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던 엔-달러환율은 지난해 8월 147엔대까지 기록한 후 하락세로 돌아서 12월말 116엔 내외를 오르내렸다. 98년 상반기중에 나타난 엔-달러환율의 상승 즉 엔화가치 약세는 95년 5월 이래 3년째 지속된 현상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미국이 장기간 호황을 지속하고 있던 반면 일본은 빠른시일 내에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대변해 준다. 98년 중반에는 미·일간 경제사정을 감안해 볼때 엔화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을 분기점으로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하던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섰고 12월 현재까지 이 추세가 유지됐다. 엔화강세 기조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것으로 기대되므로 지금은 엔-달러환율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전망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 하겠다.

지난 8월 중순부터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 아시아에 이어 러시아와 중남미까지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국제투기자금들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게 되었다. 헤지펀드로 불리는 국제투기자금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당시 강세가 예상되고 있었던 달러화로 교환하였다. 그리고 이 자금을 금리가 높은 아시아, 중남미,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해 왔으나 이 지역들의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엔화 약세가 멈출조짐을 보이자 차입한 엔화를 상환하기 위해 서둘러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기 시작한 것이 엔화의 강세반전 계기라 할 수 있다.

그후 8년째 장기호황을 누리던 미국의 경제가 99년부터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급격한 경기둔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9월부터 11월사이 세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하였다. 이러한 금리인하 조치는 경기둔화를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는 것을 막아 보려고 실시된 것이지만 단기적으로 달러화 금융자산에 대한 수익률을 감소시켜 달러화 선호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또한 99년 1월부터 유럽의 11개국이 참여하여 출범하게 되는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화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 밖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클린턴 미대통령의 탄핵 가능성등이 달러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하여 지금까지 엔화는 강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엔화강세 기조가 99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먼저 경기측면을 살펴보면, 99년중 미국경제는 기업의 수익이 저조하여 투자가 감소하고, 신흥시장이 불안하여 수출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성장률의 둔화가 예상된다. 반면 일본경제는 99년중에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기는 어렵겠지만 그동안 발표되었던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낸다면 98년보다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은 현재 금융시스템의 부실화가 심각한 상황이고, 지난 11월에 발표된 24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도 내수를 촉진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쉽사리 경기가 회복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미국경기의 둔화 예상만으로도 99년 미·일간 경기의 차이는 98년보다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가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여기에 그동안 경제위기를 겪었던 아시아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또한 더해지고 있어 일본의 경기침체를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에 금리측면을 보면, 99년 상반기에 미국은 금리인하의 효과를 보기 위해 추가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익률에 민감한 국제투자자들은 달러화를 다른 통화로 바꿔서 운용하게 된다. 결국 달러화에 대한 매력이 다소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일본은 95년말 재할인율을 0.5%로 인하한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초저금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99년중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면 금리인상을 단행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일간 금리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동안에는 엔화가 약세를 보였으나, 최근에 미국이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 단계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로는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장기간에 걸친 엔화약세로 일본의 무역흑자는 크게 증가세를 보인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욱 심화되어 양국간에는 무역마찰에 대한 우려가 늘 내재해 있었다. 미국의 경기호황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큰 폭의 무역적자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으나, 99년에 미국의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면 제조업자 및 수출업자들의 압력으로 미국은 달러강세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올 1월 출범된 유로화의 탄생은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할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유로화의 강세출발 전망이 우세하므로 99년초에는 달러화 선호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로화가 달러화에 비해 약세로 출발할 수도 있고 유로화 탄생이 일본 엔화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엔-달러환율에 대한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상당 부분 내어주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99년중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강도는 일본의 경기회복 진행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현재로선 부실채권 처리 등 일본의 금융구조 개혁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엔화강세의 추세가 완만하게 진행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우리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엔화강세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제품에 비해 우리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생기므로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99년에는 세계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수출증대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달러화 약세기조에 따라 우리 원화도 강세를 보인다면 엔화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의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영향으로, 국제금리의 하락을 동반한 달러가치의 하락은 막대한 외채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외채상환 부담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엔화강세는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하지만 세계경제 여건상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모·한화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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