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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열 많은 사람, 보신탕은 독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열 많은 사람, 보신탕은 독

요즘처럼 각종 건강식이 유행하고 너도나도 의사임을 자처하는 세상에서는 잘못된 정보와 거짓 정보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항간에 떠도는 여러 비법 중 정말 좋은 것도 많지만 혹세무민하는 얘기도 많다.

흔히 아침에 일어나서 무조건 냉수 한 잔씩 들이키는 사람들이 있다. 마시기 싫지만 건강 때문에 마신다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아침 공복에 습관적으로 약수를 마시다가 오히려 속이 냉해지면서 양기(陽氣)가 손상될 수도 있다. 냉수를 마시는 것이 좋은 사람은 위장에 열이 너무 많아서 진액이 마르면서 건조해 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변비가 생겼을 때 냉수를 마시면 대변이 잘 나오게 된다. 한참 양기(陽氣)가 상승하는 아침에 찬물을 끼얹으면 가을이나 겨울에 독감이 생기거나, 설사를 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몸이 찬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냉수와 비슷한 경우로 죽염이 있다. 최근까지 짜게 먹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과 죽염이 만병 통치약처럼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면서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죽염은 짠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식혀주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위열(胃熱)로 인해 잇몸이 붓거나 혀가 헐거나 목감기로 목이 부은 경우에 죽염을 써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짠맛은 오행(五行) 상 차가운 물의 기운인 수(水)에 속하며, 팔괘(八卦)로도 물의 상징인 감수(坎水)괘에 해당하므로, 물기운이 부족한 사람,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차면서 물기가 많은 사람에게는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

커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에 녹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녹차는 기본적으로 성질이 차기 때문에 녹차를 차게 마시면 열을 식혀주는데 매우 효과가 좋다. 하지만 뱃속이 차면서 녹차를 수시로 마신다면, 위장에 담음(痰飮)이 생기면서 소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녹차를 마실 때에도 적당한 때와 적당한 상황인지 고려해가면서 마셔야 한다.

박하차와 국화차도 마찬가지이다. 박하와 국화는 풍열(風熱)을 흩어주는 작용을 하므로 체표에 열이 올라온다든지, 열감기가 있다든지, 눈이 충혈된 경우, 머리에 열감이 있으면서 뜨끈뜨끈한 경우에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찬 성질이 있기 때문에, 찬 기운 때문에 병이 생겼거나 몸이 평소에 냉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제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여름철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품으로 알려진 삼계탕, 보신탕, 그리고 고기를 구워먹을 때 항상 먹곤 하는 마늘같은 음식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몸이 뜨거운 사람이 먹으면 열을 돋구게 된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인삼을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특히 소주와 생마늘, 개고기를 같이 먹을 경우 녹내장, 백내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기력이 떨어지면서 여름에도 몸이 차가우며 장이 냉해서 설사를 하는 사람의 경우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술 한잔 곁들이고 싶으면 차가운 맥주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치킨과 생맥주는 그래서 잘 어울리는 것이다.

사람도 찬 사람이 있고, 뜨거운 사람이 있듯이 자연에 있는 음식물도 각각 성질이 다르다. 그것을 잘 관찰해서 적재적소에 잘 이용하면 최대의 효율을 얻을 수 있고, 잘못 이용하면 엄청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마치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인재를 등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장관 한 번 잘못 임용하면 국가 전체가 흔들리듯이, 음식 한 번 잘못 먹으면 전신 건강이 흔들릴 수 있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3/04/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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