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한강의 멋을 아십니까


■ 우리도시 예찬-그 동네 그 도시의 매력을 찾아서
김진애 지음/안그라픽스 펴냄

파리에 간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사진이나 그림에서,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에서 보고 느낀 세느강과 실제의 세느강이 너무나 차이가 큰 것을. 이들은 이구동성 외친다. “우리 한강이 백배는 더 아름답다.”

“우리 도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스카이 라인을 고려치 않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 단지, 늘 꽉 막혀있는 도로, 매캐한 공기 등을 떠올리면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다. 그런데 그 주장자가 산본 신도시, 인사동길 등의 설계작업을 맡았던 도시 전문가라면 한번쯤 그 이유를 들어볼 만 하지 않는가.

외국에 나가 새삼스럽게 우리 한강의 멋에 감탄했듯이 속는 셈 치고 그의 손을 잡고 한번 따라가 보자. 삭막하게만 여겼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동네가 매력 덩어리로 다가올 지 모른다.

지은이는 진주 남가람동네, 대구 약전골목, 수원화성 등 전통 동네와 인천 차이나타운, 서울 정동 등 개화기의 유산이 남아있는 동네, 서울 청담동 홍대 앞 등 세칭 물 좋은 동네, 대전 둔산타운 등 신도시, 제주 산지천, 광주 푸른길 등 자연을 보존하고 있는 동네 등을 두루 둘러 보았다.

그의 동네 이야기는 단지 그곳을 찾아가 보고 싶은 곳으로 그리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고 변화하는 동네의 정체성과 매력에 눈뜨고 그 미래를 아름답게 가꿔나가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삶의 배경으로서의 도시, 삶의 현장으로서의 도시로서, 도시가 인간의 욕망과 가치를 통해 진화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엉망인 듯 했던 우리 도시와 동네를 충분히 예찬할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우리 동네, 도시가 갖고 있는 매력에 눈뜨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에 따르면 먼저 질서 콤플렉스, 크기 콤플렉스, 장식 콤플렉스, 폼잡기 콤플렉스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 도시를 서구의 눈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입력시간 2003/06/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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