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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에 담긴 거짓과 위선

악어의 눈물에 담긴 거짓과 위선

공인으로서의 자세 절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임을 알아야

악어는 큰 고깃덩어리를 삼킬 때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것은 ‘참회의 눈물’ 이 아니다. 자기 입보다 큰 먹이를 삼키며 숨을 크게 들이쉬는 과정에서 눈물샘이 눌리며 나오는 눈물이다. 그래서 악어가 먹이를 먹으며 흘린 눈물을 보면서 사람들은 연민이나 동정을 보이기는커녕 위선과 허위에 분노를 표출한다.

그 눈물은 절망 끝에서 터져 나오는 마지막 순수라는 눈물의 의미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이성과 합리로 더욱 견고해 질수록 눈물샘은 마른다. 때문에 사람들은 가끔씩 보는 눈물에 적지 않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그 눈물에 동조하며 가슴 아파하거나 무언의 지원을 하기까지 한다. 눈물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요즘 유독 눈물을 많이 흘리는 곳이 있는데 연예계가 바로 그 곳이다.


“눈물의 무기가 될 수 없다”

‘제가 조국에 돌아가지 못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힘들고 외로웠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청년의 마음을 부디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최근 스포츠지의 기사인데 제목에 눈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유승준, 강 법무에 눈물의 편지’.

병역 기피 파동을 불러 일으킨 뒤 지난해 입국이 금지된 유승준이 자신의 심경을 담은 탄원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것에 대한 보도다. 한국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재미교포 단체장들의 서명도 함께 소개됐다.

하지만 유승준의 눈물의 편지 기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눈물의 의미에 공감하기는커녕 야유와 비난 그리고 분노가 분출한다. “왜 조국이 한국이냐. 그에게 조국은 미국이지 않느냐”는 반응에서부터 “이제 돈 떨어졌나. 미국에서 잘 지내다 돈 벌고 싶은 모양이지”라는 비아냥거림까지 유승준 귀국 탄원에 대한 반응은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아 군대에 가지 못할 입장의 청년이 시력판에 적힌 글자를 미리 외워 시력검사를 받으며 ‘꼭 가고 싶습니다!’ 라고 외치는 한 제약사 광고 모델의 모습과 유승준의 지난해 보인 행태는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군입대에 관한 그의 최소한의 진솔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음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꼭 혼혈인 같은 외모군요?” “전 된장찌개 잘 먹고 부모가 한국인 토종이에요.” 이 질문과 답은 최근 자신이 혼혈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린 연기자 이유진이 필자와 가진 2000년 6월 2월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일보 2000년 6월 3일자 22면).

이유진의 눈물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생각하는 자성의 모습과 동시에 그녀의 거짓말에 대한 분노가 동시에 치민다.

오프 더 레코드(보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사실을 말하는 것)에 대한 굳은 약속을 하면서 물었던 질문에 그녀는 자신이 생물학도(서울여대 생물학과)임을 상기시킨 뒤 필자에게 ‘돌연변이’라는 단어까지 등장시키며 혼혈인이 아님을 단언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눈물을 흘리며 혼혈인임을 밝혔다.

이유진만이 아니다. 난 지금도 2001년 3월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 자리를 잊지 못한다. 10개월 동안 20Kg의 체중을 감량하며 건강한 몸매를 내보이며 방송에 복귀하는 개그우먼 이영자의 인터뷰 자리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필자는 질문 하나를 했다.

“혹시 지방흡입수술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이었다. 지방흡입수술로 그렇게 많은 체중을 감량할 수는 없을 것이었고 참 꾸준히 운동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부언과 함께. 정말 수술을 안 받았느냐는 세 번 연속된 질문에 이영자는 짜증 섞인 그러면서도 매우 단호하게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녀의 확신에 찬 말을 듣고 필자는 당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줬던 요시카 피셔 독일외무장관의 자서전을 인용하며 “비만의 문제를 떠나 삶의 질이 달라졌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이 질문에 책은 읽지 않았지만 피셔 장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그리고 필자는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등 세 개의 매체에 이영자의 다이어트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썼다.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

그러나 결국 그 기사는 독자들을 속인 꼴이 됐다. 필자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했던 수많은 기자들이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 기사를 쓴 셈이다. 왜냐하면 지방흡입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던 그녀가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 지방흡입수술을 했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시술을 했던 의사와의 분쟁 과정에서 수술 사실이 들통난 뒤 눈물을 흘리며 진실을 밝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날씬한 몸매만을 강권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인식에 대한 비판에 앞서 그녀의 거짓에 화가 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대중은 수많은 연예인들이 흘리는 눈물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눈물의 순수성이 상실되고 거짓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눈물은 위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악어의 눈물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스타에게나 대중에게 불행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대중의 선망의 대상인 스타(연예인)들은 대중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조작적 당위성이 존재한다. 공인으로서의 연예인에 대한 통념들이 개인의 감성과 취향, 그리고 자기 결정권이 배제된 보편적 도덕심을 가져야 할 자, 혹은 건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내레이터 모델로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스타의 거짓말은 문제가 있다. 또한 스타의 이미지는 정교하게 조작되고, 문화산업의 제일 목표는 이 같은 이미지 조작을 통한 이윤창출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도 연예인의 거짓은 그들을 보며 꿈을 키우고 마음의 위안과 즐거움을 받았던 청소년과 대중에게 큰 상처를 준다.

미국 대통령 법률 고문을 지냈던 존 딘변호사는 연예인의 공인 여부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내린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저명성으로 인해 사회적인 일에 역할을 맡거나 공공의 의문을 해결해 낼 것으로 생각하는 이를 공인이라 정의했다. 그는 연예인은 설득력과 영향력이 매우 커 공인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했다. 그래서 대중의 관심의 중심에 선 스타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거짓을 권하는 연예계 구조

거짓말을 강권하는 연예계 구조, 그리고 그 거짓말에 자유로울 수 없는 대중매체, 그리고 평소에는 연예인을 ‘딴따라’라고 무시하면서 일만 터지면 엄격한 도덕적 문제를 들이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이중적인 잣대, 잘못에 대한 원칙 없는 징계와 해제 등이 악어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연예인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의 언어는 대중의 언어가 되고 스타의 몸짓은 사람들의 유행이 된다. 스타에게서 대리만족을 구하며 생활의 위안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동일시하면서 삶의 희망을 얻기도 한다. 스타들은 많은 대중이 좌절했을 때 위안을, 절망했을 때 희망을, 힘들 때 즐거움을 주는 희소한 자원이다.

하지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그래서 더 이상 스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그 내용물을 담보하지 않은 채 거짓과 위선의 상징으로 굳어버리면 상상도 못할 영향력과 설득력을 갖춘 스타들은 더 이상 존재의미를 갖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존재는 사람들의 정서와 감성을 황폐하게 만드는 독약으로 작용한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말은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를 조성하는 데에도 연예인의 정직이 바탕이 되어야만 그 이미지는 생명력을 얻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대중의 정서를 윤택하게 하는 거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 연예 기획사의 생리, 대중매체의 문제, 대중의 심리 등 악어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많은 요인이 존재해 그것도 시급해 개선돼야겠지만 병행해서 스타의 개인적 정직함도 복원되야한다. 결국 거짓말의 최종 책임은 스타이기 때문이다. 이제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연예인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는 것은 나만의 바람만은 아닐 것이다.

배국남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2003/06/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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