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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없는 스타시장 냄비들만 들끓는다

스타 없는 스타시장 냄비들만 들끓는다

한탕주의 스타시스템에 문제 생명력 있는 대중스타 키워내야

대중문화라는 창공에 혜성처럼 왔다가 혜성처럼 사라지는 순간의 스타들이 난무한다. 우리는 그들을 ‘하루살이 스타’ ‘반짝 스타’ ‘벼락 스타’ ‘냄비 스타’ 라는 문양만 다를 뿐 본질은 같은 단어로 규정한다. 스타의 순환성은 가속도가 붙어 스타가 빨리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더욱 빨리 사라진다.

어제의 스타가 오늘은 대중의 시선에 비켜나고 내일은 대중의 머리에서 잊혀지는 게 지금의 스타 기상도이다.

1950년대 데뷔해 1960년대 ‘동백 아가씨’로 한국 최초로 10만장 앨범을 판매하며 지금까지 대중의 가슴에 살아있는 이미자 같은 가수는 이제 더 이상 탄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61년 KBS 개국과 함께 탤런트 1기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도 여전히 캐스팅 1순위에 올라와 있는 김혜자 같은 생명력이 긴 연기자는 브라운관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역배우로 출발해 1980년대 스크린의 정상에서 빛을 발산하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안성기와 같은 제 2의 안성기는 스크린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극히 비관적 전망이지만 과장은 아니다.

현재의 대중문화의 속내와 스타 시스템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데뷔무대가 곧 은퇴무대

1996년 9월 7일,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한국 대중가요사에 한 획을 긋고 스타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HOT의 탄생을 알리는 연예계 공식 데뷔였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전국의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숭배를 받았던 HOT였지만 그들의 수명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2001년 해체됐다. HOT는 다른 가수와 그룹에 비하면 엄청난 장수에 해당한다.

한국 DJ클럽이 발간한 인기가요 차트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인기가요 차트 현황을 보면 지난 10년간 주간 인기가요 100위안에 든 가수나 그룹은 모두 1,154명으로 이 가운데 100위안에 오른 뒤 1년이 지난 뒤 순위에 다시 들지 못한 가수는 46%인 534명에 달했다. 절반 가량의 가수가 1년 미만의 단명이었다.

데뷔 2년 뒤에 순위에 오르지 못한 가수는 30.7%인 360명으로 나타났다. 4년 수명을 기록한 가수는 66명, 5년 37명, 6년 24명, 7년 10명, 8년 9명, 9년 3명, 10년 3명으로 집계됐다. 76.7%인 894명의 가수가 2년 미만의 짧은 수명의 가수로 마감했다. 사실상 데뷔 무대가 은퇴무대인 셈이다.

단명 하는 연예인은 가수뿐만 아니다. 연기자도 마찬가지다. 한편의 드라마로, 한편의 영화로 벼락처럼 빠른 순간에 스타가 되는 연기자도 한두 편의 드라마나 영화에 흥행을 성공하지 못하면 조연으로 전락한 뒤 이내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진다.

채시라, 최진실, 이미연, 김혜수, 이영애, 전도연, 박중훈, 최민수, 정우성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연기자들은 더 이상 캐스팅 1순위가 아니다. 그 자리에 전지현, 김하늘, 손예진, 장나라, 차태현, 조인성, 권상우 등 신세대 연기자들이 들어왔다.

이들도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정상의 자리를 누릴 것이지만 새로운 이미지와 외모로 무장한 신세대 연기자들이 나오면 이들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줄 것이다. 오죽했으면 여배우 나이 서른은 환갑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방송사 PD와 영화 감독들은 “1년에 수백 명의 연기자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데뷔를 하지만 스타로 부상하는 경우는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스타의 자리에 올라도 짧은 동안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 추락한다. 최근에는 스타 순환주기가 더욱 더 빨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데미 무어, 줄리아 로버츠, 줄리언 무어, 니콜 키드만, 해리슨 포드, 브루스 윌리스 등 중장년층의 배우들이 2,000만달러가 넘는 최고의 출연료를 받으며 여전히 캐스팅 디렉터의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정상의 자리에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50대의 기타노 다케시가 일본 최고의 TV스타로 군림하며 회당 출연료가 300만~400만엔(3,000만~4,000만원)을 받으며 국민 스타로 장기간 군림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낯선 풍경이다.


만들어지는 스타의 한계

우리 대중문화에서의 냄비스타의 범람은 1990년대 이후 나타난 현상으로 근래 들어 그 현상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우리만의 독특한 스타 시스템과 대중매체의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스타제조 공장으로 우뚝 선 연예 기획사들이 상품 구매력 있는 10대들을 겨냥해 이미지와 외모만을 고려해 연예인을 만든다.

때문에 그들은 자생력이 모자란다. 이것이 스타 단명의 가장 큰 원인이다. 가창력이나 연기력으로 스타가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매니저에 의해 이미지와 외모의 조작으로 스타가 되는 시스템이 하루살이 스타를 양산하는 것이다. 또한 최고의 스타를 만들기보다는 빨리 스타를 만들어 최대한 수익을 창출하자는 연예기획사의 빠른 비용회수를 위한 한탕주의식 스타 관리 역시 냄비스타 범람 현상을 부채질 한다.

연예 기획사와 스타간의 불평등한 계약도 장수하는 스타를 키워내는 시스템 정착에 장애가 된다. 보통 기획사에선 신인을 발굴해 음반을 낼 때 계약금이 없거나 500만원 정도의 매우 적은 계약금에 4~5년 장기 계약하는 경우가 많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만 매우 적은 금액의 인세를 주거나 생색내기 보너스를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첫 음반에 실패하면 대부분 기획사에선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고 가수를 포기하고 대박이 나면 계약기간 동안 수익창출을 위해 최대한 가수를 활용한다.

최근 신곡 앨범을 발표한 조성모는 자기가 스타로 부상했던 GM기획 소속 당시를 “노래하고 차에 실려 이동해서 또 노래하고 너무 지쳤어요. 4집 앨범을 낸 후 김광수 사장을 찾아가서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했어요.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가수를 그만해야할 것 같더라구요”라고 말한다.

기획사들이 가수 생명보다는 수익 창출에 얼마나 더 몰두하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난 다음 스타 가수로 활동하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계약을 맺지 않는다. 엄청난 계약금을 주고 전속계약을 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키는 것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연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에이전시나 일본의 프로덕션은 스타의 인기와 수명을 위해 광고나 캐릭터 선정을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진행한다. 그러나 우리 기획사는 만약 드라마나 영화 출연으로 인기를 끌게 되면 연기자의 이미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이 많은 광고나 작품에 무차별적으로 출연시킨다. 결국 대중에게 식상함을 안겨주면서 스타가 스스로 자멸하게 하는 것이다.


시청률지상주의도 한 몫

기획사뿐만 아니라 영화사와 방송사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도 문제다. 1990년대 후반부터 투자회사나 투자조합 등 금융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한 영화사에선 투자사들이 작품이나 시나리오 완성도보다는 특정 스타 출연여부를 보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특정 스타만을 기용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흥행을 위해 특정 스타만을 기용하다보니 흥행에 한 두번 실패한 스타 배우는 재기의 기회를 갖기가 무척 힘들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방송사에서도 한 두번 주연으로 기용했다 실패하면 아무리 스타급 연기자라해도 소모품 취급을 하며 과감하게 버린다. 이러한 영화사와 방송사의 척박한 풍토 역시 반짝 스타를 만들어내는데 큰 이유로 작용한다.

이밖에 문화상품의 주요한 소구층인 10대는 취향과 기호가 쉽게 변하는 데다 이들이 2~3년이면 20대 청년층으로 편입되면서 10대때 환호를 보냈던 스타들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스타들은 자신의 지지 기반을 상실하게 되면서 스타의 자리에서 추락하게 된다.

우리보다 스타들의 경쟁이 심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니지먼트사와 프로덕션사가 스타의 경력 관리보다 수입 관리만을 중시하는 것은 스타와 매니지먼트사를 동시에 망하게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연기자나 가수의 경력관리에서부터 작품 및 음반분석, 산업동향, 배우와 가수의 이미지에 대한 조성과 관리, 배역과 출연작품 또는 프로그램 선택, 방송사나 영화사간의 계약후의 발생하는 문제해결 능력까지 갖춘 에이전트나 매니저들이 스타를 생산하고 스타의 창조적인 삶을 관리한다.

대다수 일본 연예인들이 소속된 프로덕션사에서는 장기간 인기가 없어도 월급을 지급하며 안정적으로 연기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켜 스타뿐만 아니라 연기자, 가수들이 장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인프라는 결국 대중문화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것이다.

우리 기획사들이 외국 기획사에서 돈버는 전략만 배울 것이 아니라 스타를 진정으로 위하는 관리나 시스템을 배워 정착시킨다면 제 2의 이미자, 김혜자, 안성기는 무대에서,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에서 수시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2003/04/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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