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이강인, 손흥민, 조규성이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이강인, 손흥민, 조규성이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26일 태국 원정으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차전 태국과의 경기.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왼발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고, 득점 후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달려가 안기는 모습은 올해 한국 축구의 명장면이 될 것임을 전 국민이 직감할 수 있었다. 힘겹게 태국과의 2연전을 마친 한국 축구는 최종 예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겼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오는 6월 남은 2경기를 앞두고 선임될 새 감독을 구하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위기에 놓였던 한국 축구

지난 2월 아시안컵이 종료된 이후 약 한 달반의 시간 동안 한국 축구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아시안컵 4강의 성적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과 방만함으로 인해 전 국민이 분노했고, 결국 클린스만은 거액의 위약금을 받고 경질될 수밖에 없었다.

감독 경질 상황과 함께 축구 대표팀 주장이자 체육계 아이콘인 손흥민이 차기 에이스 막내 이강인과의 불화로 몸싸움 끝에 손가락을 다쳤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전 국민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강인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손흥민-이강인의 소위 ‘탁구 게이트’는 지난 2월 내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감자로 국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새 감독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이 촉박한데도 무리하게 국내파 정식 감독을 선임하려던 전력강화위가 혼선을 빚었다.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아시안컵 기간 동안 카지노 칩을 가져가 선수들과 도박을 하고 선수들의 유니폼까지 사적으로 팔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혼돈의 시간 끝에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일단 임시 감독으로 지난 태국과의 2연전을 맡는 것으로 확정됐지만, 이 역시 당장 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두고 같은 기간 친선 대회가 잡혀 있는 올림픽 대표팀의 수장을 빼오는 것이라 부정적 여론이 컸다.

결국 손흥민-이강인 ‘결자해지’

혼란 속에 태국과의 지난 3차전 홈경기. 이 경기마저 매우 실망스러웠다. 국내 최대 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매진됐을 정도로 관심이 컸지만 태국을 홈으로 불러들여 고작 1-1 무승부에 그치자 비난 여론은 더 거셀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곧바로 태국과 4차전 원정 리턴 매치를 해야 한다는 점. 태국은 한국 원정에서 베스트 멤버가 나온 한국에게 비겼기에 자신감에 차 있었고, 태국 축구협회는 승리시 3억원, 무승부시 1억원이라는 포상금까지 걸며 기대를 나타냈다.

아무리 그래도 태국에게 고전할 한국 축구가 아니었다. 전반 19분 이재성의 선제 결승골, 후반 9분 이강인의 도움을 받은 손흥민의 추가골, 후반 37분 3부리그에서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된 박진섭의 A매치 데뷔골까지 3-0 완승을 거뒀다. 특히 손흥민의 득점 때 몸싸움과 불화로 인해 전 국민의 속을 썩였던 이강인과 손흥민이 서로 포옹하는 세리머니를 하며 국민들에게 위안을 안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에서 3승 1무로 조 1위를 지켰다. 조 2위까지 최종 예선에 진출하는데 3위 태국이 승점 4점인 상황이라 잔여 2경기를 모두 이겨도 한국과 같은 승점 10점이다. 승점 동률시 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가 결정되는데 이미 한국이 골득실에서 +11이고 태국은 –2라 한국은 남은 중국과 홈경기, 싱가포르와 원정 경기를 모두 져도 최종 예선 진출은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제 시선은 ‘차기 감독’ 

다음 A매치는 오는 6월 6일부터 열린다. 이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 시선은 클린스만 감독이 떠나고 황선홍 임시 감독이 맡았던 국가대표 차기 사령탑으로 쏠린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과 전력강화위는 지속적으로 새 감독 후보군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국내외 모든 감독을 후보군에 두고 있고 실제로 해외 유명 감독들도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전력강화위나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새어나오는 여론은 ‘국내 감독’으로 몰아가는 추세. 국가대표를 맡을 정도의 역량이 된다고 여겨지는 감독 중 무직인 인물은 사실상 최용수 전 FC서울, 강원FC 감독이 유일한 상황.

K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이정효 광주 FC 감독 등은 모두 현재 팀을 맡고 있고 오는 6월에도 한창 K리그 시즌은 진행 중이다.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도 국가대표 감독을 맡긴다면 거센 반발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또 임시 감독을 맡았던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오는 7월이면 파리 올림픽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시기상 국가대표를 맡을 수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5년 반 이상 외국인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며 국내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국내 감독이 할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도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하며 1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물어주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외국인 감독보다 저렴한 몸값에 계약할 수 있는 내국인 감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능력있는 국내 감독들이 있지만 소속팀이 있다는 문제, 외국인 감독을 뽑자니 현실적인 계약금에 대한 문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 두달 안에 정식 감독 선임을 완료한다는 전력강화위의 행보가 향후 한국 축구의 진로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