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16강전에서 승리한 한국 대표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8강 진출에 성공한 여자 대표팀은 파리올림픽 단체전 진출권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16강전에서 승리한 한국 대표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8강 진출에 성공한 여자 대표팀은 파리올림픽 단체전 진출권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앞으로 약 4개월 이후인 7월 26일에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개최되며 많은 나라의 대표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앞세우고 참여하게 된다. 어떤 종목이든 그 분야의 운동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는 정말 어렵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중해서 남다르게 노력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며 태극 마크를 가슴에 부착한다는 사실은 운동선수의 꿈이 실현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큰 영광이며, 상당한 경제적인 보상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국가대표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은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일부의 전직, 현직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에 연루돼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일, 전청조의 30억원대 투자사기 공범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에 대해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함께 사기 범행을 공모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그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남현희에 대해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설령 직접 공모는 하지 않았더라도 전청조와 동행하고 결혼발표 인터뷰도 하는 등 결과적으로 사기행각에 일조했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펜싱 교습소를 운영할 때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전직 국가대표 타이틀을 활용하면서 영광은 맘껏 향유한 반면, 사회적 책임감은 망각한 것 같아 안타깝다.

또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에서 요르단과 4강전 전날에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과 언쟁과 몸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주장으로서 ‘원팀’의 분위기를 위한 협조를 구한 손흥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과 과거 대표팀 선배들에게 했던 무례한 언행 등이 차례로 밝혀지며 강력한 비판을 받게된 것이다.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영광과 동시에 책임감이 따른다. 국가로부터 막대한 지원과 응원을 받고 있기에 국민들은 그에 걸맞는 모습으로 보답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우수 선수 양성을 통한 국위선양을 목표로 국가대표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 결과 실제로 박태환, 김연아, 손흥민 등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했고 그들은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주역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체육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현재, 기존의 방식대로 엘리트 체육 중심의 국가대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방법일까?

소위 ‘체육연금’이라 불리는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은 1975년 전문체육인의 사기진작과 국위선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처럼 프로화가 잘된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 선수들은 은퇴 후 체육으로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실제 1970년대에는 메달리스트들이 생활고를 겪는 일이 많았다. 그 대책으로 대한체육회에서 연금제도를 만들어 선수들의 생계를 어느 정도 보장하도록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금메달리스트에게 6300만 원의 포상금과 월 100만원의 연금을 지급한다. 뿐만 아니라 종목별 협회는 별도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양궁 협회는 개인 금메달리스트에게 3억원, 단체 금메달리스트에게는 각각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여자 배구선수들은 각각 협회, 연맹, 은행그룹으로부터 2억원씩 총 6억원을 받는다. 야구는 금메달에 10억원, 골프는 3억원의 상여금을 내걸기도 했다.

각 국가에서 금메달리스트에게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에 대한 비교자료를 살펴보면, 1위에서 6위까지는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 경제개발 단계인 국가들이고 10위권에는 한국, 일본 및 미국 등 선진국이 분포돼 있다.

특히 미국은 경제 대국임에도 포상금이 많지 않다. 미국 올림픽위원회가 밝힌 브라질 리우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은 2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800만원 수준이다. 놀라운 사실은 영국의 경우 국가에서 지급하는 금메달 포상금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영국 올림픽위원회는 “포상금이 반드시 선수들의 동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올림픽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이 그들의 최선의 기량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동기라고 믿는다. 그게 올림픽이고, 그들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우리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 연금 제도에서는 올림픽 6위 이내의 입상자와 여타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고 누적 점수를 합산해 차등적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가대표가 받는 또 다른 혜택은 국가대표 선수촌과 막대한 예산지원이다. 올해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을 대비해 편성된 예산은 1436억원이다. 기존 태릉에서 진천으로 선수촌을 이전할 때도 무려 5000억 이상의 세금이 사용됐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선수촌은 다양한 종목 훈련장뿐만 아니라 메디컬센터, 도서실, 멀티미디어실 등 우수한 시설을 갖췄다.

이러한 풍족한 지원을 통해 그동안 한국의 스포츠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대다수 국민들이 접하는 생활체육 수준까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국제 위상을 드높이는데 엘리트 체육을 통한 올림픽 메달이 중요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이미 2019년 ‘30-50클럽’에 가입했으며, 최근 주요7개국(G7)의 추가 가입국(G8) 후보로 언급될 정도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은 올림픽 매달 개수의 중요도가 예전같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는 K팝, K드라마와 같은 강력한 대외 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러니 체육은 이제 국어, 수학처럼 하나의 과목으로서 교육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국가대표 시스템도 엘리트 체육에서 벗어나 생활체육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 국제경시대회에 나가는 학생들을 위해 정부가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합숙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지역 학원들도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체육 분야도 점차 그렇게 변모해야 한다. 선수촌은 올림픽이 열리는 일정기간 전에 국가대표들이 모여 집중 훈련을 할 수 있는 임시 공간일 뿐이며 그 이외의 기간에는 국가대표를 꿈꾸는 청소년들이나 사회 체육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상설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연금과 포상금을 함께 지급했던 경제적 보상제도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국민들의 노후 생계를 보장하는 국민연금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3∼27)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이상 가입자의 노령연금 월평균 급여액은 2024년 기준 약 108만원이다. 그마저도 90년대생이 연금을 받을 시기인 2055년에는 국민연금 자체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체육연금 제도는 대폭 축소될 필요가 있다. 30년 후에 국민연금이 없어질 판국에 체육연금은 언제까지 지급하면서 국가 재정을 축낼 것인가?

포상금 역시 조정돼야 한다. 영국 방식대로 포상금 자체를 없애거나 미국 수준으로 대폭 감액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체육경기에서의 국제대회 순위가 국가 순위이고 국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국가대표 시스템 역시 이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의 사회적 책임감을 구현하는 기본적 소양으로서 겸손, 상식과 검소한 태도를 강조하고 싶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LA다저스의 간판 스타인 오타니는 10년 계약에 ‘1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부자 선수다. 그럼에도 그의 부인 다나카는 불과 5만원 상당의 자라(ZARA) 숄더백을 들고 모임에 참석하는가 하면, 그의 부모님 등 가족들은 VIP좌석이 아니라 1루쪽 응원석에 앉아서 오타니의 경기를 관람했다는 사실이 일본 TBS방송에 보도됐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한국에도 좋은 사례가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2022년 EPL득점왕을 차지해 골든 부츠 트로피를 받았는데 그의 부친 손웅정씨는 “내 아들은 아직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라고 계속 주장해 전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

이와는 전혀 상반되는 케이스도 많다. 음바페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축구선수인 벤제마는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연루돼 2015년 국가대표직이 박탈됐고, 결국 2018년 러시아 월드컵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하필 그 대회에서 프랑스가 우승했다. 그 뒤로 절치부심한 그는 UEFA 네이션즈 리그(2021~22)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2022년에는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인 발롱도르 상을 받았다. 아무리 유명한 대표선수라도 잘못이 있으면 적절히 처벌하는 것이 그 선수와 국가에 결국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국가대표 선수는 과감하게 자격을 박탈하고 해당 선수의 반성, 속죄하는 태도를 지켜봐야 한다. 사기, 폭행 등의 범죄적 행위는 당연히 즉시 처벌해야 한다. 최근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에 올랐던 선수가 광주 쇼핑센터 일본풍 주점에 대해 ‘매국노’라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난하는 바람에 관계 업주로부터 모욕,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까지 당할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그에 대해 단순히 사과한다고 끝날 일은 아니다. 국가대표라는 위치에 수반되는 사회적 책임감을 망각한 선수에게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1년 이상 금지하자는 비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해야 현직 및 전직 국가대표 그리고 향후 국가대표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따끔한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일반적인 상식과 교양이 부족한 현상이 운동밖에 모르는 엘리트 체육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이다. 그 특혜를 대폭 감소시켜 ‘생활 체육’으로 전환시키는 것, 특히 체육연금 축소가 국가 재정과 국민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엘리트 체육과 국가대표 시스템 운용방식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