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스카이홀에서 열린 ''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기본방향인 '디지털 권리장전'을 토대로 구체적인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스카이홀에서 열린 ''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기본방향인 '디지털 권리장전'을 토대로 구체적인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실 이 용어는 1960년대부터 등장했던 단어다. 1960년대의 디지털 전환이 전기화·전동화·자동화에 대한 의미로 쓰였다면, 현재는 ‘미래 사회로의 변화’라는 보다 광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용어의 개념이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지난해 12월 발행한 '대한민국 디지털 혁신전략'에 따르면, 우리는 종종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관련해 주요한 개념인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해 종종 혼용해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의미와 영향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구별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먼저 디지타이제이션은 문서를 스캔하거나 사진을 촬영해 파일로 저장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즉 아날로그 형태나 물리적인 개체인 정보를 디지털 값,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을 말한다. 디지타이제이션은 디지털 기술 활용의 기초 작업으로 컴퓨터를 활용해 정보를 저장, 전달, 처리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다음으로 디지털화(디지털라이제이션)는 디지타이즈된 정보(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조직의 프로세스, 활동, 역량 등을 개선하는 과정이다. 디지털화는 단순 데이터의 기록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더 단순화하고, 업무 흐름 전체를 최적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적 과정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화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한 것으로, 디지털 관련 모든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를 의미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조직의 전략, 운영 방식, 비즈니스 모델, 커뮤니케이션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디지털 기반 경영전략 및 경영 활동이다. 디지타이제이션의 초점은 데이터와 콘텐츠, 디지털화의 초점은 프로세스와 제품·서비스에 각각 있다면, 디지털 전환은 ‘변혁’을 의미하는 만큼 기업의 문화와 인력까지도 조정하고 재구성하는 등 기업 경영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혁신을 이뤄내는 것에 방점을 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졌고, 비대면 문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재택근무, 리모트워크, 메타버스 가상오피스 등 스마트 워크 시대를 앞당겼다.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B.C.(Before Corona)와 A.D.(After Disease)로 기원 전후에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의 삶에 아주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 여파로 우리는 수많은 도전과 새로운 기회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기술 컨설팅 기업인 캠브리지 컨설턴트에서는 향후 10년의 기술 혁신을 통해 우리 삶에서 일, 건강, 소비 그리고 레저 등의 4가지 분야에서 일어날 변화를 예측했다.

일 측면에서의 변화는 더욱 유연한 근무 환경과 강화된 온라인 보안, 그리고 가상근무 환경을 통한 출장의 감소 등을 전망했다. 건강 측면에서는 원격 의료와 같은 기술기반 의료 서비스의 증가와 정신 질환과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증가로 인한 정신 건강관련 의료활동 및 서비스의 증가, 다양한 플랫폼과 비대면 환경을 활용한 운동 문화의 변화와 확산 등을 예측했다.

소비의 측면에서는 공급 관점의 밸류체인 변화로 인해 대형 오프라인 유통시설이 줄고, 오프라인 매장이 홍보나 경험의 공간으로 변화하며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레저의 측면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여행 상품이 증가하는 등의 변화를 예측했다. 이 4가지 측면은 개인이 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고, 이러한 변화는 인류의 생활방식 전반에 큰 변화를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개인의 생활방식이 변화하면 기업도 필연적으로 변화를 겪게 된다. 기업은 생산 활동을 위해 개인을 고용하고,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등 개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근무 환경을 전환하고, 새로운 소비 성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새로운 유통과 판매 경로 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촉발하는 시작점은 디지털 전환 기술이며, 기업은 결국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변화하게 된다.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의 기술 변화와 개인의 인식 변화는 확산되고 있지만,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의 대응은 비교적 늦은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을 제정 및 시행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1942년 ‘창조적 파괴’를 주창한 뒤 수많은 사람들에게 ‘혁신은 곧 파괴’로 인식됐다. 이 책에서는 낡은 것을 부수어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또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계적인 전략컨설팅 회사인 보스턴 컨설팅그룹(2021)의 보고서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대부분의 산업 영역에서 파괴적 변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전 세계 8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선 소비재 시장의 변화가 가장 클 것으로 평가했고, 55%의 소비재 기업이 이미 사업모델에 파괴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디어 산업 측면에서 과거 아날로그 경제에서는 국내 시장에서만 공급과 수요가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에 기반한 다양한 사업 모델로 케이팝(K-Pop)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드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에 의한 파괴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변화는 기존의 체계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체계가 단기간에 붕괴되고 완전히 새로운 체계로 대체되는 것을 말한다.

많은 학자가 언급했듯이 일반적으로 혁신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제로섬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의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는 '비욘드 디스럽션'을 통해 ‘비파괴적 창조’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저자는 혁신이 꼭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며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혁신을 일궈내는 비파괴적 창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995년 가을에 등장한 김치냉장고가 ‘비파괴적 창조’의 대표적 사례이다. 일반 냉장고도 잘 팔렸지만 김치냉장고로 인해 피해를 본 산업이나 기업은 없었다. 김치냉장고 시장은 일반 냉장고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었다. 이렇게 경쟁사와 함께 윈윈하고, 미래를 위한 사회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비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포지티브 게임’ 방식의 혁신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던 아날로그 기반에서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무형자산 기반의 뉴노멀로 재편되는 과도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반의 사업 모델은 새로운 기회, 블루오션을 제공한다. 다가오는 봄, 사업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으로 'VUCA'(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함:Ambiguity)로 대변되는 미래를 당당히 맞이해 보자. 모두가 함께 윈윈하는 새로운 지향점인 ‘비파괴적 혁신’을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적극 맞이해야 할 때다.

●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을 연임한데 이어 ICT 폴리텍대학 학장과 행안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강릉영동대학교 부총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으로 활동중이다.

 

 


손연기 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