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50] 캬슈카르

실크로드, 서역상인의 발자취를 따라

허공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는 해발 7,456m의 무쓰타거 산. 카라쿠리 호수엔 바람 한 점 없지만 무쓰타거산 정상에는 거친 눈보라가 포효하듯 휘몰아친다. 해발 3,800m에 위치한 카라쿠리 호수에도 겨울 정취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수면은 꽁꽁 얼어붙은 채 눈이 쌓여있고 오가는 인적이 없는 듯, 발자국 하나 없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

실크로드의 서쪽 끝, 중국 국경 도시 카슈카르에서 카라쿠리 호수까지는 왕복 10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1985년 무려 20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완공된 중국-파키스탄 고속도로(카라코롬 하이웨이라고도 불린다)를 따라 약 200km. 그리 멀지 않은 구간이지만 척박한 환경의 파미르 고원 탓에 자동차 소통에는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카라쿠리 호수가 있는 파미르 고원에 가까워지면서 도로 양편으로 늘어서 있던 방풍림 신장백양나무는 모두 사라지고 산사태로 패인 도로와 황량한 회색빛 고원이 펼쳐진다. 경사진 산비탈에서는 엄청난 바위가 금방이라도 굴러 내릴 것처럼 위태롭게 붙어 있고 깡마른 대기에 공기는 점차 희박해진다.

척박하기 그지없는 파미르 고원, 과거 실크로드를 오가던 캐러밴 대상들은 목숨을 걸고 파미르 고원을 넘나들었으리라. 다행히 현재 고속도로는 카라쿠리 호수까지 이어져 자동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카라쿠리 호수 위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파미르 고원은 웅장하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주위는 온통 거대한 설산뿐. 호흡은 가빠지고 혈관은 팽창해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도시에서는 봄이 시작된다는 3월말. 7,456m 무쓰타거 산과 7,719m 궁거얼 산의 정상에는 거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만년설을 인 산의 정상에서 하얀색 눈보라는 긴 띠를 이루며 파란 하늘에 획을 긋는다. 아! 하는 탄성이 그냥 나올 만큼 그 모습이 장관이다.

카라쿠리 호수는 꽁꽁 얼어붙어 사람이 걸어 다니기에 충분하다. 카라쿠리호수는 차가운 겨울보다는 초원이 이루어지는 여름철에 제 멋을 다한다. 날씨에 따라 일곱 가지 빛을 내는 수면과 푸른 초원 그리고 만년설을 인 고봉들이 펼쳐지는 파미르 고원의 여름. 짧지만 그만큼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카라쿠리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 역시 먼 여정이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듯 아른거리는 영상을 떠올리다보면 4시간 정도. 도시에 이르렀을때는 이미 날이 저문다.


동서양 문화가 뒤섞인 카슈카르

카슈카르는 중국 서쪽 끝에 위치한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다. 행정구역 상 중국신장위그르자치주의 서쪽 끝에 위치한다. 이곳에서 파미르 고원을 넘으면 파키스탄, 카자흐스탄에 이를 수 있다. 정식 명칭은 카스.

하지만 위그르인들은 대부분 캬슈카르라 부른다. 위그르어로 '각양각색의 집'이란 뜻이다.

동서양의 문화를 이어준 실크로드가 이곳 신장위그르자치주에서 3곳으로 나뉘어진다. 텐산산맥의 남쪽 길인 텐산남로. 그리고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족을 지나는 서역남로 등 3곳. 특히 텐산남로는 둔황에서 투루판 또는 라우란을 거쳐 쿠얼러, 쿠처, 카슈카르를 지나 파미르 고원을 넘어 이란에서 터키로 빠진다.

텐산남로 및 서역남로를 이용할 경우, 카슈카르를 거치지 않을 수 없을 터. 거리 곳곳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심의 인민로와 해방로가 마주치는 교차점을 기준으로 도시는 발달되어 있다. 도심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해방 직후 다큐멘터리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낡은 건물과 혼잡한 거리, 남루한 차림의 행인들. 대중교통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이용하거나 걸어 다닌다. 굳이 아스팔트도로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이슬람교를 숭상하는 위그르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성지 아이티거얼 칭전스를 비롯해 신장 최대 규모의 바자르, 샹페이무(향비묘) 등 실크로드의 얽힌 볼거리들이 많다.


활기 넘치는 바자르

카슈카르시 동편에 위치하는 국제무역시장(바자르0은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의 문물이 활발하게 왕래한 당시를 재현한 듯한 느낌을 준다. 신장성과 중국 내륙, 중앙아시아,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상품들이 교차하며, 그 규모도 신장성에서 가장 크다.

상품의 종류도 의류, 카펫, 공예품, 식료품 등 다양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특히 카펫은 품종이 다양하고 화려한 꽃무늬와 선명한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실용적인 가치가 높다.

파키스탄에서 가지고 왔다며 흥정을 붙이는 상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상인이 부르는 값에서 최소 반 값정도는 깎아야 한다. 때로는 최대 70%까지 깎아도 무방. 상점주인이 싫은 표정을 짓지 않으면 적정 가격인 셈이다.

카슈카르시 중심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 아이티거일 칭전스는 5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442년 카슈카르의 통치자가 친구의 혼을 달래기 위해 건립한 이래로 위그르 인들의 정신적인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원 좌측에 마련된 수공예시장 역시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잇는 바자르다. 국제무역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주전자, 칼, 각종 장신구, 다기, 가죽제품, 야채, 과일 등에 이르기까지 현지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품들을 만날 수 있다.

향비묘는 시 동쪽 약 10km지점에 위치한 이슬람 양식의 무덤이다. 1640년 이곳의 권력자인 아파호자가 그의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만든 묘지인데 대대로 아파호자 가(家)의 묘가 되었다. 그 가운데 청나라 건륭제에게 출가한 향비의 무덤도 있어 중국인은 이를 향비묘라고 부른다. 모두 72명이 묻혀있다.

위그르 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민가를 방문할 수도 있다. 약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위그르인 마을에서는 꾸밈없는 그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흙벽돌로 지어진 낡은 건물에 지나지 않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다. 내벽 전체엔 타일을 붙여 세련된 모양이고, 바닥은 카펫을 깔아 실용성을 높였다. 외부에서 볼때 온통 회색빛으로 보였던 건물의 내부가 이처럼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엣 위구르인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을 오가던 비단 교역길-실크로드

실크로드는 기원전 2~3세기경 중국의 장안(지금의 시안)과 이탈리아 로마로 이어지던 교역길이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져가는 주요 교역품이 비단이었기에 '비단길', 실크로드라 부르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행해진 교역은 물품에 그치지 않았다. 문명, 예술, 종교 등도 동서양을 넘나들었다. 서주시대부터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중국 시안을 비롯해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들은 번영했다. 하지만 당나라 이후 국가의 분열에 의해 실크로드의 존재는 무의미해졌다.

그 후 20세기 접어든 후, 둔황의 막고굴에서 수많은 경전, 역서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시안에서부터 란조우, 둔황, 하미, 투루판, 우루무치, 쿠얼러, 쿠처, 카스 등이 실크로드의 맥을 잇는다.

실크로드는 모두 3개의 코스로 나눠볼 수 있는데 텐산북로, 텐산남로, 서역남로 등. 텐산산맥의 북쪽으로 통하는 텐산북로는 둔황, 하미, 투루판, 우루무치, 이닝, 카자흐스탄을 지나 터키에서 로마로 간다. 서역남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쪽을 지나는 길이다.

그 동안 중국 실크로드를 여행하려면 베이징, 시안에서 기차나 육로를 통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불편했다. 오는 5월1일부터 중국 남방항공이 인천~우루무치간 직항 전세기를 운항할 예정이어서 보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5시간.



☞ 여행정보 : 신장위그르자치주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카슈카르까지 매일 대형 항공기가 운항한다. 우루무치에서 국내선 항공편으로 약1시간 25분 소요된다. 다만 국내선 항공편의 경우 성시에 출발하고 도착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 기후 : 대륙성 온대 기후이며 메마른 사막기후를 보인다. 여름철에는 무덥고 겨울철에는 춥지 않으니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크다. 일조 기간이 길고 강수량이 적다. 봄과 여름에는 모래바람이 분다.

입력시간 2003/05/2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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