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셀러 보리티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홀대받는 감독으로 우디 알렌을 빼놓을 수 없다. ‘안경 낀 채플린’이라고 불릴 정도로 빼어난 유머 감각을 휘두르고 있지만, 그의 촌철살인 코미디는 국내 극장에서 푸대접 받아왔다.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포함한 3편의 영화가 극장 개봉 흉내만 내고 비디오로 직행했을 뿐이다. 미국과 유럽 백인 지식인층이 지지하는 정서를 담은 대사 많은 코미디라는 점이 국내 관객에게 폭 넓은 인기를 얻지 못하는 원인일 것이다.

우리에게 우디 알렌은 여배우 미아 페로우와의 결혼 중에 입양했던 한국 국적의 딸 순이와의 스캔들로 더 유명하다. 우디 알렌은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스캔들을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계속 내놓아, 마르지 않는 천재성을 과시하고 있다.

다행히 비디오와 DVD로는 우디 알렌 작품 대부분이 출시되어, 영화 학도와 팬을 기쁘게 하고 있다. 초기작인 <돈을 갖고 뛰어라>부터 <맨하탄> <애니홀>과 같은 대표작은 물론 <마이티 아프로디테>와 같은 최근작까지 만나볼 수 있다.

폭스사에서는 이번 달에 <카이로의 붉은 장미> <우디 알렌의 슬리퍼> <한나와 그 자매들> <맨하탄> <애니 홀> DVD를 묶은 <우디 알렌 박스 세트>를 내놓아 우디 알렌 팬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셀러브리티 Celebrity>(18세, SKC 출시)는 비디오로만 출시된 1998년 작이다. 로버트 알트먼 영화와 마찬가지로 초특급 스타들이 출연을 자청하는 우디 알렌 영화답게,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나 국내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작은 배역에도 불구, 출연을 마다 않은 스타 중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반영한듯한, 제멋대로인 유명 아이돌 스타로 분했다.

<셀러브리티>는 우디 알렌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소재의 영화다. 영화계 연예계에서 이름을 얻고자 하는 이들의 명암을 수다스럽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저 평론가는 독설가였는데, 젊은 여자와 결혼한 후 칭친 일변도로 바뀌었다”는 등의 대사가 쏟아진다.

영화 속 영화인 은 베토벤의 <운명>과 함께 뉴욕 상공에 ‘HELP!’라고 새기는 장면이 나와 페데리코 펠리니의 <8 1/2>에 대한 우디 알렌식 헌사를 보내기도 한다.

세상 근심사를 다 뒤집어 쓴 소심한 지식인으로 즐겨 출연하던 우디 알렌이 주연을 맡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두 주연 배우를 비롯한 모든 등장 인물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우디 알렌처럼 자기 반영적인 영화, 그리고 <셀리브리티>처럼 출연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한 배역 안배를 하는 감독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인터뷰 전문 기자 리(케네스 브래너)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중대 결심을 한다. 별 볼일 없던 친구가 딸 나이 뻘인 팔등신 아내를 거느리고 성공을 자랑하는 것을 보며, 이대로 늙어갈 수 없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교사인 로빈(주디 데이비스)은 결혼 16년을 끝내자는 리의 선언에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자유인이 된 리는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겠다며 연예계를 기웃거린다. 인기 글레머 스타 니콜(멜라니 그리피스)은 “몸은 남편 것이니 오랄만 가능하다”고 애를 태운다. 완벽한 몸매의 수퍼 모델(샤를리즈 테튼)을 67년형 에스틴 마틴 차에 태우는 데는 성공하나, 그녀는 건장한 흑인 남자를 보자 “난 다중 변태 성욕자”라며 가버린다.

글을 쓰도록 격려해준 출판 편집자 바니(팜케 젠슨)와 동거를 시작한 날, 리는 다시 어린 연기 지망생 유놀라(위노나 라이더)에게 반해 바니를 놓치고 만다.

한편 방황하던 로빈은 유명 PD 토니(조 만테냐)를 만나 리포터로 성공하고 그와 결혼까지 한다. 리와 로빈은 시사회장에서 마추치는데…

입력시간 2002/10/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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