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카드는 안녕하십니까

신용카드 위·변조 범죄 급증, 국제범죄단에 노출된 보안장치

‘홍콩의 마피아 그룹 삼합회(三合會)가 우리나라 신용카드 시장을 찍었다?’ 신용카드를 4장 이상 보유한 복수카드 이용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위ㆍ변조 부정사용 등 각종 신용카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단위 농협 현금카드 위조와 현금인출 사건은 타인의 카드 계좌번호나 비밀번호 등만 알면 실제 카드가 없어도 자체적으로 위조,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최신 범죄 수법이어서 경찰청과 검찰 등 수사기관들은 유사 범죄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2년 전 일본과 대만에서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훔쳐 신용카드를 위조해온 홍콩 삼합회의 하부조직이 적발되면서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보안장치의 문제점이 지적된 후 일본 등에서는 카드를 반도체 칩으로 만든 IC카드로 전량 대체한 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마그네틱 보안장치를 이용하는 곳이 농협을 비롯, 대다수인 터라 국제적인 카드 위조 범죄단에겐 우리나라가 유일한 타깃 시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본과 대만과 같이 신용카드를 현재의 마그네틱에서 IC카드로 대체하거나 개인 정보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보였다.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신용카드 범죄

신용카드 발급수와 사용액은 1999년말 3,900여 만장에서 3년 만인 지난해 상반기 1억450여 만장으로 2.7배 증가했다. 카드 사용액은 91조원에서 2000년 224조원, 작년 443조원으로 매년 2배씩 늘어나는 등 신용카드 시대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분실ㆍ도난카드 불법사용, 카드 위ㆍ변조 및 부정발급 등 신용카드 관련 사건ㆍ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국 카드부정사용방지 실무위원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부정사용건수와 액수규모는 ▲ 99년 2만8,976건(245억원) ▲ 2000년 4만1,234건(422억원) ▲ 2001년 5만8,090건(455억원), ▲ 지난해 7만5,000건(700억원 추정) 등으로, 99년말 이후 불과 3년 만에 건수는 158%, 액수는 185% 늘어났다.


삼합회 수법과 유사한 위ㆍ변조 범죄

신용카드 범죄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이중 분실ㆍ도난 카드 불법사용 범죄가 가장 많고 물품판매를 가장한 현금대출, 카드 위ㆍ변조및 부정발급, 카드 양도ㆍ양수ㆍ질권 설정, 다른 카드 가맹점 명의 사용ㆍ명의대여, 가맹점 수수료 이용자 부담 등 신용카드 관련 사건ㆍ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각국의 범죄 조직과 결탁한 카드 위조단이 국내 은행 발행 카드를 카드 리더기(card-readerㆍ복제기) 등으로 위조, 국내에 들여와 거액의 물품을 구입하는 조직적인 범행이 카드 범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2년전 일본에서 적발된 삼합회의 신용카드 위조 조직의 수법과 유사하다.

이 사건의 경우 주유소나 유흥업소 등 신용카드 가맹점의 조회용 단말기에 특수장치를 부착, 신용카드의 마그네틱에 기록된 자기(磁氣)정보를 복사하듯 읽어 들이는 ‘스키밍’ 수법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훔쳤다. 입수된 개인정보는 홍콩의 비밀 아지트를 거쳐 팩스로 일본에 보내졌고 일본에서는 카드 위조 작업을 맡은 홍콩계 중국인들에게 1인당 2만엔 정도에 팔았다.

자료를 입수한 위조 조직은 우선 아무 것도 입력돼 있지 않은 ‘생카드’를 만드는 또 다른 조직에 한 장 당 1만엔을 주고 회원 번호와 유효 기간 등을 새기는 작업을 맡겼다.

그리고 ‘생 카드’가 완성되면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테이프에 입수된 개인정보를 입력, 완벽한 위조카드를 만들어 냈다. 위조카드는 값비싼 상품을 마구 사들이는 전문조직에 한 장당 5만~8만엔에 팔리거나 위조조직 스스로가 고가상품을 사들여 현금화하는 데 이용됐다.

한번도 일본을 찾은 적이 없는 미국인 명의로 신용 카드가 사용되는 등의 의혹 사건이 일본에서 잇따랐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카드 위조사건은 2년 전 일본에서 삼합회가 연류된 수법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삼합회 하부조직의 개입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초등수사 단계이어서 뭐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범죄단이 당신의 정보를 노린다

또 가족, 친척, 친구 등 가까운 사람 명의의 개인 정보의 경우 쉽게 알아낼 수 있어 손쉽게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 유령업체를 만들어 ‘카드깡’ 사업을 하며 고객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카드 위ㆍ변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신 지체 장애인, 노숙자 등 신용카드 발급 능력이 없는 타인의 개인 정보를 싼값에 사거나 속여 빼내는 수법으로도 카드 범죄는 쉽게 이뤄진다. 주유소 등지에서 운전자가 계산하는 카드와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우체통에 담겨진 카드 명세서 등을 통해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 개인정보를 알아내 범행하는 것도 그 동안 자주 발생한 범죄 유형이다.

그러나 대부분 신용카드 위ㆍ변조는 도난ㆍ분실된 카드, 또는 강도에 의해 빼앗긴 카드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유출되는 수법이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개개인 스스로 카드사용 전후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드사건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금융기관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카드 보안코드를 주기적으로 바꾸거나 현재 신용ㆍ현금카드에 부착된 마그네틱 보안장치를 위ㆍ변조가 불가능한 반도체 칩 내장 IC 카드로 변경하는 등 근본적인 기술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신용카드 사용ㆍ관리 10계명

▲ 비밀ㆍ카드 번호, 유효 기한을 절대 타인에게 노출하지 마라.(비밀 번호는 어떤 상황에도 타인에게 알려 주면 안 된다. 불법 현금 대출 업소에서 비밀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라도 절대 속지마라)

▲ 카드 매출 전표를 일일이 확인하라. (카드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매출전표의 금액을 확인한 뒤 카드서명과 동일한 서명으로 서명한다)

▲ 카드 거래 승인 과정을 반드시 지켜보라. (유흥업소와 주유소 등지에서 종업원에게 카드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직접 카드거래 승인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잊지마라)

▲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를 적극 이용하라.(SMS는 국내외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즉시 본인의 휴대폰으로 알려 줘 본인카드가 분실돼 부정사용 되어도 추가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 카드회사 분실신고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자. (카드를 분실할 경우 즉시 신고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매출전표와 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하라 (카드 결제시 잘못 작성된 매출전표는 반드시 회수, 폐기하라)

▲ 발급 신청 뒤 일정 기간 카드가 오지 않으면 즉시 카드사에 연락하라. (카드 발급 신청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오지 않을 경우 카드사로 즉시 연락하라)

▲ 금융 전과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대금을 掠?연체하거나 카드깡을 이용해 신용카드 관련 요주의자로 등재되면 금융권거래는 물론 백화점 카드도 거래에 지장을 받게된다)

▲ 카드는 꼭 필요한 1,2개만 소지하라. ▦가맹점 수수료를 고객에게 물리는 것은 불법이다.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했다면 근거자료를 준비, 해당 카드사에 내면 수수료를 돌려 받을 수 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3/01/30 15:11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