유명해 식상하다 싶을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스위스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아름다운 자연과 예쁘장한 망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곳은 취리히, 루체른, 인터라켄과 융프라우 정도다. 불어권에 속하는 제네바와 로잔, 몽트뢰 같은 지역도 아름답고, 이탈리아어권의 루가노, 벨린쪼나, 루카르노 같은 도시들도 독특하다. 생모리츠나 체르마트는 막상 가본 사람은 적지만 지명은 너무나 유명하다.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은 스위스에서도 북부지역, 취리히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불과 40분 거리에 있는 샤프하우젠(Schaffausen)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한글판 여행책자에서는 아예 언급되지 않거나 있어도 한페이지 정도의소개가 전부인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샤프하우젠을 찾는 여행자들은 꽤 많다. 유럽인들이 대부분이고 가끔 미국인이나 캐나다인들도 보인다.

웬만한 여행지에는 꼭 얼굴을 내미는 일본인도여기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꼭꼭숨어있는 도시, 그래서 마치 소풍날 바위 밑에 감춰 두었던 보물을 찾아낸 것 같은 흥분이 느껴지는 곳이다.

유럽의 도시를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시장이 서고, 축제가 벌어지고, 오늘날에는 여행자들이 출발점이 되는 곳이 바로 광장이다.

그런 광장의 한귀퉁이에는 분수가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은 분수를 사랑하고 돌보며 치장하길 좋아한다. 샤프하우젠에서도 몇 군데의 광장과 함께 분수가 먼저 눈에 띄었다. 분수 기둥 꼭대기에는 나무나 돌, 청동으로 만든 인형(혹은 수호신)이 서 있다.

주인공은 대부분 그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이다. 때문에 분수의 꼭대기를 지키는 것은 사냥꾼일수도 있고, 천사나 백작, 아이 혹은 동물일 수도 있다. 아래쪽에는 물이 흐르는 막대기나 구멍이 있는데 여기도 장식이 곁들여 진다. 나팔을 부는 아기 천사, 물고기 주둥이 등으로 조각이 되어있다.

흘러내린 물이 모이는 둥그런 통이 있고, 분수 가운데 필경 노랗고 빨간 꽃이 만발한 화분이 여러 개 놓여 있다. 도시에 여러 개의 분수가 있더라고 각각 모양이 다르고 때문에 일일이 다 찾아보고, 물맛도 보고 싶어진다.

샤프하우젠은 시골 분위기가 절로 느껴지는 소도시다. 골목골목을 뉩고 걷다보면 이 도시가 가진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창문 장식이다. 샤우하우젠의 옛집들은 툭 튀어나온 창문을 달고 잇다. 팔각정의 반을 잘라 벽면에 붙인 것 같은 모양이다.

주로 목재로 된 것들인데 섬세하게 조각을 하고, 철제장식을 달고, 단청을 칠하듯 정성들여 색깔을 입힌 것이 역력하다. 창문 장식과 함께 또 하나 돋보이는 것은 중세 성화분위기의 프레스코 벽화다.

지금은 보통주택으로 쓰이는데 옛날 중세시대 때 길드 하우스였던 곳이다. 일부가 누락되기도 하고, 퇴색하긴 했어도 아름다움과 기품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독특한 창문과 프레스코 벽화가 있는 길드하우스는 주로 보데어 거리에 많다. 이 거리의 41번지는 1777년에 지은 직물공의 길드 하우스, 43번지는 잉꼬의 집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1655년에 지어진 것이다.

이 밖에도 유리세공의 집, 재단사 길드 하우스 등 눈길을 잡아끄는 집들로 즐비하다.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65번지의 기사의 집.


유럽 최대 폭포서 유람선 여행

샤프하우젠의 매력은 시가지뿐만이 아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폭포라고 알려진 라인 폭포 역시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시가지에서 기차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라인폭포는 계단식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폭이 150m로 무척 넓은 편이다. 폭포 건너편에 아담한 성이 한채 놓여 있고, 주변은 온통 푸른 신록으로 덮여 있어 아름답다. 강 아래쪽에서 유람선을 타고 폭포 바로 아래까지 거스러 오르는 투어도 폭포 감상의 좋은 방법이다.

샤프하우젠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샤프하우젠보다 더 작은 마을 스타인 얌 라인이 있다. 시가지를 둘러보는 데 30분 정도 채 안 걸리는 작은 마을이지만 샤프하우젠에 뒤지지 않는 프레스코 벽화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어린 시절에 동화를 들으며 상상했던 마을을 현실로 옮기면 이런 곳이 되지 않을까. 자그마한 시청, 낭만적인 노천카페, 친절한 레스토랑,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아기자기한 집들 등 하나같이 이국적이면서도 너무나 정겹게 다가온다. 스타인 얌 라인은 기차로 가면 되는데 시간이 출분하다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사진 김숙현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04/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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