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인맥] 별들의 이동, 파격은 없었다

육사24기 출신 득세, 다면평가가 변화의 핵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한달 여 만에 군의 대장급 인사 8명 중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은 공군참모총장을 제외한 7명이 옷을 벗거나 자리를 옮겼다. 표면 상으로는 대대적인 ‘별들의 이동’이지만 해군참모총장은 임기 만료에 따른 교체였고, 나머지 군 수뇌부의 인사에서도 파격의 색채는 거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세옥 전 경찰청장을 대통령 경호실장에 발탁, 40여년만에 경찰 출신 경호실장 시대를 여는 등 군의 일부 ‘기득권’에 손을 대기는 했으나 취임 12일 만에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했던 YS식의 ‘깜짝 쇼’는 없었다.

“(군 인사도) 기수를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는 3월19일의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발언이 주목을 끌었으나 파괴형 인사는 ‘설’로 끝났다.


육사 26기 대장시대

군내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육사 임관연도 기준으로 23기에서 25기로 2기수 내려가고 육참총장은 24기에서 25기로 1기 하향 조정됐을 뿐 육사 27기의 파격 발탁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양우천 2군사령관, 이상희 3군 사령관이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 육사 26기 대장시대를 열었다는 점이 노무현 군인사의 특징 중 하나이지만, 사실 이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영남 출신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었으나 지역색은 그리 크지 않았고, 신일순 연합사 부사령관 정도가 군내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 육사 출신의 미국 통이라는 점과 호남 배려 차원에서 발탁됐다는 정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군 관련 인사가 전체적으로 ‘무색무취 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육사 24기의 약진은 눈에 띈다. 현역은 아니지만 유보선 국방차관,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 안주섭 국가보훈처장 등 차관급 이상 3명과 국방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국방연구원장의 황동준 원장이 육사 24기다. 군사정권 이후 육사의 한 기수에서 이처럼 여러 명의 고위 공직자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정통한 소식통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하나회, 김영삼 정부 시절의 ‘현철 라인’, 김대중 정부의 호남 인맥과 같은 새로운 군맥의 태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준장ㆍ소장과 대령급에 광범위 하게 포진해 있는 호남 인맥의 정리과정에서 새로운 파워그룹의 부상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주초로 예정된 장성급 후속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평ㆍ상향평가 반영

향후 참여정부의 군 인사와 관련, 다면평가가 변화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과거 대장급 인사 때 청와대와 국방장관의 하향평가가 핵심 인선자료로 활용됐으나 이번에는 선배, 동료는 물론 후배들의 다면평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대장 진급 및 보직 심사에서 수평 및 상향 평가가 입체적으로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과거 기무사의 존안자료 등에 군내 여론이 담겨 있기는 했지만 정부가 인사의 직접 기준으로 삼기 위해 다면평가를 실시한 것은 향후 군 인사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김정호기자

입력시간 2003/04/09 17:02


김정호 azur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