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39] 오스트리아 티롤(Tiro)

순백의 설원, 알파인 스포츠의 고향, 알프스 자락에 기댄 스키 리조트들

유럽의 겨울은 춥고, 암울하고, 습기가 많다. 오후 4시 정도면 어두워지고, 비가 자주 내리고, 사람들은 펍에서 시간을 죽인다. 대부분의 대도시들은 이와 같은 모습이다. 런던 파리 베를린 암스텔담 등이 그러하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쪽은 훨씬 따뜻하고 분위기 또한 전혀 다르지만 여름처럼 눈부시고 반짝이는 활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남미 동남아 대양주로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또 한 곳. 유럽 대륙을 장쾌하게 뻗어나간 알프스 산간지역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며 휴가를 보낸다. 알프스의 대표적인 겨울 휴양지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 역시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한다.


겨울스포츠의 천국

티롤(Tirol)은 오스트리아 서쪽에 자리잡은 지역으로 알프스 산맥이 지나는 고지대다. 티롤의 마을 대부분이 1,000미터급 이상에 위치해 있으며 2,000∼3,000미터 급 고봉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겨울에는 눈이 가득 덮여 천혜의 스키장으로 탈바꿈한다.

티롤 지방의 중심 도시는 인스부르크. 그밖에 제펠트, 생 안톤, 레흐, 쮜르스 등 작은 마을들이 알프스 산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다. 이들 마을은 여름에는 산악 트레킹과 래프팅,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등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아드는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는 휴양지다.

특히 겨울은 두껍게 쌓인 자연설 위에서 즐기는 윈터 스포츠를 만끽하기 위해 유럽 곳곳에서 스포츠 마니아들이 모여든다.

티롤의 자연은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혜택’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산꼭대기에서 바로 숙소 앞까지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많고, 지대 또한 높으며, 함박눈으로 뒤덮인 전나무 숲 등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에 사로잡힌다. 이렇듯 혜택받은 자연을 오염 없이 보존하려는 주민들의 노력 또한 대단하다.


황금지붕의 인스부르크

티롤의 중심도시 인스부르크(Innsbruck)는 알파인 스포츠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도시다. 1964년과 7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그 매력이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알프스 산맥에 속한 높은 봉우리들이 도시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어 푸근하고 전망이 빼어나다.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힘들 것 같은 산간지방이지만 이 도시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2세기 이후 무역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황제가 도시의 주요 건물을 짓도록 했다.

도시는 아담하다. 옛 건물이 몰려있는 구시가지는 두어 시간이면 다 돌아볼 정도로 작은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도시 옆을 흐르는 작은 강 이름이 인(Inn)으로 ‘다리’라는 의미의 부르크(Bruck)와 합해 ‘인강의 다리’라는 시적인 표현의 도시 이름이 탄생했다.

인스부르크의 랜드마크는 황금지붕(Goldenes Dachl)이다. 구시가지 메인 도로의 끄트머리에 반짝이는 지붕을 가진 건물이 한 채 서있다. 건물 지붕 전체가 아니라 정교하게 꾸민 테라스 위에 놓인 작은 황금빛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살던 가난한 공작을 가엾게 여겨 지나던 사람들이 금화를 한 푼씩을 던져준 것을 모아 지붕을 꾸몄다거나, 가난하다고 잘못 소문이 났던 상인이 자신의 부를 알리기 위해 금으로 지붕을 덮었다는 등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이밖에도 인스부르크에는 중앙역에서 시가지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개선문, 왕후 마리아 테레지아가 머물던 왕궁, 두 번의 동계올림픽을 치른 올림픽 경기장, 가장 번화한 거리이며 각종 상점과 식당, 옷가게, 호텔 등이 몰려 있는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등의 볼거리가 있다.

상점의 간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간판은 거의 없다. 파는 물건이나 특성에 따라 정교한 수공예로 만들어낸 간판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순백의 나라 제펠트

카르벤델과 베터슈타인 산맥 사이의 양지바른 대지에 자리한 제펠트(Seefeld). 해발 1,200m의 고지대에 자리한 아담한 휴양지다. 지붕도 벽도 하얀, 둥근 돔을 가진 아담한 교회를 제외하면 제펠트에는 딱히 볼거리가 없다.

여름철이라면 하이킹으로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탐험할 수도 있지만 겨울에는 온통 눈뿐이다. 그러니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자연설 위에서 마음껏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거나 지겨워질 때까지 눈싸움을 하며 지내는 수밖에 없다.

제설기를 쓸 필요도 없이 밤새 쌓인 자연설 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경사면을 미끄러지는 기분이란 형용하기 힘들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산의 정상에서는 장엄한 알프스자락이 끝없이 이어져 위용이 느껴진다.

커다란 아이스링크 또한 제펠트의 겨울 즐길 거리.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부딪힐 걱정 없이 너른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왈츠를 춰보는 것은 어떨까? 스키를 끝낸 오후 야외 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그날의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좋다. 경직되었던 근육이 풀리면서 기분이 나른해지고, 야외라 알프스의 산봉우리를 바라보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다.

마을 안에서도 크로스컨트리를 할 수 있고 스노모빌을 타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좀더 낭만적인 추억을 원한다면 마을 중심부에서 시작해 근처를 한바퀴 돌아오는 마차에 탑승해 제펠트를 우아하게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는 폭신한 의자와 추위를 대비해 모직으로 된 무릎 덮개도 준비되어 있다.

레흐(Lech), 생 안톤(St Anton), 쮜르스, 스튜벤(Stuben) 같은 작은 마을들은 모두 알베르크 지방의 휴양지다. 티롤 서쪽에 자리한 작은 지역으로 티롤에 포함시켜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연이 살아있는 휴양지

이들 도시들은 공통점은 대부분 해발 1,300m 이상의 고지대라는 점과 알프스 자락에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깨끗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집들은 나무로 지어진 전통적인 샬레풍이다. 베란다가 있고, 창가에는 한겨울에도 제라늄 같은 꽃을 피운 화분을 걸어두었다. 건물은 높아 봐야 4, 5층 정도로 별 다섯 개의 호텔이라고 해도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곳곳에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어 그날그날 마음에 끌리는 곳으로 올라가 활주해 내려오면 된다. 스키활주로는 호텔 바로 앞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스키화를 신고 뒤뚱거리며 걸을 필요도 없다. 리프트가 없는 평지에도 눈이 가득 쌓여 크로스컨트리나 스노모빌을 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생 안톤은 알파인 세계 챔피언 대회를 개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9월이면 ‘산과 사람, 모험’을 주제로 한 영화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

‘오스트리아’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들. 모차르트와 요한 스트라우스, 클래식, 비엔나커피, 빈 소년 합창단… 오스트리아는 중부 유럽의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이나 매력이 큰 나라다.

산간지역이 많은 오스트리아는 겨울철 스포츠의 주요 무대가 된다. 스키와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등이 인기다.

커피숍에 가면 비엔나 커피라는 메뉴가 있다. 일반 커피 위에 생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올려 보통 커피보다 조금 더 달콤한 느낌의 커피다. 비엔나 커피를 마시면서 비엔나에서 이런 커피를 마셔봤으면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비엔나에 가면 비엔나 커피가 없다. 대신 아이스패너(Eispaenner)가 있다. 아이스패너는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부드럽고 고소한 휘핑크림을 얹어준다. 누군가 비엔나에서 아이스패너를 마시고 우리나라에 소개하면서 낯선 아이스패너라는 이름 대신에 좀더 쉽고 나름대로 낭만적인 느낌이 들도록 비엔나 커피라는 이름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축구 붐이 일면서 유럽의 축구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유럽축구연맹은 얼마전 2008년 유럽 선수권대회(일명 유로 2008)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공동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잘츠부르크, 인스부르크, 크라겐프루트와 스위스의 취리히, 베른, 바젤, 제네바 등 8개 도시에서 열린다. 결승전은 비엔나의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을 경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이웃 국가로 유로 2008의 공동개최로 더욱 가까워 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 2004년 유럽 축구의 강국 포르투갈에서 열린다.




☞ 항공 티롤 지방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보다 독일의 뮌헨이 더 가깝다. 인스부르크에서 뮌헨까지 166㎞, 잘츠부르크 188㎞, 비엔나 482㎞, 스위스의 취리히 286㎞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인스부르크나 비엔나로 바로 가는 직항노선은 없으며 프랑크푸르트에서 갈아타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이나 비엔나까지 항공 이동한 다음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 현지교통 오스트리아 안에서는 열차로 이동하는 게 편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폭설로 길이 막히거나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열차가 승용차보다 안전하다. 인스부르크, 생 안톤, 레흐 등 티롤 대부분의 마을에 철로가 놓여 있다.

☞ 숙소 스키 휴양지를 찾기 전에 미리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겨울철에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므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전후해서는 숙소를 구하기가 힘들다. 오스트리아관광청 한국사무소(02-773-6422)에서 티롤 지방의 숙소 리스트가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e메일이나 팩스를 보내 예약할 수도 있고 여행사에 의뢰할 수도 있다. 성수기는 크리스마스∼1월초, 2월중순∼3월중순. 가장 저렴한 시기는 1월말∼2월초, 그리고 폐장이 가까운 4월이다.

☞ 먹거리 오스트리아는 물론 중부유럽에서는 겨울철에 와인을 따뜻하게 해서 마시길 좋아한다. 여름에는 맥주를 최고 마실 거리로 치지만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맥주 대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와인을 마신다. 따뜻한 와인이라면 이상할 것 같지만 마치 따뜻한 정종이 특유의 감칠맛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따뜻한 와인 한잔이면 몸 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퍼져 알프스의 겨울 바람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글 김숙현 사진제공 오스트리아관광청

입력시간 2002/12/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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