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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섹스리스는 애정결핍·병이 아니다







유태우 tyoo@snu.ac.kr



독자 여러분들, 부부관계를 거의 하지 않는 일본인이 매우 많다는 보도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40-50대 부부 중에서 많으면 거의 50%까지 한 달에 한번도 섹스를 안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한국인이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제 진료실을 찾아온 분들의 예를 든다면 30-40%는 섹스를 거의 하지 않는 부부들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은 높아지지만, 심지어는 30대 부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습니다. 제 진료실은 많이 아픈 환자들보다는 증세가 없는 건강인 들이 더 많이 찾는다는 사실을 참고하면, 진료실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얼추 비슷하리라 짐작이 됩니다.

서양에서는 부부 사이에 섹스가 없으면, 한 쪽에 병이 있던지, 아니면 둘 사이의 애정에 큰 문제가 생긴 것으로 간주가 됩니다. 그래서, 즉시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병원을 찾기도 하고, 바로 발기부전치료제가 처방되기도 하며, 부부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상담인 커플치료, 이것도 부족하면 직접적인 치료법인 섹스치료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건강과 삶에서 큰 문제 중의 문제인 것이지요.

그런데, 섹스가 없는 한국인 부부에게 물어 보면, 양쪽 모두 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대답합니다. 특별한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부간의 애정이 식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단지, 아이를 한둘 낳고 나서는 남편은 일에 바쁘고, 아내는 자식을 키우려고 혼신을 쏟다 보니, 자연히 부부관계는 시큰둥해지고, 별 재미가 없어져서 귀찮아지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에게는 의무전을 치러야 한다는 남자들끼리의 우스개 용어가 생겨났고, 여자는 여자들 나름대로 섹스가 별로 좋지도 않으면서 그 순간에는 좋은 척 해야 하는 부담 아닌 부담을 지게 된 것이지요. 한국인 부부의 섹스리스가 시작되는 시점은 바로 부부 각자의 일이 얼마나 많이 주어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30대가 일을 제일 많이 하고, 자녀 양육의 부담이 가장 큰 시기라고 한다면, 이 때 이 문제가 시작되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인의 섹스리스는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일에 거의 모든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부부 각자가 일에 올인하다 보니, 연애 시절 상대방을 끌었던 방법들을 더 이상 사용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지요. 출산과 체중 증가에 따른,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들의 체형도 한 몫을 합니다

지금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부담 때문에 부부가 섹스 없이 사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오랜 기간 이것이 지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한국 남자들은 힘든 와중에서도 성적 욕구가 일어나면, 그렇게 느껴져 바로 해결이 쉽지만, 문제는 한국 여성이 몸과 마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성적 욕구가 적절히 충족되지 않으면, 여성들의 몸과 마음은 성적 결핍으로 느끼지를 못하고, 다른 증세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왠지 모를 불안과 우울, 불면증, 전신피로, 짜증과 신경질, 더 나아가면 두통, 위장병 등의 증세가 심한 스트레스병으로 이행하게 됩니다. 이런 증세의 호소에 남자가 ‘아프면 병원에 가 봐!’ 등의 무관심의 자세로 일관하면 여성의 병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가게 되지요.

물론 병원에서 하는 검사와 약물치료 등이 일시적인 호전을 가지고 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섹스리스는 병이나 애정결핍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부부관계의 소원함과 갈등, 특히 여성 쪽에서의 각종 기능적 질환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각자 상대방을 위한 체력과 관심을 조금씩 비축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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