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다방 프랜차이즈 사기 '비상'

요란한 모집광고 뒤 체인점 늘면 고의부도 등 수법

'사이버리아는 2001년 3월 법인 설립 이후 PC방 프랜차이즈 사업에 주력 현재 740개가 넘는 가맹점을 확보했다.

전국 PC방 수가 2만개를 육박하면서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소리까지 듣던 PC방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 발빠른 성장세로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한 경제신문의 지난해 5월30일자 '도약! 프랜차이즈'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프랜차이즈 '사이버리아'를 최우수 브랜드로 선정하고, 200자 원고지 9매 분량을 할애해 '사이버리아 띄우기'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을 갖고 기사를 읽은 독자라면 적잖은 '유혹'에 빠졌을 법했을 터였다.

이 무렵, 비단 이 신문 외에도 상당수 일간지와 경제지들은 사이버리아에 대한 극찬을 담은 기사를 앞 다퉈 게재했다.

하지만 5개월여 뒤인 지난해 11월 중순 사이버리아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윤모 사장이 회사 운영자금 300억원을 갖고 해외로 도피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사이버리아 PC방 가맹점주 회원들은 격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회원들은 서울 천호동 본사에서 며칠간 농성을 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남겨진 본사 직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문 경영인으로 법적으로 대표이사로 등재된 황모 사장을 위원장으로 7명의 간부급 인사들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됐고,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과 주요 업무 공간 폐쇄 등의 비상 조치가 잇따랐지만 '전주(錢主)'가 없는 상황에서 뾰족한 모안이 나올 리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아직 확정 된 것이 없다"고만 답변했다.


사이버리아 사고는 예고된 사고?

도망간 윤 사장의 전력은 화려(?)하다. 1990년대 중반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이래 지금까지 탄생시킨 브랜드가 한둘이 아니다. 육영 탕수육, 와그너 치킨, 돈가야 우가야, 칭따오에서 사이버리아까지. 브랜드가 출시될때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키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해댔다.

결과는 대부분 성공이었다. 브랜드 탄생 후 불과 1년여만에 가맹점 수는 100~200개를 거뜬히 넘어섰다.

하지만 브랜드의 수명은 거의 2년을 넘기지 못했다. 가맹점이 포화상태에 이를 때쯤 여지없이 본사가 부도 처리된 탓이다. 윤 사장과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은 사이버리아 역시 앞선 브랜드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것이라고 평한다. 법인 대표이사로 전문 경영인을 내세운 것도 사전에 치밀히 계산된 포석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750여개의 사이버리아 가맹점들은 본사의 경영지원이 중단된 채 자체적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상태. 프랜차이즈협회 민중기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사이버리아측이 협회 가입 요청을 해왔지만 여러가지 의혹이 가시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며 "이대로 사이버리아가 공중 분해될 경우 가맹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먹잇감 있는 곳에 벌레가 낀다

외환 위기 이후 실직자들이 대거 창업대열에 동참하면서 불어 닥친 '창업 열풍'의 핵은 프랜차이즈였다. 체인 본사의 통일된 상점 설계와 홍보 지원 등으로 창업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너도 나도 프랜차이즈 창업에 뛰어들었다.

경영 컨설팅, 교육 지원, 영업 지침서 제공 등 창업 이후에도 본사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프랜차이즈 창업의 매력 포인트, 이 같은 장점을 등에 업고 급속한 팽창을 거듭한 프랜차이즈는 현재 250여개 업종에 1,500여개 브랜드에 달한다. 전국에 깔려있는 체인점 수도 무려 12만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하지만 훌륭한 '먹잇감'이 있는 곳이라면 '벌레'들이 몰려들기 마련. 프랜차이즈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이버리아' 사례와 같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정해 놓고 포화 상태에 다다랏다 싶으면 곧 바로 새로운 브랜드를 신설하는 이른바 '떳다방 프랜차이즈'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가장 큰 문제는 프랜차이즈 계악이 본사와 가맹점 간에 1대 1로 이뤄지는데 있다. 계약서 내용에 별다른 하자가 없는 한 법적으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자금을 가맹비로 납부해 놓고서도 본사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때 가맹점이 대응할만한 카드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본사만 쳐다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선의의 피해자들만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문 계명도 교수는 "프랜차이즈 실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안으로 곪을 만큼 곪아 있다"며 "늦어도 올 연말 즈음이면 '프랜차이즈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찬 밥 신세로 전락하는 가맹점

인쇄업 관련 프랜차이즈 A사는 '떳다방 프랜차이즈'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젹인 사례다. 가맹점이 200여개를 넘어선 A사가 비디오 관련 프랜차이즈에 새롭게 뛰어든 것은 지난해 초.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모집이 수월치 않자 수개월 후 이번에는 프린트 소모품 관련 프랜차이즈와 제휴를 맺고 가맹점 모집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인쇄업 관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찬 밥' 신세로 전략했다.

홍보나 경영 지원은 커녕 원자제 조달에도 애를 먹어야만 했다. 한 가맹점주는 "3,000만원 가량의 가맹비를 냈지만 본사가 다른 프랜차이즈 영업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며 "본사의 사후 지원을 받지 못할 바에야 뭣하러 비싼 돈을 들여 가며 가맹점으로 가입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른바 '돌려 막기' 식으로 체인 본사를 운영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인터넷 교육관련 프랜차이즈C사는 7,000만~1억원의 가맹비를 받고 전국에 50여곳의 지사를 모집했다.

모델로 나선 유명 연예인의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였다. 하지만 일반 학원 비용보다 훨씬 높은 수강료, 교육 내용의 부실함 등 때문에 당초 기대오 달리 수익이 변변치 않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하지만 본사측은 이에 아랑곳않고 전국의 창업 박람회를 순회하며 여전히 지사모집에만 혈안이 돼 있다. "지사 로열티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본사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새로운 지사를 모집하는데만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새로 지사로 등록하는 곳은 본사의 생계를 지탱시켜 주는 역할만 하는 셈이죠" 한 지사 관계자는 "사기나 다름 없다"고 본사를 몰아 세웠다.


법적 규제만으로는 안된다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일각의 항변처럼 '1%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는 격'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뉴비즈니스연구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 대상으로 본사에 대한 만족도을 조사한 결과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국 180여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본사에 대해 어느 정도로 만족하는지에 대해 20항목으로 세분해 조사할 결과 만족도는 100점을 만점으로 놓았을 때 낙제점인 평균 53점에 그쳤다. 점포입지 선정에 대한 만족도가 48점으로 가장 낮았고, 직원 교육(50점) 물건 반품(51점) 판촉 행사(52점) 신상품 개발(52점) 전문가 파견(52점) 본사 재정상태(53점) 등 본사의 사후 관리와 관련된 항목들은 대부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홍보 (56점)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본사측이 새로운 가맹점 모집에만 매달리는 현실을 대변한다.

프랜차이즈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부도 새로운 법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본사측이 가맹 희망자에게 사업 현황과 임원 경력, 그리고 계약 내용 등 주요 정보를 담은 정보공개서를 계약 체결 전에 제공하도록 의무화 했다.

공정위측은 "법안이 마련된 이상 프랜차이즈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안일한 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랜차이즈가 계속 팽창하는 산업인 만큼 단순히 법적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제 유아 단계를 막 벗어나 무한한 팽창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산업"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 속에서 본사와 가맹점이 각자의 의무를 다하는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을때에야 제대로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창업 피해 줄이려면

갖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소자본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예비 창업자들이 좋은 체인 본사를 선택하는 요령 5계명을 살펴본다.

1. 계약금을 지켜라 아예 체인점 개설 이전에 가맹 계약금이나 잔금을 노리는 이들이 적지않다. 감언이설로 속여 일단 계약금을 받아낸 뒤 개점조차 해주지 않고 도망치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 대표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영수증을 받고 구두 확인만으로 돈을 건네는 것은 금물이다.

2. 정보공개서 확인은 필수 본부가 부도나 경영 부진으로 인해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본부의 재정과 운영 상태가 어떤지. 경영진을 포함안 임원이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실제 영업 중인 가맹점 수가 몇 개나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사 사업 내용 등을 적어 놓은 정보 공개서를 열람하면 된다.

3. 제품 강매는 사절 일부 체인 본사는 수천만원 상다으이 제품을 떠넘기기도 한다. 재고로 쌓여 있거나 하자가 있는 제품이 대부분.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에 제품 공급 리스트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4. 신종 업종은 신중해라 몇 해 전 경기 하남시의 장모(43)씨는 회전초밥 전문점을 개업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회를 맛볼 수 있다는 이점이 부각돼 잠시 유행했지만 곧 1억5,000만원의 투자금만 날린 채 문을 닫아야 했다. 도박을 하는 심정이 아니라면 신종 업종은 추이를 지켜본 뒤 참여하는 게 좋다.

5. 모집 광고에도 답이 있다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문제가 되겠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광고가 많은 곳도 조심해야 한다. 가맹점 사후 관리 보다는 신규 가맹점 모습을 통해 재정을 보충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신규 브랜드를 마구 늘리는 본부에도 한번쯤은 의구심을 가져봐야 한다.

입력시간 2003/03/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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