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극단의 美와 그로테스크

1917년 뉴욕의 한 전시회에서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도저히 미술작품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남성용 변기가 출품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전시 기간 내내 칸막이 뒤에 머물러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뒤샹은 이 기성품 변기 위에 버젓히 ‘R MUTT’라는 사인(사장의 이름을 딴 변기회사명)까지 하고 ‘샘’이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심사위원을 포함한 여론은 이를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부도덕하고 상스럽다는 욕설까지 퍼부었다. 과연 예술 작품의 근거란 무엇인가?

뒤샹은 미술품이란 작가의 수공적인 기술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기성품(ready-made)이 가지고 있는 기능에서 벗어나 미술전시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오면 본래의 의도를 상실하고 무의미한 기하학적 형태의 사물만 남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예술은 무의미하다는 ‘다다이즘’과 상통하는 것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후에 미국인으로 귀화하며 파리와 뉴욕에서 기성품 탁자 위의 자전거 바퀴와 같은 작품을 선보여 현대미술사에 파란을 던졌다. 그 중 20여년동안 비밀리에 작업한 ‘주어진 것’이란 작품은 그의 유언대로 사후 공개되었다.

손잡이가 없는 나무 문은 굳게 닫혀있고 오직 작은 틈새만이 군데군데 눈에 띤다. 무엇이 있는 걸까? 안을 들여다보니 한 나체의 여자가 한쪽 손에 가스등을 높이 들고 다리를 잔뜩 벌린 채로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기괴한 포즈의 이 여인은 마치 시체같이 창백한 피부가 무척 차가워 보인다.

그 뒤 배경으로는 떨어지는 폭포가 희미하게 보인다. 뒤샹은 피부색에 가까운 가죽과 벨벳, 가발 등을 사용해 미스터리한 에로티시즘에 사실감을 더했다.

예술가의 ‘선택’에 의해 비로소 예술이 된다고 주장한 뒤샹. ‘주어진 것’에서 그의 ‘선택’은 그가 생전에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만큼 의혹으로 남는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5/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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