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바다를 꿈 꾼 관념의 확장

■ 제목 : 르 아브르 아틀리에의 화가와 모델
■ 작가 : 라울 뒤피 (Raoul Dufy)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165cm x 130cm
■ 제작년도 : 1929
■ 소장 : 파리 개인소장

상대방의 취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선물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 지나치게 개성적이거나 화려한 것보다는 무난한 상품을 고르게 된다. 그런 선택조차 어려울 경우 단지 브랜드의 유명세에만 의존해 구매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세계 모든 화가들의 작품 중 하나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작품의 경제적 가치와 무관하다는 조건을 달더라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카소나 고흐와 같은 대화가들의 작품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작풍이 시대의 파격적인 변화를 내포하는 것이라 해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나의 도식처럼 친숙해 졌고, 그들의 작품은 훌륭한 그림이라는 인식을 교육과 매체를 통해 별 저항없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라울 뒤피라는 화가의 작품은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언뜻 보기에 단순하고 성의가 없어 보이는 데생, 유아기적인 색채로 생각없이 내리 친한 듯한 붓 터치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유럽에서는 이른바 야수파 화가들이 자연적 질서를 해체하고 색채 자체의 자율성을 구축해 나가던 시기였다. 뒤피 역시 그런 시대적 변화와 함께 장식미술과 섬유, 벽화와 무대미술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전통성을 탈피한 예술관을 확장 시켰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르 아브르 지역에서 자라난 뒤피는 빛나는 태양이 내리쬐는 바다를 몹시 사랑하였으며 그의 작품 ‘르 아브르 아틀리에의 화가와 모델’과 같이 캔버스를 뒤덮는 푸른 색채가 주는 의미는 남다른 것이었다.

장식미술가이자 디자이너인 뒤피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은 데생과 색채의 정해진 역할을 파기하고 창문 밖 바다 풍경을 실내에 융화 시키는 등 신선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화면구성과 색채 묘사의 바탕이 되었다. 바다 내음과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 환상과 현실적 생동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의 작품 앞에서 어느덧 생의 즐거움에 도취됨을 느낀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2/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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