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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개미 머피의 법칙

[노트북을 접으며] 개미 머피의 법칙

“재미 좀 봤겠네?” 부러움인지 시샘인지, 주식 투자 좀 한다는 개미들은 4월 들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530대에서 출발했던 종합주가지수가 90포인트 가량 폭등하며 지난 주말(18일) 620선을 돌파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헌데 정작 당사자는 알 듯 모를 듯한 쓴 웃음만 지어 보인다. “어휴, 남의 속도 모르고….”

상승장이 되면 개미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진다. 전광판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고 하늘을 향해 기분 좋게 고개를 쳐든 화살표(↑) 종목이 지천에 널려 있으니 마음을 다잡고 목표 수익률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것이 다반사다. 보유 종목은 고작 1~2% 상승에 그치는 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 포기했던 종목은 벌써 며칠째 상한가다. 헌데 욕심이 과하면 위험도 높아지는 법.

“저 종목만 잡으면 대박을 낼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을 즉시 실현에 옮기는 순간 무심하게도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역시 나는 안돼”라는 심정으로 손절매에 나서면 어떻게 주식을 판 것을 알았는지 이내 주가는 다시 붉은 빛으로 돌아선다.

개미들의 하소연도 가지각색이다.

“여유 재산을 톡톡 털어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었는데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무려 40% 이상 감소했다 잖아요. 부랴부랴 팔아 치웠는데 주가가 폭등하더라구요. 1분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2분기 전망이 좋아서 라나 뭐 라나.” (초보 개미 A씨) “세력주에 투자해서 며칠 만에 50% 수익률을 올렸다고 좋아했는데 세력주의 정석인 5일선 이탈 시 도망치기를 깜박했지 뭐예요. 결국 30% 손실을 입고 아주 손을 털어 버렸어요.” (중견 개미 B씨)

4월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SK㈜ 최대 주주로 올라 선 외국계 펀드 크레스트 시큐러티스였다. SK그룹의 경영권 향배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개미들의 가장 큰 관심은 크레스트의 투자 성적표였다. ‘1,700억원 투자로 보름 여만에 600억~700억원의 수익’. 푸념이 쏟아진다. “누구는 죽어라고 차트 분석하며 투자해도 원금 까먹기 일쑤인데…. 역시 주식 시장은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이라니까.”

‘머피의 법칙’은 상승장에서도 개미에게만 적용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 4월의 봄은 잔인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2003/04/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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