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이트 음악제…전통, 논란에 휩싸여

126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바이로이트음악제에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1876년 시작한 바이로이트 음악제는 바그너의 악극만을 상연하느 독특한 성격의 음악제로 유명하다.

바그너가 직접 설계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자신의 악극을 일종이 종교로까지 생각했던 바그너가 자신의 작품만을 상연하도록 한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이자 바그너의 증손녀인 니케 바그너(57)가 이 같은 전통도 이젠 깨져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바이로이트 음악제 총감독인 볼프강 바그너(82)의 질녀로 삼촌의 뒤를 이어 총감독직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니케는 바그너의 작품만을 공연해온 바이로이트 음악제의 오랜 전통이 이젠 깨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니케는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는 바그너의 작품만을 공연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젠 이미 낡은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바이로이트 음악제를 '전세계 바그너교도들의 성지'로 받들고 있는 바그너 추종자들은 당치도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30년째 '바이로이트 순례'를 계속해온 크리스티안 마이어(68·전직 변호사)는 바이로이트가 다른 어느 음악제도 넘볼 수 없는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는 것은 120년 동안 오로지 바그너의 악극만을 상연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전통이 깨진다면 바이로이트는 더 이상 바이로이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 총감독인 볼프강도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어 바이로이트가 다른 작곡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지 여부는 볼프강 사후에나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7월25일 개막한 올해 바이로이트 음악제 역시 '탄호이저'와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등 바그너의 악극만을 프로그램으로 해 8월28일까지 계속된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21 10:43


장학만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