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온몸으로 기존질서에 저항한 선각자들

■ 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
신정일 지음
이학사 펴냄

요즘은 뜸해졌지만 한때 서양 사람들은 한국을 포함한 동양의 역사를 설명할 때 동양적 전체주의란 개념을 자주 사용했다.

나름대로 복잡한 배경이 있지만 요지는 동양은 제왕이란 전체주의에 함몰돼 고대 중세 근대로 이어지는 계기적 발전을 못한 채 본질적으로 정체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온몸을 던져 기존 질서에 대든 반항아들이 제법 있다. ‘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새로운 이념과 사상, 행동으로 시대를 앞서갔던 역사 속의 인물 14명의 일생을 소개한다.

저자인 신정일 황토현문화연구소 소장은 “비록 정적에게 패배,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이들의 사상은 밟혀도 되 살아나는 질경이처럼 질기게 살아 남았다“며 “변혁을 꿈꾸며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역사 속에 묻혀 버린 이들 선각자들이 진정한 역사의 주류”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고려 무신정권 시절 천민이었던 망이와 망소이, 그리고 만적이 일으킨 봉기는 신분 해방운동의 효시로 고려의 엄격한 신분제를 철폐하는 원동력이 됐고 조선 선조 때의 정여립은 반상의 귀천과 남녀의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해 왕위의 세습을 부인하는 등 동학농민혁명의 이념적 밑바탕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후백제의 견훤을 “새로운 백제를 건국했던 일세의 풍운아”로, 서경(평양) 천도를 주장했던 고려시대 묘청과 정지상은 “고려의 자주성을 드높이고자 했던 진정한 선각자”로, 고려 말 요승으로 알려진 신돈은 “민중을 사랑한 개혁가”로,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은 “민본주의를 추진한 진정한 혁명가”로, 조선 중종 당시 개혁을 주도했던 조광조는 “이상정치를 추구했던 지식인”으로 평가했다.

이밖에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 유명 실학자 정약용, 최정예 동학군을 이끈 김개남, 증산교의 비조 강일순 등도 소개된다.

저자의 역사관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어 거부감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자료를 동원한 저자의 진지한 노력과 집념이 돋보인다.

김경철 차장

입력시간 2002/06/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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