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후보 "우리도 할 말 있소] 용의 그늘에 우리가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의원 등이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군이 있다.

이들은 ‘빅 3’의 그늘에 가려 언론에서 조차 제대로 대통령 후보(예정자)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국민을 향해, 전 유권자들을 향해 작지만 제 목소리를 토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록 당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나름의 철학이 있고, 또 지지하는 세력도 있어 주간한국은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면면과 주장을 소개하기로 했다.

군소 후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왜 출마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을 놓고 ‘돈키호테식 발상’이란 냉소적 반응도 있고, 자기 과시욕에 따른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런 비판을 이들 군소후보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출마를 강행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절박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틈새 비집고 “개혁” 독자 목소리

이전에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출마를 강행한 군소후보들이 있었다. 제3세계 국가에서는 대선 출마 경력이 상당한 신분 보장과 지위 격상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래서 해당 국가와 제법 규모 있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의 경우 선거기탁금(5억원) 정도는 기업 홍보 비용의 일단으로 여기면서 출마에 나서곤 했다.

또 변호사ㆍ의사 등 대중을 상대로 한 전문직 종사자가 출마할 경우 당락과 관계없이 그들은 사회 지도자급으로 해당 업계에서는 몇 단계 상향 조정된다. 고객도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이밖에 차기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나올 경우 아무래도 이름이 알려진 상태라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훌륭한 전초전격이 되므로,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나선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좀 다르다. ‘3김’ 정치가 정치 일선에서 퇴장한 이후 첫 대선이고, 영ㆍ호남 출신의 후보자들이 나서면서 나타나는 ‘내 고향 사람을 밀어주자’ 식의 지역 대립도 예전 같지 않다.

후보군의 색깔부터 ‘3김’시대와 달라진 것이다. 군 출신과 민간 정치인간의 격돌, 동ㆍ서간 지역구도의 충돌, 정권교체와 기득권 유지 차원의 싸움이란 이전의 선거에서 일정 부분 탈피한 이념과 노선, 사상의 대립구도로 이번 대선이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군소 후보들은 이전과 다른 정치판세의 틈새를 비집고 독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식상한 기존 정치판의 개혁을 위해 나섰다고 말한다. 다른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현실 정치의 개혁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 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신중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권영길ㆍ이한동은 언론 관심도 높아 제외

사실 ‘군소 후보’는 우리에게 그다지 친숙한 말이 아니다. 딱히 규정된 용어도 아니다. 다만 사회통념적으로 여론조사결과 지지율 5% 정도에도 못 미치는 후보들을 군소 후보군에 포함시키곤 한다.

이 경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이한동 전총리는 군소 후보에 해당하지만 이들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빅 3’에 버금가는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빅 3’와 권영길 후보ㆍ이한동 전총리를 제외한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김옥선ㆍ김허남 전 의원, 두번째 대선에 출마하는 허경영씨와 사회당 후보로 나선 김영규씨, 삼미그룹 부회장 출신의 서상록씨와 신당을 출범해 나선 명승희씨와 안동옥씨 등을 차례로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을 군소 후보군에 포함시키는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빅 3’와 함께 TV토론회에 나서지 못하는 것을 방송사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인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당락과 관계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가겠다”고 밝혔다. ‘절대적인 세 불리’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1/08 10:48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