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성병, 안전지대가 없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있다.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피 끓는 청춘이라면, 해변에서의 멋진 데이트를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애정 표현이 솔직해서 남들의 눈 같은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 애정 행각 또한 과감해진 것 같다. 우리 때는 연인끼리 손만 잡아도 수줍어했었는데 말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이 요즘 성병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성병은 그 특성상 환자가 주변인에게 드러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해 질 수 있다. 사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성병의 종류는 에이즈나 임질, 매독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성병은 그렇게 거창한 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한방병원을 찾는 많은 여성들 중에도 간혹 남편을 의심하며 증상을 토로하는 환자들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성병을 신낭풍(腎囊風)이나 양매창(楊梅瘡), 음식(陰蝕), 음양(陰痒) 등으로 진단하여 치료하며 각각에 따라 처방도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통계보고에 따르면 여성의 성병 중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와 트리코모나스증이 60%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또한 성기 헤르페스에 감염된 사람도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트리코모나스증이나 클라미디아, B형 간염 등의 병은 뚜렷하게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이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여간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본인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파트너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트리코모나스증은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병한다. 불쾌하게 냄새가 나고 지저분한 질 분비물을 생성하며 가려움 증을 동반하는데, 특히 임신한 여성의 경우 조기출산, 저체중아, 출산의 위험 가중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채 진행될 수 있으며, 때로 성기 주변에 가려운 혹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병은 콘돔을 사용해도 예방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콘돔이 가려주지 못하는 다른 부위를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되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수년간 잠복했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

헤르페스는 감기나 고열로 입가에 생기는 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비슷한 종류에 의해 생긴다. 두통이 나거나 열이 있거나 물집이 생긴다면 한 번쯤 감염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이것은 구강 헤르페스가 옮겨가서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에게 나타나는 성기 헤르페스는 분만 도중 태아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다. 클라미디아는 골반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

트리코모나스증은 기생충 감염에 의한 것으로 치료 시 남녀에게 동시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한 쪽만 치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클라미디아와 임질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공공의 적(?)을 향한 남녀의 상호 협조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이렇게 치료라도 하면 양호한 것이다.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와 성기 헤르페스 같은 경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병으로 뾰족한 치료제도 없다.

트리코모나스증은 한의학적인 사진(四診)을 해서 살펴보면, 습열(濕熱)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와 어혈(瘀血)과 사기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 감염인 경우 정기(正氣)가 허하여 발생된다. 이 때는 습과 열을 내려주고 몸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여성들이 대부분 남성보다 성병에 취약하다. 그리고 여성의 성병은 2세의 탄생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귀가 따갑게 주의를 주겠지만 잘 들릴 지 의문이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법이다. 우리의 아들 딸들이 보다 건강한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08/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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