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아내의 건강을 챙기자 ④ 불임

부부가 행복을 유지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와 남편 사이의 굳은 신뢰와 사랑이고, 그 다음 건강한 2세의 탄생이다.

물론 요즘에는 아이 없이도 행복한 부부도 예전보다 많이 생겼고 혹 불임 진단을 받더라도 별 무리 없이 수용하는 태도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 자유롭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도 불임이란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불임이란 부부가 결혼하여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1년 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전의 교과서에서는 불임의 비율을 10%라고 했는데, 최근의 논문들을 보면 불임이 15%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 맞지 않는 음식문화, 운동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늦어지는 결혼, 문란한 성생활 등 원인이야 많겠지만, 그냥 많구나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요즘처럼 전국민이 축구에 열광하는 때, 아이들을 낳아 축구팀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는 남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만약 불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임의 요인 중 40%는 아내 쪽의 문제로, 40%는 남편 쪽의 문제로 발생하며 나머지는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

따라서 남편과 아내 모두가 일단 검사를 받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문제점을 알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난자와 정자가 원래 만들어지지 않는 것인지, 나오는 길에 문제가 있어서 그러한 것인지, 또는 만나는 장소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만난다 하더라도 안전하게 착상하고 자리잡지 못하는지 따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불임을 따라잡는 최첨단 기술은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는 듯하다. 우리가 20여 년 전 충격적으로 접했던 시험관 아기가 지금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예전에 아이를 못 낳아서 소박을 맞았다던 우리 불쌍한 어머니들이 떠오른다.

이제 시험관 아기 정도는 그다지 신기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기술을 보조생식술이라고 하는데, 체외수정법, 세포질내 정자주입, 나팔관내 생식체 이식술, 나팔관내 접합체이식술 등이 포함되며 각각의 성공률은 대략 25에서 30% 정도이다.

이 과정에서 배란을 촉진시키다 보니 쌍둥이 출산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앞으로 미성숙한 난자를 밖에서 키우는 방법이 실용화되면 이 단점도 없어지게 되리라 생각한다.

불임을 한의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아버지의 정(精)과 어머니의 혈(血)이 만나서 아기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아버지의 정이 실하지 않거나, 어머니의 혈이 부족하면 임신이 잘 안 되는 것이므로, 남편은 정(精)을 기르는데 힘써야 하는데, 정이라는 글자는 쌀 미(米)자와 푸를 청(靑)자가 만나서 이루어 진 것으로, 이는 곧 정을 생성시키려면 쌀과 채소 등 바르고 고른 영양섭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혈(血)은 위장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여 심장의 열로 쪄서 자궁으로 보내고, 밤에는 간에서 저장하므로, 무리한 다이어트로 식사를 제대로 안 한다거나, 밤에 잠을 잘 자지 않는다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불임이 될 수 있다.

빈번한 낙태수술도 불임의 원인인데, 자궁이 상하기 때문이다. 생리 불순이나 대하가 많은 상태를 방치하면 또한 불임이 될 수 있다.

옛말에 조상이 선한 업을 지어야 후손이 잘 된다고 했는데, 당장 부모가 바른 생활을 하지 않아 자식이 생기지 않는 시대가 되었으니 어른들의 말씀에 정말 틀린 곳이 없는 것 같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07/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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