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신간안내] 실상사 外
소설가 정도상이 실상사를 배경으로 쓴 다섯편의 단편소설 '봄 실상사' '여름 실상사' '가을 실상사' '겨울 실상사' '내 마음의 실상사'를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사찰 실상사가 소설의 공간적 무대이다. 주지 도법 스님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봄 실상사'에서는 80년대 통일운동을 했던 주인공이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내려간 실상사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첫사랑 여인을 만난다. '가을 실상사'는 농사를 짓다 도시로 올라오지만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주검으로 발견되는 동생의 이야기를 형의 시선으로 썼다. 작가는 실상사라는 공간을 통해 1980년대와 2000년대, 젊은 시절의 이상과 세월이 흐른 후의 환멸,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욕망과 개인의 분열된 자아를 이야기한다. 상처 입은 인간과 시대에 대한 연민, 살아 펄떡이는 삶에 대한 동경을 소설에 담은 작가의 목소리가 아련하면서도 길고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문학동네 발행ㆍ8,000원. ■ 플로우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책 제목 플로우(flow)란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느낌'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한 사람이 행위에 깊에 몰입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적 상태을 일겉는 말이다. 그때 한 인간은 '내 운명의 주인은 나'라는 행복감을 맛본다. 저자 칙센트미하이는 헝가리 태생으로 미국에 이민, 시카고 대학에서 40여 년 간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는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 교수이자 삶의 질 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학자. 청년 시절 그는 '행복이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는 발견을 하게 됐고,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며, 운명의 주인이란 자각은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평생의 연구 주제로 삼았다. 그는 이 책에서 플로우의 구성 요소, 노동과 플로우, 난관 속에서 플로우를 경험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최인수 옮김. 한울림 발행ㆍ2만5,000원. ■ 마음의 비밀 / 데이비드 코언 지음 상징, 꿈, 별, 사랑, 영혼, 마음이 각각 인간문명에 끼친 영향과 비밀을 파헤친 '비밀 언어 시리즈'의 마지막 권으로 '마음'을 다룬 책이다. 이 총서는 신비로울 정도로 인상적인 화보와 학문적 깊이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유려한 글쓰기로 화제를 모았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해부학, 생리학에 근거를 둔 뇌의학의 발전에 바탕해 인간 의식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환원주의적 입장이 그 하나. 이에 반해 인간의 마음은 개개인에 대한 통찰, 심리 요법을 통해서만 이해 가능하다고 보는 주관적 입장이 있다. 프로이트로 대변되는 입장이다.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저자 데이비드 코언은 뇌의학, 정신분석학, 심리학의 입장을 차근차근 전개하면서 성격, 기억, 감정, 의식의 변화 등 인간 마음의 구성요소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해답을 풀어놓는다. 원재길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2만5,000원.
입력시간 : 2004-07-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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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