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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이강숙 특별대담 "피벗코드 사회, 국가 품격을 높이는 길"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여유가 선진국으로 가는힘




진행=박종진 부장 jjpark@hk.co.kr
정리=김청환 기자 chk@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국내 최고 전통의 시사주간지 주간한국이 'Magazine 주간한국'으로 새로 태어났다.

창간 44돌을 맞아 9월 선보인 'Magazine 주간한국'은 21세기 문화시대의 리더 매거진을 지향하며 그 출범의 의미를 국내 석학인 이어령(74) 전 문화부 장관과 이강숙(72)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의 대담을 통해 알린다.

대담의 주제는 '21세기 문화시대와 국격(國格)'으로 문화가 국가 제 분야의 소통과 매개로, 나아가 통합의 지향점으로 비중이 높아가는 오늘날 이에 걸맞는 의식, 제도, 관행의 선진화, 정치ㆍ사회 시스템의 고도화 등 국가의 품격은 무엇인지, 두 석학의 혜안을 통해 신문화시대의 지평을 열어 본다

어제 베이징올림픽이 폐막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의 개ㆍ폐회식은 중국문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사회주의적 집단주의 성격도 노정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두 분께서는 20년 전 88서울올림픽 때 전체 진행과 개ㆍ폐회식 음악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셨는데 베이징올림픽 개ㆍ폐회식에 대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어령) : 시장 지향도 좋지만 품격이 중요해요. 중국이 돈을 많이 들여 치밀하게 기획했지만 사람의 호흡, 체취가 잘 안느껴졌어요. 개ㆍ폐회식을 보니 (중국이)아시아의 전통을 많이 잊은듯 해. 문화혁명 이후 춤사위가 없어졌어요. 이매방 선생이 춤사위를 가르쳐줬지. 북경은 한족의 지배 전에 유목민이 만든 도시에요.. 낙양, 장안과 달라요. 한(漢),당(唐)의 중국문화가 변질된 인상인데 화려하고 장대하기만 할 뿐 중국의 문화주의는 없고 울긋불긋한 색깔을 많이 쓰는 환관문화(궁중문화)가 엿보였어요. 개회식은 경제성장만이 아닌 한, 당의 800년간 상실했던 중국의 긍지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했죠. 명나라 이전과 이후 원, 청에 가려진 자기들 아이덴티티를 찾으려 한 것인데 중화의 기운을 개ㆍ폐회식에서 문화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죠. 또 중국의 문화혁명 때의 문화와 다른 현대와 전통문화와 어우러짐이 보였어요. 문화입국으로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름다운 새 둥지라 하는 획기적인 메인스타디움을 꾸밀 정도로 중국문화가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죠. 비대칭의 포스트모던한 대담한 건물을 아이콘으로 내세울 정도로 유연해진 것은 놀라운 일이죠. 우리는 중국 하면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라는 생각으로 중국을 대국으로 보면서도 경멸, 폄하했지만 북경 올림픽을 통해서 중국민을 재인식하게 됐어요. 문화의 중요성을 본 것이죠. 중국이 군사력, 경제력에다 개폐회식에서 문화주의까지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어요"

(이강숙) : 개인적인 삶 때문에 요즘은 나 이외의 다른 쪽에 있는 세상, 남의 것에 대해 관심이 없어졌어요. 내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매몰돼 있어 관심을 안가졌어요. 정치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내면에 들어와 자기정리하기에 바빴습니다

최근 한국일보 자매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국격, 국가브랜드를 가장 높인 사건으로 88서울올림픽이 1위로 나왔습니다. 당시 두 분께선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올림픽을 준비하셨나요

(이어령) 이번 북경올림픽과도 비교할 수 있는데 국가, 민족을 앞세우지 않았어요. 서울올림픽 때 어떤 안무도 줄을 맞추려하지 않았는데 줄 맞춘 것은 태권도와 <해맞이> 중 두 개의 매스게임 뿐이었어요. 한국에 대한 이미지, 군사문화의 획일성을 탈피하려고 했죠. 우리 민족은 개인성 많아 줄 맞추는 게 체질에 안맞아요. 개인성이 살아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그래서 집단성, 물량성을 배제했어요. 개인이 살아있는 문화와 집단은 문화 멘탈리티가 바뀌지 않아요. 한국민을 관통하는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는 예술이 맞아요. 일본처럼 양식화하거나 중국처럼 거대화 안해도 무질서 속에 질서 있고 신바람의 끼가 있어. 생동감 있어서 특수장비나 돈 안들이고도 세계에 전달이 가능하죠. 우리는 낮에 개회식을 했는데 낮에는 트릭이 안되요. 중국은 밤에 텔레비전용으로 만들어 빛, 영상 합성, 립싱크, 영상기술 등을 최대한 발휘한 셈이죠"

(이강숙)88올림픽 때 전체 기획은 이어령 선생이 했고 음악은 내가 했습니다. 서울올림픽이 재료였고 실제 요리한 것은 창의성, 상상력, 아이디어로 이를 융합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이어령) .(88서울올림픽에서)완벽하게 칭찬받은 게 음악이에요. 중국은 시각적으로 번쩍했지만 귀에 남는 것이 없어요. 이강숙 선생은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올림픽 관계자들과 많이 싸웠어요. 예술 앞에서는 친소관계 등에 의한 타협이 없었죠. 이강숙 선생은 대중의 안목보다는 전세계의 눈높이로 음악을 하려 했어요. 몇 개는 안될 뻔한 것을 이뤄냈고, 해서는 안되는 것은 막았죠. 음악에 관한 한 20년이 지난 것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앞섰어요"

(이강숙)강석희 전자음악곡의 경우 일반인이 듣고 부정적으로 얘기했어요. 어려우니까 그랬는데, (내가)목소리를 내 관철시켰어요. 음악전문가가 강하게 주장하니 물러서더라구요. 음악분야에 전체적인 성격규명은 안했고 전위적인 것, 실험적인 것을 하려고 노력했죠"

말씀을 듣고 보니 전체와 소수, 집단과 개인 간의 괴리가 특히 문화분야에서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괴리가 국가의 품격과도 관련된다고 생각됩니다.

(이어령) 문화예술 분야는 눈높이와 개인의 소양이 다르죠, 강석희 교수가 독일에서도 활약해 실력을 인정받아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에서 실험, 전위적인 것을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정부나 인스티튜션(체제)에서 문화예술은 아는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권력이 예술을 좌지우지 하죠. 예술에 종사하는 아마추어들이 프로페셔널에 대한 식견이 없을 때는 실제 3,4류 국가로 가는 손실을 봅니다. 국가 품격 면에서 관료들이나 소위 아마추어리즘이 힘 있고 안목이 없을 경우 국가 전체가 천격(賤格)에 빠집니다.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관료보다는 문화예술을 하는 이들이 자기의 독창성과 기량을 발휘하고 예술을 모르는 관료들에 휘둘리지 않는 게 국가의 품위를 올릴 수 있는 겁니다"

(이강숙)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만들 때 국산 피아노를 끼워 넣으려 해서 고생한 적이 있어요. 중국 올림픽이 정치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렇게(올림픽 개최) 함으로써 나라발전에 역할하려는 것같습니다. 나라의 품격, 문화도 그렇고 개인의 삶에서 뿌리가 내립니다"

국가의 품격에 개인의 자질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같은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5%가 아직 선진국이 아니라고 답했는데 시민의식과 국격의 상관관계를 말씀하신다면.

(이강숙) 요즘 고민되는 것은 보수와 진보, 여야, 빈부, 유무식의 대결, 남과 북, 동과 서 등입니다. 현재 상황보다 품격이 나아지는 상태로 옮겨가려면 피벗 코드 (pivot chord)의 가치를 국민 모두가 인정을 하는 문화적 기후의 창조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보수 마음속에 진보가 있고, 진보 속에 보수가 있는 것과 같이 피벗 코드가 확산돼 정치, 사회 현상에 중간지점이 넓어지면 개인의 존엄성, 즉 품격이 높아지고 결국 국격도 높아질 것입니다. 개체를 무시하는 전체도 안되고, 전체 없는 개인은 공허합니다. 개체와 전체의 중간지점이 있어야 합니다"

(이어령) 인간의 삶은 원래 피벗 코드입니다. 극단화, 양극화가 이원적 대립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개인을 봐도 100% 선악은 없어요..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남자 그릴 때 여자의 요소를 넣은 것입니다. 성숙한 사회는 중간지대에서 뛰어넘는 것입니다. 적대적, 상대 배제는 미숙한 것입니다. 국민의 75%가 선진국 대열의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남을 인정하는 것,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포용과 여유 말이죠. 나아가 다양성과 긍정이 선진국으로 가는 힘입니다. 부정의 힘을 창조적인 것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문화입니다. 문화는 창조의 동의어죠"

두 분께서는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 국격이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피벗 코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피벗 코드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주신다면

(이강숙) 음악에서 둘 이상의 서로 다른 조(調)를 동시에 표현하는 코드를 피벗 코드라고 합니다. 하나의 조에서 그것과 다른 조로 탈 바꿈 하려면 애매성을 지닌 피벗 코드가 필수적이죠. 하나의 어떤 상태에서 전혀 다른 어떤 상태로 전환하려고 할 때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사회가 더 발전된 상태로 전환되려면, 진보와 보수를 연결하는 피벗 코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두 개의 처지, 입장, 이념을 동시에 표명하고 있는 피벗 코드, 선회축의 개입이 필요하죠. 그래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통제를 주장하는 사람과 자율을 주장하는 사람, 개체주의를 주장하는 사람과 전체주의를 주장하는 사람, 등등, 여러 종류의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공헌할 수 있는 회전축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라의 품격은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피벗 코드의 역할이 바로 여기 있어요. 멘탈리티의 변형이 회색분자가 아니라 차원 높은 의식이 집단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어령(왼), 이강숙 (오른)


(이어령) 그레이존(중간지대)은 강해요. 해병대는 육군과 해군을 섞은 것이 아니라 바다와 육지의 이질적인 전쟁을 치러내기 위해 더 트레이닝을 하듯이 그레이존의 피벗 코드 사회가 되려면 엄청난 트레이닝을 해야합니다"

프랑스의 석학 기소르망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경제력이 10위원인데 반해 국가브랜드는 50위권이라면서 국가브랜드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은 국격을 높이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보는데 경제력과는 다른 국가브랜드의 '본질적 차이'는 무엇이며, 현실적으로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방안을 말씀해주신다면

(이어령) 경제는 끌어 올릴 수 있지만 문화는 갑자기 못올려요. 문화는 우러나와야 합니다. 6.25에서 봤듯이 물질적 빈곤은 원조로 가능했지만 문화는 안되요. 안에서 성숙하는 수밖에 없어요. 경제가 10위인데 국가 브랜드는 50위라는 것은 문화적 격차에서 나오는 겁니다. 문화를 뜻하는 '컬쳐'의 본래 뜻은 '문덕교화(文德敎化)'로 주역에서 나온 말인데 우리는 아직도 서양의 기계문명을 문화로 쓰고 있어요. 공자는 난초 스스로 향을 낸다고 했는데 문화는 그처럼 스스로 우러나와야 합니다. 고도 경제성장을 한 중국이 올림픽에서 작심을 하고 보여준 것이 '문화'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오늘날 한국의 과제는 그러한 문화의 지평을 넓혀가는 겁니다. 한국에 좋은 인상을 주었던 '한류'가 꺼져가고 '혐한'얘기가 나오는 것도 문화적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어요.

메슬로우의 욕구충족 5단계설에 따르면 끝 단계는 자기실현화인데 문화예술에 대한 욕망을 말합니다. 그런 개인들이 문화 사이의 통로, 즉 그레이존(피벗 코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것이라고 봐요"

문화가 국가브랜드, 국격을 높이는 최적의 방안이라는 말씀인데 문화와 국격의 상관관계를 좀 더 설명해주시죠

(이강숙)문화의 의미는 다양한데 나는 문화를 인간의 사고방식 내지 행위 방식을 통제하는 힘으로 보고자 합니다. 좋은 문화는 좋은 사고방식 내지 행동 방식을 낳습니다. 좋은 문화가 있을 때 그 나라의 품격이 좋아진다는 말이죠. 문화와 국격은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같이 가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화가 좋은 문화인가. 진선미는 낡은 말이지만 그 가치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선미를 지상 목표로 인정하는 문화의 창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

자기 인생이 진선미와 동떨어진 삶이 되지 않으려면, 진선미가 달성되는 삶이 목적이어야 하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치, 경제, 예술 할 것 없이 어느 분야에서나 목적은 있을 것이고 수단을 강구하는 게 필요합니다. 목적과 수단의 일치현상과 관계 깊은 예술론을 적용할 때 모든 분야에서 목적을 성취하려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이론이 나옵니다. 좋은 예술이 범람하는 사회는 좋은 삶이 보장되는 삶을 낳는 사회가 됩니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 협의의 예술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목적과 수단의 일치현상과 상관되는 광의의 예술을 생각하면 예술이야 말로 한 사회를 바람직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됩니다. 목적과 수단의 일치가 가능한 사회를 이룩하려면, 협의에서든 광의에서든 좋은 예술의 창조가 필수적이고, 좋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 역시 국격의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문화'의 진정한 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어령). 스탠더드 만들어 놓고 다량으로 찍어내면 수익이 생기는 시스템이죠. ''. 미국의 영웅은 군인-기업인-기술자-아티스트 순서로 바뀌었어요. 동질성이 아닌 차이의 자본주의가 생기면서 크리에이티브 클래스(대중 속의 창조적 대중)가 힘을 발휘하게 됐죠. 크리에이티브의 원동력은 창조, 즉 문화입니다"

(이강숙)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하듯이, 서양의 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한국 작곡가의 교향곡을 자기네들 음악회의 고정 레파토리로 삼는, 그런 곡이 단 한 곡이라도 탄생이 가능하면 탄생되기 전과 우리의 국격이 얼마나 달라질까요. 바람직한 국격의 탄생의 씨앗은 단 한 곡이면 됩니다. 단 한편의 명작이면 됩니다. 세계를 울리는 단 한 편의 예술작품이 있으면 되요. 해리포터가 그리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데, 삼성의 일년 총 수입의 한 배 반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하지 않나요. 세계가 인정하는 단 하나의 위대한 예술작품은 국격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나라 안에서나, 나라 밖에서나 간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 확실합니다"

<주간한국> 이 9월부터 < Magazine주간한국>으로 재탄생해 우리사회 문화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문화 주간지의 출범에 대한 축하와 조언을 부탁드린다면

(이강숙 ): 개인이 사람답게 생각하면 나라도 나라답게 삽니다. 그렇게 사는 사회적 통념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 기대합니다. 병 들어서 수술하고 병원에 한동안 많이 다녔는데 채혈실에서 피 뽑을 때 가장 애를 먹었어요. 늦게 온 사람이 새치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번호표 주니 하루 아침에 해결되고 분란이 갑자기 없어졌어요. 이후 번호표가 은행에도 생겼어요. 공중도덕 지키라는 설교 안해도 번잡스러운 문제 해결하는 장치 보고 놀랐어요. 주간한국 잡지가 우리나라의 품격 올리는 데 필요한 '장치'같은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번호표 뽑고 가듯이 하는 그런 잡지가 되면 우리나라 새로운 삶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창비(창박과비평), 문지(문학과지성), 세계문학, 문학과 사상과 같이 번호표 같은 역할을 해주기 바랍니다. 품격 있는 사고 하기를 바래요. 품격 있는 사람 많아지면 그 나라 품격이 올라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품격을 높일 수 있는데 기여하는 글을 기대합니다"

(이어령) : 글에도 썼지만 퍼스트 펭귄 얘기를 하고 싶네요. 펭귄은 바다 근처까지 뒤뚱하며 다같이 오지만 함께 뛰어들지 않아요. 천적도 있어 잡혀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때, 미련한지, 똑똑한지 한 놈, 퍼스트 펭귄이 뛰어듭니다. 펭귄이 멸종 안 하는 이유야요. 바보지만 이런 바보들 때문에 펭귄들은 지금까지 종족을 유지했어요. .

오늘날 미디어를 보면 천할수록, 독할수록 품위를 잃는 경쟁을 해요.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정신의 높이를 배양할 수 있는 미디어는 거의 보이지 않아요. 소비되는 미디어는 있지만 창조하는 미디어는 없습니다.

종합문화지가 머뭇거릴 때 한번 뛰어들어가서 성공하면 두 세마리 계속 뛰어들어 갈 겁니다. 퍼스트 펭귄으로 가면 뉴미디어로 각광을 받을 겁니다. 대담한 퍼스트 펭귄으로서의 출범이 한 신문의 족적이 아닌 쇠퇴하는 종이미디어의 미래 가능성을 진단하는 퍼스트펭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주간한국의 판단이 옳았다고 보고, 여타 미디어도 뒤따라 뛰어들어가는 모험이 현실이 되는 발전을 가져오지 않을까 해요. 축하합니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뛸 수 있는 텃밭이 늘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내가 <전쟁 데카메론>이라는 소설을 처음 연재한 곳도 <주간한국>입니다.. 당시에는 <사상계>와 <주간畸? 들고 다녀야 지성인 소리를 들었죠. 평론가였지만 젊었을 때 창작의 열정을 거둬준 텃밭이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주간한국>이 그때의 순수한 시절로 회귀한 듯합니다. 옛날의 <주간한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매거진이 되서 창조적인 교양의 척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어령 약력

서울대 문과 졸업, 이화여대 교수, 제11대 문화부 장관,

■ 이강숙 약력

서울대 음대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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