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끼와 열정으로 뭉친 매력덩어리들

몸도 마음도 여유 있는 토요일 오후. 회사원 원준연(32)씨는 근무가 끝나자마자 발걸음을 재촉한다. 원씨가 도착한 곳은 서울 양재동의 한 지하 연습실. 내려가는 계단부터 음악소리가 요란하다. 오늘은 원씨가 속한 '부가세팀'의 연습이 있는 날이다.

다음주에 있을 지하철 예술무대의 마지막 연습을 위해 모였다. 힘있는 드럼소리로 시작되는 그들의 연주는 어느새 홍대 앞 라이브카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갑근세 밴드는 말그대로 갑근세를 내는 직장인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이다. 갑근세의 5가지(부가세, 특소세, 인지세, 주민세, 교육세) 세금들의 이름으로 밴드 속 밴드를 구성했다. 명칭도 특이하지만 5개나 되는 팀들의 개성들도 만만치 않다.

이성적인 인간들의 모임인 인지세팀, 실력이 안되면 실력을 사겠다고 호언을 할 정도로 의욕이 넘치는 특소세팀, 느낌이 가는 대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목표인 주민세팀, 최연소 평균 연령을 자랑하는 교육세팀까지 어느 팀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매력 덩어리들이다.

이들의 음악 실력은 어느 정도 될까? 한마디로 전직이 의심스러울 만큼 웬만한 전문밴드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이싿. 1998년 약 4명으로 시작한 밴드가 이제는 28여명의 멤보로 늘어났을 만큼 갑근세 밴드는 노력하는 동호회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라는 표어 아래 열심히 달려온 그들은 10여회의 정기공연과 수많은 무료공연을 개최했다.

매 공연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 정성을 쏟는다는 갑근세 밴드의 멤버들은 이미 다른 밴드들 사이에서 '연습벌레'로 통할 만큼 독하기로 유명하다. 이 모두가 음악에 대한 열정과 만만치 않은 연습의 결과로 일궈진 성과다.

회장을 맡고 있는 김동언씨는 '우리의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무료공연을 통해 점점 사라져가는 30, 40대 직장인들의 놀이문화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세계는 어떤가? 이에 대한 답은 주민세팀의 김지영(보컬. 26)씨가 대신해 준다. "한마디로 장르파괴입니다. 가요부터 정통재즈, 컨트리, 글래식까지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는 거죠. 물론 가장 잘 하는 장르들이 있긴 하지만 갑근세 밴드의 기본 목표는 '모든 음악'입니다."

개성만점의 멤버들이 꾸려나가는 갑근세 밴드는 코믹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들로 항상 가득하다. 밴드의 홈페이지(WWW.ggsband.net)에서 발행하고 있는 '갑근세매거진'은 처음 방문하는 이도 웃음을 터뜨릴 만큼 재미있는 기사로 꽉 차있다. 또한 음악자료실 코너에서는 지금까지 가졌던 갑근세 밴드의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갑근세 밴드는 비정기적으로 각 팀별 오디션을 통해 새내기를 모집한다. 비록 아마추어 밴드지만 음악에 대해 진지한 열정과 끼를 가진 멤버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오디션이 필요하다는게 이유다.

특소세팀에서 보컬과 드럼을 맡고 있는 이상준씨는 '갑근세 밴드에서 막내였떤 부가세 보컬 서지영양은 꾸준한 연습 덕택에 모든 팀에서 눈독을 들이는 최고의 간판스타가 댔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최고의 멤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갑근세 밴드 사람들은 비록 음악으로 뭉쳤지만 멤버들에게 있어 밴드의 의미는 음악 그 이상이다. 사람사이의 '정;이 없이는 음악도 없다는 게 그들 공통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프로도 아니고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음악에 기대어 쉰다는 생각으로 연주할 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끈끈한 정과 열정을 잃지 않는 그들은 사람과 음악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멤버가 되려면?

현재 국내에는 갑근세 밴드 외에도 많은 직장인 밴드들이 활동중이다.

이 들은 대부분 친목과 음악을 목적으로 모인 동호회이며 정기적으로 연합공연 등을 개최하고 있다.

신규 멤버도 수시로 보집하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프리챌에 접속하여 '전국 직장인 밴드 연합'을 검색 해 보자.

갑근세 밴드 외에도 '구내식당' '김 대리 밴드' '칼퇴근 밴드' '주금 밴드' '인사기획팀' '공채 1기' 'Payday' '반바지 밴드' '특수영업팀' '독립군' 등도 명성을 얻고 있다.

강윤화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5/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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