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아내의 건강을 챙기자 ① 성생활

성(性)을 금기시하는 문화적 성향 때문에 이 분야는 지금까지 세밀하게 다루어지지 못해왔다. 하지만 건강한 성생활이 빠진 삶은 중요한 나사가 빠진 기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여성 환자들을 보면 갖가지 증상을 호소하는데, 그러한 증상 뒤에 가려진 삶의 문제들을 의사가 모두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남편들이 조금만 아내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아내가 조금 더 행복하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가 흔히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에서조차 여성의 성에 대한 연구는 남성의 성에 대한 연구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라고 한다.

성충동이나 성적 흥분, 오르가즘의 결여, 고통스런 부부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여성들은 많지만 이에 대한 의료 서비스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카고 대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여성의 30%정도가 성에 대한 관심이 결여되어 있으며, 25%는 매번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20%의 여성이 부부관계에 대하여 괴롭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성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예전에 지적된 바대로 우리 나라 여성들의 임신 중절수술에 의한 폐해는 적지 않다. 수술 이후에도 산후 조리와 같은 치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로 인해 여성의 자궁은 점점 병들어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임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성생활이 지장을 받기도 하지만, 자궁에 문제가 있거나 몸이 건강하지 못한 여성도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보다 앞서는 요인은 부부간의 애정 결핍, 관심 결여가 될 것이다.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면 먼저 부부간의 애정 전선에 문제가 없는지 한 번 확인해 본다. 그 다음 아내가 아픈 곳이 없는지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생리는 제때 잘 하는지, 세 끼 식사는 거르지 않는지, 소변을 자주 보지는 않는지, 변비에 시달리거나 배가 아프다고 하지는 않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생리 때가 아닌데도 출혈이 있다든지, 지속적인 하복부 통증이 있다든지, 외음부에 가려움증을 호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 다든지, 열흘이고 보름이고 생리를 계속 한다든지, 끝없는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든지 하는 증상을 보이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없는지 살펴본다. 만약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여러 가지 피임에 대한 정보들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피임 방법이 개발되었는데 성 관계 이후에 복용하는 피임약이나, 콘돔, 자궁 내 피임장치 등이 있다. 이외에도 기존의 피임약이나 불임 시술에 대해 잘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근래에 자궁근종이나 난소낭종, 자궁암 등으로 자궁 적출 시술을 받은 많은 여성들이 부부관계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생각들을 밖으로 드러내어 말을 꺼내는 일 자체도 매우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라서 대부분은 그냥 조용히 덮고 살아가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할 것을 권하고 싶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행복해야 아내가 행복한 것이고, 아내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다. 행복이라는 것은 그냥 굴러들어 오는 것이 아니고, 노력한 만큼 일궈지는 것이다. 내 인생의 밭을 정성껏 일구듯이, 배우자의 삶도 풍요롭게 꾸려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2/06/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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