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대선 당시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던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던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은 나이다. 올해 미 대선에서 그가 당선한다면 취임 시 나이가 82세다. 그의 나이는 미국민들에게 우려를 낳기에 충분할 정도다. 미국의 이웃 나라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주요 7개국(G7) 국가 정상도 40대에 지도자가 됐다. 미국도 40대의 젊은 대통령을 배출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에 존 F. 케네디, 1990년대에 빌 클린턴, 2000년대에 버락 오바마 등 40대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이제 과거의 일이다.

바이든 집권 후 피로감이 쌓이면서 80대 중반까지 대통령직을 맡길 수 있냐는 의구심이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젊은 층과의 세대 차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바이든은 물론 트럼프의 나이도 80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 젊은 층의 지지가 중요하다. 나이가 많은 후보일수록 젊은 층의 지지는 선거의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지지율에서 열정적 지지 세력을 업은 트럼프에 밀리고 있는 바이든의 상황은 젊은 층의 지지를 회복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대선 본선을 위해 빼내든 카드가 ‘스타’다.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스타의 지지를 끌어내 지지기반을 확산하려 한다. 바이든 캠프가 노리는 연예인은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다. 스위프트는 미국의 국민 여동생을 넘어 현재 미국을 들썩이게 하는 전국적인 스타다. 코로나19 기간 공연을 하지 않았던 스위프트가 지난해 투어에 나서자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그녀의 공연 ‘디 에라스 투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을 냈다. 이미 60회 공연으로 무려 1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공연장마다 관객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식당과 호텔이 호황을 누리는 ‘스위프트노믹스' 현상까지 벌어졌다. 스위프트는 이제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미국 사회를 상징한다.

스위프트를 정치판에 끌어들이겠다는 바이든 캠프의 시도는 이번 선거의 전략이 반트럼프 정서를 자극하기보다는 바이든에 대한 호감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바이든에게 적대적으로 돌변한 집토끼 민주당 지지층을 돌려 세워야 트럼프와의 본선 대결에서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략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겨냥해야 한다.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억7000만명에 이른다.

정치판에서도 스위프트 효과는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전국 유권자 등록의 날'(National Voter Registration Day)에 스위프트가 유권자 등록을 하자며 유권자 등록 단체를 소개하는 글을 SNS에 글을 올렸다. 그 직후 3만5000명이 유권자로 등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23%나 껑충 늘어난 수치다. 특히 18세 유권자들의 등록은 2022년에 비해 배나 됐다.

유권자 등록을 진행한 단체는 스위프트의 글이 올라온 후 1시간 만에 등록 참여율이 1226% 증가했다고 파악했다. 미 정가가 스위프트의 파괴력을 절감했다. 스위프트는 유권자 등록을 권하는 글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콘서트에서 보여준 열기를 선거에서 보여주자고 했다.

정치 참여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스위프트가 SNS나 공연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수백만달러의 후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는 바이든이 스위프트의 공연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을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미 대선판에서 스위프트의 몸값은 상종가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때도 팝 가수 레이디 가가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했다. 바이든과 민주당 지지자인 가가는 바이든의 유세에 동참에 지지를 호소하고 공연을 했다. 가가는 바이든이 역점을 두고 공략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맹활약했다. 가가는 바이든의 취임식에서 미 국가도 불렀다.

스위프트는 지난 대선 때도 바이든 지지를 공언했었다. 스위프트는 당시 언론 인터뷰와 SNS를 통해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스위프트가 정식으로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것도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과거 정치에 중립적이던 스위프트가 반트럼프 성향으로 옮겨가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를 스위프트가 반대하는 일도 있었다. 그로 인해 트럼프는 스위프트를 비난하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적극 반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었다. 스위프트가 바이든의 열성적인 지지자인 것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스위프트가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트럼프에 대해 반대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민주당이 미국을 뒤흔든 낙태 금지 이슈에 대해 여성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스위프트가 반트럼프 성향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스위프트의 등판 가능성이 전해진 후 '성전'(Holy war)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것이다. 한 트럼프의 측근은 언론에 트럼프가 자신이 스위프트보다 더 인기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의 열광적 지지세력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뜻한 것으로 보인다. MAGA와 스위프트의 팬덤을 비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조심스러운 일이다.

트럼프 진영이 스위프트를 지나치게 깎아내리려다 오히려 젊은 층의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측 인사들은 스위프트에 대한 헐뜯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스위프트의 남자친구가 출전하는 미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이 NFL 측과 민주당이 만들어낸 조작이라는 괴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저간의 상황은 스위프트의 대선 등판을 예고한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스위프트의 엄청난 인기와 정치적 발언에 대한 의지는 그녀를 2024년 대선 본선의 핵심 플레이어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오피니언부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