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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과 '과거청산'과 '기억'







박용배 언론인



이명박 정부의 ‘출범 100일 이후’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이명박 대통령은 6월4일 청와대 확대 수석간부회의에서 2시간30분 동안 쏟아진 비서관들의 ‘국정운영 문제점’을 경청했다. 비서관들의 말을 요약한다.

<< “우리들이 지난 10년간 너무 몰랐다. 인터넷으로 여론이 유통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우리는 너무 올드 패션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물가, 유가 등 민생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프렌들리’니, 개혁이니, 성장이니 큰 이야기만 해놓고, 정작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을 못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시민사회수석이 있었는데, 지금 청와대에는 제도권 여야 정당 비서관(정무 제2 비서관)만 있지, 시민사회 담당 비서관도 없다.” “우리는 세상을 쫓아가지 못하고 닫혀 있었다. 요즈음 세대들은 먹거리가 조금만 불안해도 매우 민감한데, 정부 고위 관료들은 그런 감수성이 떨어진다”>>(한겨레 6월4일자)

현충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 열린 이 회의에서 ‘현충’이란 과거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기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물론 청와대는 4월28일 나온 성공회대 민주주의 사회운동연구소의 <복합적 갈등 속의 한국 민주주의-‘정치적 독점’의 변형연구> 속에 들어있는 오유석 교수<1964년 서울생. 이대 사회학과 박사(89-97년), 성공회대 연구교수(99년-)>의 논문 ‘과거 청산과 국가 독점기억의 해체>를 읽은 흔적도 없다.

오 교수는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 전적지 사업을 펼친 후 80년까지 12개 지구에 전적 기념비가 섰고 현재 1,500여 개의 독립 및 호국관련 전쟁기념물이 있지만, 그건 국가가 ‘독점한 기억’일 뿐이며 진정한 ‘과거 청산’을 하려면 이런 ‘독점’은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요약한다.

<<(87년 민주화 이후) 지금 진행되고 있는 4ㆍ3항쟁과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대한 과거 청산 운동은 결국 ‘국가독점기억’과 ‘대항 기억’간의 기억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억 투쟁을 통한 한국전쟁에 관한 독점기억의 개편은 바로 과거에 대한 재해석, 잊혀진 학살에 대한 새로운 이름짓기, 종전에 억압되었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의 제자리 찾기를 의미한다. 잊혀진 사적 기억들의 진실이 밝혀지고, 그것이 또 하나의 공식적 기억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현재의 ‘과거 청산’이라는 정치적 국면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래서 오 교수는 정치적인 고려로 집권층이 멋대로 해석하는 기억을 고쳐야 한다고 본다. 그 대안의 대표적 상징 기념비가 전남 구례군 민족통일 공원에 건립된 ‘민족분단 희생자 위령탑’이다. 이에 관한 대목을 요약한다.

<<이 탑에는 전쟁에 관한 아무런 내용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단지 이 탑이 건립된 배경과 목적 등을 보도한 자료에서 “분단 세월 동안 좌ㆍ우익을 망라한 억울한 죽음 모두를 추모”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거창한 ‘기념’이 아니라 역사적 현장에 소박한 표지석만으로 “역사적 기록(역사)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할 것”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으로써 좌우를 넘어, 적과 아를 넘어 현실의 기억에서 추모할 대상이 훨씬 확대되고, ‘분단’, ‘희생’이라는 용어를 통해 반공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새로운 (반)전쟁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 교수는 “한국전쟁의 피해자는 5백만 명이며 이중 민간인 피해자는 2백50만 명이며 이중 가장 많은 피해자는 민간인 집단 학살 이었음”을 ‘기억’ 해야 할 것이며 이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좌우익을 떠난 표지석’, 역사적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전진성 교수<1966년생. 고려대 사학과(89년), 독일 훔볼트대 사학과 박사(92-98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2004년-)>. 그는 2005년 12월에 낸 ‘역사가 기억을 말한다’에서 오 교수와 같이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의 ‘과거 청산’에 대해 느끼고 있다.

독일에서 2차대전 이후의 나치와 홀로코스트를 넘으려는 독일 정부의 과거 청산을 연구한 그는 결론 내리고 있다. <<과거란 어차피 통제 밖에 있으며 오로지 기억을 통해 재현될 수 있을 뿐이다. 과거는 본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현재 바라는 모습으로 탈바꿈되어 나타난다. 우리는 대개 과거의 영상에 우리의 기대를 투영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의미와 방향성을 부여할 수 있는 과거만을 선별적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물론 억눌리고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대항적 기억’을 발굴하여 이를 ‘억압’해왔던 기득권 세력의 주류기억을 비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비밀로 과거 전체를 진실과 거짓, 선과 악으로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나는 이 책(역사가 기억을 말하다)에서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로 ‘애도 작업’을 택했다. ‘애도작업’이란 감정적 대응을 넘어선, 보다 성찰적인 차원의 기억작업이다. 그러나 애도는 지극히 인간적인 연민에서 출발한다. 그들의 말문을 열어 아픔을 호소하게 하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과거의 희생자들을 깊이 ‘애도’할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제대로 ‘우울’해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우울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동일화’의 심리가 필요하다. 과거 희생자들의 아픔이 우리 자신의 아픔임을 느끼지 못하는 한, 그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는 성숙한 ‘문화적 기억을 창출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7년 이후 변한 ‘현충’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회수석비서관을 임명하든지, 오유석, 전진성 교수와 정담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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