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미예 자미
셀리미예 자미

튀르키예 북서부 에디르네는 옛 정취가 묻어나는 ‘정겨운 도시’다. 길목 곳곳은 전통의 향기와 오랜 건축물로 채워진다. 에디르네는 이스탄불 이전 오스만 제국의 옛 수도였다.

이스탄불을 벗어나 튀르키예와 그리스 접경으로 향하는 도로는 아득하다. 마르마라해와 나란히 이어지는 숲과 평원이 새벽 여명 너머 차창 밖으로 흐른다. 차량으로 3시간 남짓, 안개가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도로 끝에 고도 에디르네는 웅크려 있다.

설날 씨름잔치 닮은 ‘힘’의 축제

에디르네에서는 옛 숨결이 익숙하게 묻어난다. 에디르네는 튀르키예에서 인기 높은 전통 오일레슬링 ‘야을르 귀레슈’의 고장이다. 이 도시에서는 ‘크르크프나르 야을르 귀레슈’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야을르 귀레슈는 한국의 씨름과 유사하다. 짧은 가죽바지에 웃통을 벗고 온몸에 기름을 묻힌 채 힘겨루기에 나선다. 귀레슈 선수는 ‘페흘리반’으로 불리며,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는 모범 인물로 사랑받는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에디르네의 야을르 귀레슈 대회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툰자강 따라 옛 궁전터인 에스키 사라이를 지나면 ‘크르크프나르 야을르 귀레슈’가 열리는 전용 운동장이 들어서 있다. 매년 축제시즌이면 ‘다울 주르나’로 불리는 악단의 특별 연주가 곁들여지며, 숙소들의 예약이 동나고 붉은 바닥의 초가 내걸린다.

오일레슬링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설날 씨름 장사들처럼 강직한 골격을 뽐낸다. 씨름 선수들이 모래를 털어주듯, 귀레슈 선수들은 서로의 몸에 올리브 오일을 발라주며 경기 전 동지 의식을 발휘한다. 귀레슈의 승자에게는 황금 벨트가 주어지며, 1년 동안 튀르키예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오일레슬링
오일레슬링
오일레슬링 악단
오일레슬링 악단

오스만튀르크 시대의 건축물들

고도 에디르네를 서성이는 것은 가벼운 흥분으로 연결된다. 에디르네는 오스만튀르크가 유럽의 영토확장을 위해 첫 수도인 부르사에서 도읍을 옮긴 뒤 1453년까지 술탄(왕)이 거주했다.

술탄이 태어난 전설이 서린 자리에는 2층짜리 아담한 호텔이 들어서 있고, 호텔 옆에는 수백 년 세월의 튀르키예식 전통 목욕탕인 하맘이 위치했다. 투박해 보이는 호텔건물은 옛 실크로드의 상인들이 묵던 숙소고,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유대교 사원인 그랜드 시나고그는 술탄의 지시로 프랑스 건축가가 재설계를 맡기도 했다

오스만 시대의 천재 건축가 미마르 시난은 세계 문화유산인 셀리미예 자미를 16세기 중반에 완공한 뒤, 도시 곳곳을 유구한 건축물로 단장했다. 바자르, 하맘, 다리 등 일상의 공간까지 천재 건축가의 손길이 닿아 있다.

휴리엣 광장 너머 마리프 거리는 에디르네 최고의 번화가다. 도넛 모양의 빵인 시미츠를 수레에 끌고 다니거나, 염소젖이 들어간 돈주르마 아이스크림을 군것질거리로 먹는 모습은 마리프 거리에서 만나는 흔한 일상이다.

탑으로 쓰였던 건축물
탑으로 쓰였던 건축물

여행메모

가는길=에디르네까지 직항편은 없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에 도착한뒤 차량으로 3시간 가량 이동하면 에디르네에 도착한다.

음식=‘지에르 타바’는 양의 간에 밀가루를 뿌려 쇠냄비에 튀긴 것으로 에디르네에서 꼭 맛봐야 할 요리 리스트에 올라 있다.

기타=휴리엣 광장 일대에 숙소들이 밀집돼 있다. 류스템 파샤 케르반사라이는 옛 상인들의 숙소를 호텔로 개조한 곳으로 미마르 시난이 건축했다. 셀레미예 자미 뒷편의 타소다라르 호텔은 술탄의 탄생 전설이 서린 유서 깊은 호텔이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